BALENCIAGA

1967년 이후 무려 53년 만에 발렌시아가의 쿠튀르 쇼를 볼 수 있다는 소식에 패션계가 들썩였다.
뎀나 바잘리아의 손에서 태어난 쿠튀르 컬렉션을 보기 위해 벨라 하디드, 카니에 웨스트, 안나 윈투어 등
패션계 저명인사들이 한 공간에 모였으니 그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쇼는 뎀나의 첫 쿠튀르 컬렉션이기도 하지만 발렌시아가가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50번째 쇼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렇게 베일을 벗기도 전에 화제를 모은 2021 발렌시아가 쿠튀르는 어떤 모습일까?
컬렉션은 과거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시절의 살롱을 그대로 복원한 공간에서 음악 없이
적막감이 감도는 분위기로 시작됐다. 요란한 음악 대신 카메라 셔터 소리, 모델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울리는
쇼장의 분위기는 컬렉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숨죽이며 지켜보게 만드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했다.

 

 

이번 쇼에서는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함께 공개했다.
저명한 쿠튀르 아틀리에와 여러 공방에서 장인들의 손길로 만든, 과거의 스타일을 재현한 우아하고 건축적인 실루엣이 주를 이루었다.
여기에 실크 넥타이와 가죽 장갑, 포플린 셔츠 등 창립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상징적인 아이템이 줄지어 등장했으며
이니셜 C. B. 자수 디테일을 더해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 밖에도 재클린 케네디를 위해 디자인한 옷에서 영감 받은 플로럴 엠브로이더리 가운을 포함해 레이스 드레스,|
폴카 도트 패턴 의상 등이 과거의 쿠튀르 컬렉션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베일 드레스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마지막 디자인 중 하나로
53년 만에 선보였음에도 시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뎀나는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에 집중하는 동시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특유의 과장된 디테일과 혁신적인 테크니컬 원단에서 그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메탈릭 원사, 실크와 알루미늄 체인을 사용한 케이블 니트 스웨터 등 참신한 시도가 돋보였다.
또한 촘촘하게 수놓은 원사와 표면을 특수 처리한 컷아웃 기법을 통해 실제 퍼와 깃털 같은 질감을 표현해냈으며
악어가죽 대신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설계한 원단을 수천 시간에 이르는 수작업을 거쳐 구현했다.
이렇듯 디자이너는 ‘과거와 현재의 균형을 잘 맞춘 쇼’로
자신의 첫 쿠튀르 컬렉션을 완성하며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발렌시아가 하우스의 전통성을 유지하되 동시대적 터치를 가미하며
뎀나 바잘리아 식 쿠튀르를 창조한 그에게 찬사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