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December Issue

늘 이맘때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내가, 나아가 우리가 어떠한 한 해를 보냈는지에 대해 곱씹어보게 되니까요. 저 역시 지난 한 해의 구글 캘린더를 살펴보며 감회에 젖었습니다. “마리끌레르가 서른 살 생일을 맞이한 2023년에 참 많이도 분주했구나” 하면서 말이죠. 하루에도 수많은 스케줄을 표기한 색색의 바가 즐비하고, 특히 빨간색으로 중요 행사와 미팅에 알림을 지정한 날이면 날 선 긴장감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죠. 마리끌레르 팀 역시 ‘서른이란 마리야’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요.

그중 3월호, 다름아닌 30주년 기념호를 위해선 수많은 셀러브리티 및 브랜드와 협업해 멀티 커버를 선보이고 실감형 콘텐츠로 성수 디지털 팝업을 열었죠. 나아가 그 수익금을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과 나눈 순간도 떠올려봅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계기로 만나 뵌 유니세프 전 사무총장님이 한국이 개인 기부 모금액이 많은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정(情)’이라는 한국적 정서가 ‘나눔’을 위한 진심의 기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러한 나눔의 연장선상에서 <마리끌레르> 12월호를 특별하게 채운 BH엔터테인먼트 배우 17인의 유니세프 팀 캠페인 화보는 그 울림을 널리 전합니다. 할머니께서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기부와 봉사에 관심이 생겼다는 한지민 배우의 인터뷰를 함께 떠올리며…. 이처럼 오늘 우리의 행동이 또 다른 누군가 에게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전하는 프로젝트가 되길 기대합니다.

제가 <마리끌레르> 편집장으로서 시간을 보낸 지도 어느새 1년 반이 흘렀습니다. 총 열여덟 번의 ‘에디터스 레터’를 쓰면서 매번 고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달 실리는 주옥같은 콘텐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잘 알리고, 폭풍 같은 마감과 너무나도 특별한 마리 모먼트를 생생하게 전할까 하고 말이죠. 또 어떤 날은 앞으로 펼쳐질 프로젝트와 마리끌레르의 새로운 비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 고요.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호의 에디터스 레터는 모든 걸 내려놓고, 한 해 동안 수고한 마리 팀에 보내는 연서를 남기고자 합니다. 조금 떨리고 부끄럽지만 마음을 담아.

“디어 마리 팀, 우당탕탕 정신없이 분주하게 보낸 한 해가 어느새 저물어갑니다. ‘강인하고 우아한 목소리를 내는 동시대적 패션 매거진’을 모토로 우리 모두는 시대와 호흡하며 씩씩하게 나아갔습니다. 때론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 숨차게 달리지 말고 사뿐 날아오를 수 없을지 궁리했고, 또 다 함께 현명한 꾀를 내어보자고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긍정과 신뢰의 눈빛을 보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연말엔 편집부에 캐럴을 틀어놓은 채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로 한 해를 마무리하자고 하면서도… 2024년 새해를 위한 계획을 한 보따리 던져놓는 ‘일복 산타’인 나를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수많은 이슈가 끊이지 않은 한 해의 아슬아슬한 징검다리 를 건너 모두 건강하게 이 자리에 있어 참 다행이고, 함께 새해를 준비할 수 있어 든든합니다. 아듀, 30주년! 그리고 곧 다가올 30+1의 새로운 시작을 우아하고 씩씩하게 함께 맞이해봅시다.”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