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임윤아 박정민

임윤아 셔츠와 스커트 모두 로샤스(Rochas), 슈즈 니콜라스 커크우드 바이 분더샵(Nicholas Kirkwood by BoonTheShop), 헤어밴드와 네크리스 모두 디올(Dior).
박정민 스트라이프 수트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안에 입은 톱과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적 임윤아 박정민

기적 임윤아 박정민

임윤아 셔츠, 스커트, 이어링, 링, 모자 모두 디올(Dior),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정민 멜론색 랩 셔츠와 팬츠 모두 르메르(Lemaire).

기적 임윤아 박정민

 

두 배우가 영화 <기적>을 통해 처음 만나고, 알게 됐죠? 박정민(이하 정민) 그렇죠. 윤아 씨라 하면 군 시절부터 동경한 우상인데. 임윤아(이하 윤아) 어휴…. 정민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소녀시대가 데뷔를 했거든요. (작품을 함께 하게 되어서)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윤아 연기하는 모습은 봐왔죠. 처음에 박정민 배우가 ‘준경’ 역할을 한다고 들었을 때도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어요. 연기를 워낙 잘하시잖아요. 정민 음, 왜 그냥 해주는 말처럼 들리지? 윤아 좋은 이야기를 해줘도 뭐라고 하고.

두 분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가까워진 것 같아요. 정민 모르겠어요.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급속도로 편해지고 친해진 것 같아요.

작품을 같이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과 이처럼 가까워지는 건 아닐 텐데요. 정민 다 그렇진 않죠. 아마 윤아 씨의 인성 덕분이겠죠. 짓궂은 장난을 쳐도 기분 나빠 하지 않고 잘 받아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니까. 윤아 장난이라는 게 느껴지도록 장난을 치니까 기분 나쁘지 않은 거죠. 영화 촬영 초반에 ‘준경’(박정민)과 ‘라희’(임윤아)의 분량이 많았거든요. 그러니 서로 긴장하며 준비하던 때에 서로 ‘잘해봅시다. 으쌰 으쌰!’ 하면서 시너지가 크게 생긴 것 같아요. 부산에서 2주 정도 지내면서 매일같이 촬영했고, 또 우리 영화에서 공통 숙제가 사투리 연기인데 서로 어려움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서로 의외의 면을 발견하기도 했나요? 정민 촬영 전에 윤아 씨가 걱정이 많길래 ‘되게 걱정 많은 친구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언제 그렇게 걱정했느냐는 듯 여과 없이 연기를 하더라고요. 계산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어요. ‘아,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구나’ 새삼 느끼고요. 근데 지금 이 인터뷰가 같이 할 게 아니네. 윤아 뭐, 어디로 좀 가 있을까? 정민 좋은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데 옆에 있으니까.(웃음) 윤아 저는 (박정민 배우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겸손한 배우라고 느꼈어요. 자신 있고 자유분방하게 연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겸손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더 많이 봤어요.

사투리 연기가 큰 숙제였죠.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이자 영화의 배경인 경상남도 봉하 출신인 이성민 배우가 임윤아 배우의 연기를 두고 ‘해당 지역 출신으로서 깜짝 놀랄 정도로 모태 사투리였다’고 하더라고요. 윤아 아니에요. 저뿐 아니라 함께 출연하는 배우 분들이 다 워낙 잘하는데 아무래도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봉화 근처인 영주 분들이라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정민 근데 윤아 씨가 잘했어요. 가수이기도 해서 음을 파악하는 속도가 빠른 것 같았어요.

맞아요. 사투리에서는 억양 표현도 중요하잖아요. 정민 음악적 감각과 개념이 있는 친구잖아요. 윤아 배우마다 사투리를 익히는 방법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듣고 따라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노래하듯이 실제로 듣고 그 음을 따라 한 적도 많아요.

 

 

기적 임윤아

모자와 링 모두 디올(Dior).

기적 임윤아

재킷, 베스트, 슬리브리스,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샤넬(Chanel).

기적 박정민

베이지 니트 스웨터 아크네 스튜디오 바이 10 꼬르소 꼬모(Acne Studios by 10 Corso Como).

기적 박정민

카키색 수트 오에이엠씨 바이 무이(OAMC by MUE), 니트 스웨터 세퍼 바이 10 꼬르소 꼬모(Séfr by 10 Corso Com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적 임윤아 박정민

박정민 카키색 수트 오에이엠씨 바이 무이(OAMC by MUE), 니트 스웨터 세퍼 바이 10 꼬르소 꼬모(Séfr by 10 Corso Com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임윤아 원피스, 링, 이어링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연기하며 서로 감탄하거나 배운 것들이 있나요? 정민 아까 화보 촬영할 때도 그렇고 저는 준비되지 않은 일에 부끄러움이 많아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신감도 별로 없고요. 근데 윤아 씨를 보면 본인도 민망할 텐데도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임해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윤아 보세요. 겸손하잖아요. 이렇게.(웃음) 근데 저는 저와 함께 붙는 신만 촬영하니까 준경으로서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어떻게 연기하는지 다 볼 수는 없잖아요. 라희와 있을 때 준경은 말수 없고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준경이 가족들과 있을 때 모습이 궁금했거든요. 근데 현장에서 보고 좀 놀랐어요. 걱정된다고 했던 신이 있는데 눈물을 뚝뚝 잘 흘리는 거예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뭐야’ 했어요. 정민 아니야. 윤아 아유, 맨날 이렇게 아니라고 말하는데 적어도 그때 제가 본 배우 박정민은 내가 알던 그 박정민 맞구나.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자 박정민…. 정민 그만해…. 윤아 그런 분에게 칭찬받아서 기분 좋았어요. 고맙고요.

영화에서 작은 시골 마을에 간이역을 세우는 일이 인물에게 주어진 지상 과제예요. 인생의 어떤 순간, 그 일이 삶의 전부인 사람들의 이야기고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두 분에게도 그런 순간, 절실히 뭔가를 해내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나요? 정민 아직도 계속 그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루지는 못 한 것 같고. 간이역을 짓고 있는 거죠. 계속 그런 과정에 있지 않을까요? 매일매일 현장에 나가면서 잘하고 싶죠. 근데 매일매일 잘할 수가 없으니까 좌절하고. 그러다 또 내일 잘해보자고 다시 용기 내는 과정의 연속인 것 같아요. 근데 이렇게 (간이역) 만들다 말 것 같아…. 윤아 쉽게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일하며 현장에서도 그렇고 일상을 살아갈 때 늘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은 모든 면에서 내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하자고 스스로 다독여요. 그렇다 해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은 변치 않으니 대충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제가 아직 해보지 못한 일도 많더라고요.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많구나, 해볼 게 많이 남아 있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중인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을 대표하는 속성 중 하나가 ‘내가 아닌 남이 되어보는 것’일 텐데 이 점이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하나요? 정민 영향을 주죠. 맡은 역할이 사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오는지 그 정도는 배우마다 다를 테고, 또 역할에 따라서도 다를 테지만요. 저는 (이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는편은 아니에요.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어떤 현상에 대해 맡은 역할의 시선으로 한번 더 보고 생각해보려는 버릇은 있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 영역의 인물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몸담은 영역에 대해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도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도 있고요. 그럼에도 최대한 내 생활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려고 해요. 오히려 내 일상을 더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작품마다 역할마다 영향을 받죠. 윤아 타인의 삶, 다른 인물로 살아보는 것이 임윤아라는 제 개인에게도 플러스가 되는 부분이 많아요. 캐릭터의 직업에 따라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잖아요. <기적>만 해도 사투리를 배워야 했는데 촬영이 끝나도 봉화 사투리를 연기했다는 게 저에게 남잖아요. 이런 식으로 알게 된 것들이 쌓여가는 거죠. 그게 결국 저의 재산처럼 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저에게 남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게 쌓여가는 게 좋아요.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따뜻한 이야기가 주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두 사람 모두 다양한 장르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렇게 양념이 덜 된, 담백한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정민 그간 참여한 작품을 되짚어 보면 장르적인 영화가 많더라고요. 작고 따뜻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에 참여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강렬한 소재의 영화를 보며 열광했고, 그래서 그런지 그런 작품이야말로 굉장히 영화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 역시 충분히 영화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윤아 따뜻함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감정에 마음을 쓰게 되니까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몇 번을 울컥했는데 읽고 또 읽어도 비슷한 지점에서 계속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참 신기했어요. 나 혼자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특히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관객분들에게 온기와 희망을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