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영화. 매년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지는 이 관계의 족적은 제77회 칸영화제에서도 수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샤넬과 영화의 인연에 대해 얘기하자면, 무려 90여 년 전인 193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패션과 접점을 이루며 꿈을 펼치기에 가장 완벽한 예술의 형태가 영화임을 누구보다 앞서 이해한 가브리엘 샤넬은 1931년 무성영화계의 스타 글로리아 스완슨을 비롯한 배우들의 의상을 제작하기 위해 할리우드에 당도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샤넬과 영화가 함께한 여정의 시작점이 됐다. 이후 장 콕토, 루치노 비스콘티, 루이 말, 알랭 레네 등 거장들의 친구이자 후원자로서 의상을 담당하며 샤넬과 영화의 관계는 공고해졌다.

이 관계는 열렬한 영화광이던 칼 라거펠트의 시대로 이어지며 더욱 긴밀해졌다. 그가 촬영한 캠페인에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페넬로페 크루즈, 틸다 스윈턴 등의 유명 배우들이 등장했고, 나아가 그는 샤넬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화에 바치는 샤넬의 헌사는 버지니 비아르의 지휘 아래에서도 지속되었다. 마리옹 꼬띠아르, 저우쉰, 김고은, 고마츠 나나, 계륜미, 마가렛 퀄리, 릴리로즈 뎁 등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는 배우들을 샤넬의 친구로 맞아 관계를 다져나가고 있다. 또한 레오 카락스, 올리비에 아사야스, 그레타 거윅 등 아티스트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있으며, 세계 유수의 영화제나 명작의 복원 사업, 개봉 지원에도 참여하며 영화 세계의 확장과 발전에 힘을 싣고 있다.

  

이토록 오랜 시간 영화로운 세상을 꿈꿔온 샤넬은 올해도 어김없이 칸영화제 곳곳에서 영화 친구들과 함께했다. 개막 다음 날인 5월 15 일에는 경쟁 부문에 오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신작 <메갈 로폴리스(Megalopolis)>의 프리미어 상영과 레드카펫 행사에 참 여해 10년 만에 새 영화를 들고 칸영화제를 찾은 거장의 행보를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밖에도 샤넬이 제작을 지원하거나 등장 인물의 의상을 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동참한 영화들이 제77회 칸영화제에 초청되어 첫 상영을 하게 되었다.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 독의 <마르셀로 미오(Marcello Mio)>는 경쟁 부문에 올랐으며, 제시카 팔뤼드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마리아(Maria)>는 칸 프리미어, 아르노 데스플러생 감독의 <스펙타토어!(Spectateurs!)>는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대되어 영광스러운 시간을 가졌다.

고전의 미학을 사랑하는 샤넬의 행보는 칸 클래식 부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자크 드미 감독의 뮤지컬영화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과 그로부터 20년 뒤 제3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 상을 받은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Paris, Texas)>, 각각 60주년과 40주년을 맞은 영화 두 편의 복원을 도와 다시금 지금의 극장으로 인도했다. 드뷔시 극장을 찾은 빔 벤더스 감독은 상영 전 복원에 큰 지원을 해준 샤넬과 FFE에 감사를 표하 며, <파리 텍사스>가 계속해서 전 세계 영화관을 여행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 외에도 경쟁 부문에 오른 두 편의 영화,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Kinds of Kindness)> <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와 함께 칸영화제를 찾은 샤넬의 앰배서더 마가렛 퀄리를 비롯해 나탈리 엠마뉴엘, 에바 그린,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 까뜨린느 드뇌브, 미키 매디슨, 그리고 심사위원 그레타 거윅 감독까지 매일 샤넬의 영화 친구들이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의 레드카펫에 오를 때 의상을 지원하며, 아름답게 반짝이는 순간을 함께했다. 샤넬과 영화. 매년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지는 이 관계의 족적은 제77 회 칸영화제에서도 수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스크린 안팎에서 쉼 없이 영화에 헌사를 바치는 샤넬의 행보는 올해도 모두의 영화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제시카 팔뤼드 감독의 영화 <마리아>로 제77회 칸영화제를 찾은
배우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는 고혹적인 샤넬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배우 에바 그린.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의 포토콜에서 와이드 햇과 블랙 드레스로
특유의 매력을 드러낸 샤넬의 앰배서더 마가렛 퀄리.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오른 루나르 루나르손 감독의
영화 <웬 더 라이트 브레이크스(When the Light Breaks)>의 주연배우 엘린 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