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2023 April Issue

여러분, 봄이 오는 길목에서 모두 평안한 한 달을 보내셨나요? 저는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던 3월호 마감을 치른 후에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시차를 넘나드는 강행군을 마치고, 바로 4월호 마감을 맞이했습니다.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가진다’는 아이러니처럼 수많은 경험 속에서 생각나는 몇몇 순간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우선 #대단했단마리야로 귀결될 수 있는 마리끌레르 30주년 기념 16종 커버 프로젝트로 업계의 많은 분에게 열띤 축하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진행한 #서른이란마리야 성수동 디지털 팝업 전시에는 약 2주 동안 3천3백여 명이 방문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현장에서 30주년 프로젝트에 참여한 셀러브리티들의 선한 영향력이 담긴 실감형 콘텐츠 영상을 감상하고, 직접 <마리끌레르> 커버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만끽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제 마음까지도 흐뭇하게 했죠. 무엇보다 현장 포스팅을 통해 튀르키예 지진 재난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설명에 한 아빠와 아들이 폰을 쥔 채 열심히 손을 움직이던 따스한 장면은 잊히지 않습니다. 얼마 전,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팀과 기부 전달식에서 만나 뜻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개인 기부 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설명은 뭉클한 기분을 안겨주었습니다. 마리끌레르 코리아는 지난 30주년 커버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수익금 중 일부를 유니세프의 식수 위생 사업과 세이브더칠드런의 학대 피해 아동 심리 정서 지원 사업에 후원하며 앞으로도 미디어적인 후원을 지속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우선 매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과 11월 19일 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마다 그 메시지를 되새기며 인식 향상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세상을 대하는 포용과 진실된 목소리를 내는 ‘저널리즘’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올해 초, 서울에서 열린 마리끌레르 인터내셔널 포럼 현 장에서 마리끌레르 인터내셔널의 수석 콘텐츠 디렉터 갈리아 루팡은 모든 마리끌레르 에디션의 타이틀이 지닌 가치로 다음을 언급했습니다. Journalism, Inclusivity & Intimacy, Women Empowerment, Mindful Consuming. 이 중 가장 먼저 언급한 ‘저널리즘’은 마리끌레르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요즘 최고의 이슈가 되고 있는 ‘챗GPT’에게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저널리즘적 위상에 대해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매거진은 패션, 뷰티, 문화, 사회문제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패션과 양성평등, 보디 포지티브 등에 관한 기사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보다 깊 이 있게 다룬다. 또한 독자들에게 세상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 그들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영감을 준다.” AI 챗봇이 생각 이상으 로 똑똑하더군요.
그럼 이제 파리 패션위크 출장 이야기를 해볼까요? 설레던 팝업 전시 오프닝을 마치고 며칠 뒤 파리에 당도하니 마치 해가 없는 겨울 왕국에 온 듯했 습니다. 으슬으슬한 유럽의 추위를 뚫고 찾은 쇼장은 낯설고도 낯익은 느낌이 들었죠. 가는 곳마다 K-셀러브리티의 활약과 인기는 대단했고, 마리끌레르 에디터들 역시 고군분투하며 생생한 코멘트 영상을 담아 소개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패션위크 출장의 마지막 날, 짬을 내 파리 팔레 갈리에 라에서 펼쳐진 <1997, 패션 빅뱅(1997, Fashion Big Bang)> 전시를 감상했습니다. 당시의 역동적인 패션 신은 현재 정점을 달리는 디자이너들의 젊은 모습을 엿보게 하는 한편 패션이 쇼 자체로도 얼마나 가슴 뛰는 순간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는지를 상기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쇼 영상마다 등장하는 프런트 로의 프레스들이 저마다 노트에 열심히 쇼에 대한 감상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 파리 컬렉션을 가기 전, 첫 에디터스 쇼 노트를 고심하며 골랐으니까요. 룩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다음 시즌의 트렌드를 감지하고, 감탄의 마음까지도 꾹 꾹 노트에 눌러 담던 그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며 프레스의 비평보다는 바이럴 자체가 브랜드의 인기를 판가름하는 시대가 되었고, 패션 저널리스트가 비평을 한 쇼에 입장을 금지당하는 등 패션업계의 특별한 접대 방식은 펜을 쥔 그들의 손을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심지어 한 디자이너는 인스타그램 덕분에 패션 평론가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고, 자신은 오로지 자신의 룩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 옷을 만든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죠.
사람들이 더 이상 패션 비평을 통해 컬렉션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스스럼없이 하트를 날리는 시대에 패션 매거진이 지향해야 할 ‘저널리즘의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목한 사실은 패션 산업이 더 책임감 있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매거진의 저널리즘적 성향을 반영하는 역할이라는 점입니다. 사회와 문화적 담론에 영감을 주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주변 세상에 대해 조금 더 비판적 관찰력을 기르도록 독려하는 일 말이죠. 일례로 전 세계의 마리끌레르는 업계에서 일하는 리더들의 긍정적인 목소리를 분별 해내고, 패션과 뷰티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을 담은 자구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시즌 패션위크에서 많은 브랜 드가 다양한 인종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하고, 다양한 신체 사이즈를 가진 여성을 위한 룩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많은 미디어와 개인이 ‘보디 포지티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덕분일 것입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관점으로 동시대 이슈를 바라보며 세상이 더 건강하게 변해가도록 목소리를 내는 일. 이처럼 ‘강인하고 우아한 목소리를 내는 동시대적 패션 매거진’을 지향하는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저널리즘적 행보는 앞으로도 두려움 없이 지속될 것입니다. ‘WORLD’를 주제로 한 <마리끌레르> 4월호, 여러분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해주세요.
<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