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사운드가 지닌 에너지.
박성효 대표와 엠플의 사람들이 만든 음악 페스티벌,
리스펙과 톤앤뮤직의 중심에는 이 힘이 담겨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리스펙 페스티벌(RESFFECT Festival)과 작년에 첫선을 보인 톤앤뮤직 페스티벌(Tone & Music Festival)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만, 엠플엔터테인먼트(이하 엠플)의 시작점은 훨씬 오래전입니다. 이 신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선택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창업하기 전에 공연장에서 무대감독으로 일했고, 음악 & 엔터테인먼트 방송국인 채널 V에서 PD로도 근무했어요. 보통은 방송이나 라이브 콘서트 둘 중 한쪽에 편향된 일을 하기 마련인데, 저는 운 좋게도 두 가지를 다 경험한 거죠. 그 덕분에 더 매력적인, 진심으로 좋아서 할 수 있는 방향을 택할 수 있었는데 그게 라이브 무대였어요. 그래서 회사를 만들고 콘서트 기획 및 제작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제 작품을 하고 싶은 열망이 생기더라고요. 같은 라이브 무대라도 뮤지컬이나 연극은 연출이나 작가가 도드라지기 마련인데, 콘서트는 뮤지션의 인장이 강하게 보이는 형태잖아요. 그래서 좀 더 기획이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고, 그에 적합한 걸 찾다 보니 페스티벌이라는 답이 나오더군요. 그렇게 여러 시도 끝에 만든 우리의 브랜드가 리스펙과 톤앤뮤직이에요.

리스펙과 톤앤뮤직을 기획하고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기준으로 삼은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엠플의 인장이자 여타 페스티벌과 차별점이 될 수 있는 기준점이요.

시작할 때 그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페스티벌이 무척 많은데 이 중에 어떻게 하면 우리만의 것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 같아요. 엄청 여러가지 방식을 생각했는데, 결국은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답에 이르게 되더라고요. ‘음악’이었습니다. 푸드나 아트가 아니라 음악 페스티벌이잖아요. 공연 외에 다른 콘텐츠도 집약되어 있는 게 페스티벌이지만,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놓고 음악이 해결이 안 되면 장수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거죠.

단순 명료한 답이지만, 실은 가장 어려운 정공법을 택한 셈인데요.

맞습니다. 애초에 힘든 길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브랜딩 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준비할 것도 많고, 게다가 돈도 많이 드는 선택이었죠.(웃음) 그렇지만 음악을 중심으로 해서 제대로 만들고, 그게 쌓이고 쌓이면 변화무쌍한 이 신에서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그럼 음악을 어떻게 제대로 들려줄 것이냐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풀 밴드 라이브였고요. 우연히 켄드릭 라마의 LA 공연 영상을 보게 됐는데, 밴드 라이브 사운드에 맞춰서 랩을 하는데 거기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엄청난 거예요. 그걸 보고 꼭 록 밴드가 아니더라도 힙합이나 R&B 뮤지션도 밴드 라이브 사운드를 기반으로 공연을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기준을 만든 거죠. 노래나 랩 외에 사운드까지 100% 라이브로 하는 것. 여의치 않은 상황을 제외하곤 매년 이 기조를 잃지 않으려고 모든 구성원이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렇게 기준을 지키길 잘했다 싶은 순간은 역시 관객이 페스티벌을 즐기는 모습을 마주할 때일까요?

MR로 하는 거랑 밴드 라이브에 맞춰 하는 건 그 힘이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이 말의 효용성은 실제로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거잖아요.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도, 관객도 이를 탁 하고 알아채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역시 틀리지 않았다’ 싶어요.(웃음) 그리고 이영지나 빅나티, 비오 등 저희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라이브 밴드 무대를 경험한 뮤지션들이 있어요. 이들이 이후의 공연에 밴드 사운드를 계속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같이 성장하고 있구나 싶고요.

리스펙과 톤앤뮤직, 두 페스티벌은 100% 라이브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점은 동일하되 그 안에 담긴 콘텐츠는 다릅니다. 두 페스티벌의 차별점을 어떻게 상정하고 구상하나요?

기본적으로는 장르에 차이를 둡니다. 리스펙은 힙합을 기반으로, 톤앤뮤직은 R&B 소울을 메인 장르로 잡았어요. 그렇게 장르를 달리하니까 자연스럽게 페스티벌의 무드가 정해지더라고요. 리스펙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친구나 연인끼리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편이에요. 이와 달리 톤앤뮤직이 추구하는 장르는 훨씬 더 다양한 세대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실제로 가족 단위 관객 비중이 많은 편이고, 피크닉 형태로 즐기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 점을 고려해 세부 콘텐츠를 구성하는 편이에요.

매해 라인업을 꾸리면서 생각하는 방향이 있다면요?

페스티벌을 만드는 사람이면 누구나 고심하는 부분일 거예요. 라인업은 티켓 판매와 직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티켓이 잘 팔리는 아티스트를 섭외하느냐, 아니면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 스타일에 맞는 아티스트를 섭외해야 하느냐 매번 이 굴레에 빠지죠. 궁극적으로는 후자를 향해 가긴 하지만 지금은 두 가지를 다 놓고 라인업을 짜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부분에서도 세워둔 나름의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라인업을 꾸리는 게 관객에게 추천할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는 것과 같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익히 알고 있는 곡도 필요하지만 그 아티스트의 음악 중에서도 못 들은 좋은 곡이나 혹은 새로운 아티스트의 음악도 있어야 플레이리스트가 더 풍성해진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밸런스, 흐름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누구든 초대할 수 있다면, 엠플이 만드는 페스티벌 라인업에 어떤 뮤지션의 이름을 올리고 싶나요? 꿈의 라인업이요.

아마 이 뮤지션들을 얘기하면 저희가 각 페스티벌에서 어떤 음악을 선보이고 싶은지 단번에 이해가 될 거예요. 톤앤뮤직은 코린 베일리 래, 조자 스미스, 앤더슨 팩, 그리고 마룬5의 키보디스트인 PJ 모턴이고요. 리스펙은 힙합이니까 켄드릭 라마, 포스트 말론이죠.(웃음) 그냥 꿈입니다.

모를 일이죠. 톤앤뮤직과 리스펙이 더 확장되고, 오래 이어진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브루노 마스, 폴 매카트니도 한국에 오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시선을 페스티벌 만드는 사람으로 돌려보겠습니다. 기획자의 주요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첫째는 페스티벌의 컨셉트를 잘 이해해야 해요. 모든 콘텐츠는 기준이 되는 컨셉트에서 파생하는 것이니까요. 둘째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 음악은 물론이고, 미식이나 패션 등에서도 지금 중심에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해요. 마지막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뭐든지 아무리 좋아서 시작해도 결국은 그만하고 싶을 때가 오잖아요. 특히나 페스티벌을 만드는 일은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때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각보다 큰 동력이 돼요.

담대한 마음도 필요할 것 같아요. 변수를 필히 마주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 마음은 사건 사고가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장착됩니다.(웃음) 화재, 우천 등 안 겪어본 일이 없어요. 2022년에는 헤드라이너였던 크러쉬가 공연 당일에 코로나19 확진이 되어 취소한 적도 있어요. 관객 입장 30분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그날의 경험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이런 일을 숱하게 겪다 보니 덤덤해지더라고요.

최근 페스티벌 신에서 읽히는 흐름이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페스티벌 기획을 시작한 10년 전과 지금, 달리 읽히는 흐름이 있다면요?

전반적인 음악 시장이 스트리밍으로 집중되면서 개인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형태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반대로 같이 듣고, 공유하고자 하는 수요도 커진다고 보고 있어요. 팬데믹 때 온라인 공연이 많이 시도되면서 그게 앞으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할 거라 말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결국은 단발성으로 끝나거나 실패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게 라이브 무대가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했다고 생각해요. 시장은 분명히 계속 확장되고 성장할 거라고 예상해요.

국내 음악 페스티벌은 이미 포화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페스티벌을 만들어온 입장에서 걱정되는 부분도 클 것 같아요.

엄청 생각하죠. 당연히 자유경쟁 시장에서 긍정적 흐름이 읽힌다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어요. 그걸 막을 길도 없고요. 그렇지만 이게 건강하지 못한 경쟁이 되어버리면 음악 페스티벌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겠다 싶어요. 관객이 페스티벌 자체에 불신을 가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앞서 얘기한 대로 힘들고 어려워도 고집스럽게 기준을 잡고 나아가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페스티벌에 가면 좋은 음악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이게 명제가 되면 누가 나와도 상관없고, 어떤 변수가 생겨도 그 브랜드를 믿고 사람들이 와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관객으로서는 어떤 페스티벌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순수하게 관객으로 즐기게 되진 않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구성이 잘되어 있는지, 운영은 매끄러운지를 보게 돼요. 그런 면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작년에 후지 록 페스티벌에 다녀왔거든요. 1997년에 시작해서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렇게 오랜 역사를 축적한 페스티벌에 가보면 뭔가 안정감이 있어요. 만드는 사람도, 즐기는 관객도 이 페스티벌을 이해하고 있어서 뭐든 자연스러운 느낌이랄까요. 언젠간 우리 페스티벌에도 이런 편안함이 느껴지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매해 페스티벌을 다 치르고 나면 어떤 마음이 남나요?

늘 어디로 도망가고 싶습니다. 되도록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으로요.(웃음) 페스티벌을 하면서 생긴 루틴 중 하나가 끝나면 짧게라도 무조건 여행을 가는 거예요. 그래야 환기가 되고 다음을 준비할 동력이 생기더라고요. 여행지에서 얻는 인사이트가 있기도 하고요. 올해도 어디든 가자 싶은데, 유럽 쪽 페스티벌에 가보고 싶어요. 후지 록 페스티벌에도 한 번 더 가볼까 싶고요. 결국은 떠나는 것도 페스티벌로 향하게 되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