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끌레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 영화 좋은사람 이효제

셔츠와 블랙 재킷 모두 네이비 바이 비욘드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FILMOGRAPHY

열한 살 어린 나이에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조진웅 배우가 연기한 ‘상연’의 아역으로 배우 세계에 입문했다. 이후 <사도> <검은 사제들> <덕혜옹주> <가려진 시간> 등의 작품에서 어떤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기점이 되는 어린 시절을 선명하게 연기해냈다. 그리고 <홈>과 <좋은 사람>을 통해 온전한 한 인물을 그려내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넓혀가는 중이다. 열여덟, 7년 차 배우 이효제가 쌓아온 시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한 <좋은 사람>이 개봉했습니다. 작품에서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학생 ‘세익’ 역을 맡았어요. 시나리오를 무척 재미있게 읽어서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작품이었어요. 제가 연기한 세익이라는 인물에 공감을 많이 했거든요. 저도 세익처럼 큰 사건이 닥쳤을 때 무섭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더라고요. 겁이 많은 점이 저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세익을 연기하는 내내 어떻게 하면 관객도 저와 같은 마음을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생각보다 제 연기를 잘 담아주셨더라고요. 뿌듯했습니다.

세익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의 시간을 거쳤나요? 감독님께서 제 성격과 닮은 부분은 제가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라고 하셨어요.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는 세익의 배경과 서사는 감독님과 수시로 상의하면서 이해했지만, 세익이 느끼는 감정에는 혼자서 제 감정과 비교하면서 다가갔어요.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 외에도 세익에겐 전조가 될 만한 여러 사건이 있었을 거예요. 그 사건들을 겪으면서 차츰 위축되었을 거라고 이해하면서 세익을 연기했어요.

세익의 나이가 열일곱 살로 설정되어 있죠? 네, 고등학교 1학년. 촬영 당시 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시기였어요. 영화로 먼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거죠.(웃음) 막상 해보니 교복만 다르고 중학교랑 큰 차이는 없더라고요.

 

마리끌레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 영화 좋은사람 이효제

스티치 포인트 니트 셔츠와 팬츠 모두 배리(Barrie), 오버사이즈 코트 네이비 바이 비욘드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슈즈 코스(COS).

마리끌레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 영화 좋은사람 이효제

그레이 롱 코트 에잇 바이 육스(8 by YOOX), 블랙 니트 스웨터 미하라 야스히로 바이 매치스패션(Mihara Yasuhiro by matchesfashion), 와이드 팬츠 코스(COS),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연기를 열한 살 때 시작했다고요. 네. 맞아요. 이제 7년 됐어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기억을 되짚어보면, 어떤 마음이었나요? 그때 저는 지금과 달리 나서는 걸 좋아했어요. 처음엔 무대에 서는 가수가 되고 싶었죠. 특별하고 멋있어 보였거든요. 재미있는 게 그를 위한 준비로 음악 학원이 아니라 연기 학원을 갔어요. 부모님께서 자신감도 키우고, 표현법도 배우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런데 막상 하니까 연기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저만의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게 신기했고, 무엇보다 연기할 때 저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게 좋았어요. 꿈을 급선회해서 배우로 오디션을 봤고, 처음 참여한 영화가 <우리는 형제입니다>예요. 그 작품을 촬영하면서도 학원 다닐 때처럼 재미있었던 기억밖에 없어요.

부모님이 연기 학원에 보냈다는 건 재능을 알아보셨던 걸까요? 네.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땐 자신감 있게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그래서 어려웠던 것은 각각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마냥 신나서 연기한 것 같아요. 잘한다는 칭찬도 받았고, 저 스스로도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어려움을 겪은 건 3~4년 지난 후부터였어요. 사실 어릴 때는 슬프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어요. 너무 쉽게 빠져들고 또 쉽게 빠져 나왔어요. 그런데 커가면서 점점 연기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고민도 많았어요. 아마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았을 과정이겠죠. 어릴 때는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구체적으로 해주셨다면, 클수록 제가 혼자 해야 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전에 하던 방식대로 하려니까 안 되고 부딪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더 흘러서 고민은 많이 사라졌고, 지금은 다시 제 연기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뀐 시기는 언제였나요? <홈>을 찍고 난 이후에 한동안 작품을 별로 하지 못했어요. 그때 공백기가 생기면서 이전처럼 감정이 자유롭게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였는데, 새삼 연기가 이렇게 어려운 건가 싶더라고요.

사춘기를 겪은 건가요? 네. 지금 생각하면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였어요.

그 시기를 지나서 만난 작품이 <좋은 사람>이겠네요. 네. 그때 이 작품을 운 좋게 만난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에 참여하면서 제가 시도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어요. 제게는 회복의 계기가 된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마리끌레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 영화 좋은사람 이효제

니트 톱 코스(COS), 보머 재킷 네이비 바이 비욘드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데님 팬츠 아워레가시 바이 매치스패션(Our Legacy by Matchesfashion).

마리끌레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 영화 좋은사람 이효제

화이트 니트 스웨터와 데님 팬츠 모두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좋은 사람>을 통해 아역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글쎄요. 그간 해온 일을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그냥 앞으로 더 신뢰를 주는 연기를 하면 저를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해요.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나요? 코믹한 작품을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툭 하고 던지는 말이 웃긴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남을 웃기는 데에 욕심이 있나 봐요. 네. 웃기는 거 좋아해요. 그런데 잘 못 웃겨요. 친구들이 맨날 재미없대요.

스스로 생각할 땐 어떤 것 같아요? 재미있는 사람 혹은 지루한 사람. 항상 바뀌어요. 기복이 심한, 하하. 아직 제 성향을 잘 모르겠어요. 어릴 땐 밝고 튀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중학생 때는 좀 조용해졌다가 지금은 다시 시끄러운 쪽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네. 계속 그 생각을 해요. 어른이 되면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른이 되면 어떤 경험을 하고 싶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술 마시는 장면이 종종 나오잖아요. 만취하는 모습도 있고. 저는 취한다는 느낌이 뭔지 모르거든요. 그 기분이 궁금해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밤새 같이 얘기하면서 놀아도 보고 싶어요. 지금은 외박하려면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제약이 많거든요.

20대의 나를 상상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요?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연기를 하고 있을 거예요. 잘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제 연기를 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연기를 잘한다는 건 뭘까요?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감이 되는 연기 있잖아요. 그게 잘하는 거 아닐까요.

어릴 때 연기로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했잖아요. 지금 배우로서 궁극적으로 듣고 싶은 칭찬은 무엇인가요? 잘생겼다. 연기 잘한다.(웃음) 뻔한 말이어도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