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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전공하기 전 빈에서 국제경영학을 공부했다고 들었다. 사실 어릴 때부터 패션 디자인을 배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경제학을 공부하길 원하셨기 때문이다. 빈에서 국제경영학 MA를 마치고 나서야 베를린 에스모드에 들어갔고, 어릴 때부터 그토록 원했던 패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 후에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도 수학했다. 하지만 그 때 부모님이 경제학 공부를 강요했던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두 가지를 모두 끝낸 지금에야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으니까.

파리, 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 컬렉션을 소개했는데, 최종적으로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도시가 당신의 작업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베를린은 내 컬렉션의 시작점이고 나를 처음부터 믿어준 곳이자 나에게 많은 기회를 준 도시다. 무엇보다 베를린은 전 세계의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러니 지금 나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홈베이스는 없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알렉산더 맥퀸을 꼽았다. 그의 세계관이나 알렉산더 맥퀸에서 인턴십을 한 경험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알렉산더 맥퀸에서 인턴십을 한 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만약 꿈을 이루고 싶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나는 하루에 18시간씩 일했고, 스스로 100% 만족하기 전까지 절대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다시 말해, 완벽하지 않다면 어떤 것도 보여주지 말라는 것. 나의 첫컬렉션을 만들 때도 알렉산더 맥퀸을 항상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차고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첫 컬렉션을 완성했다. 우리 집 주방이 온통 패브릭과 패턴과 샘플로 뒤덮여 있을 때, 가슴 한편에 담겨 있는 그의 일화가 큰 위로와 힘이 됐다.

옷이라기보다 사람의 몸을 본뜬 조형물에 가까운, 아방가르드한 옷들이 눈에 띈다. 나무, 금속, 가죽 등으로 만든 정형적인 코르셋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나는 처음부터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기존의 무언가에서 힌트를 얻고 그것을 재건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몰드를 만들기 위해 가죽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과 가죽 자체가 지닌 유니크한 특징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가죽에 이토록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가죽을 무척 사랑한다. 가죽은 어떤 아이템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소재다. 또한 오늘날까지도 누군가에게 일종의 신화이자 갈망의 대상이다. 종종 가죽으로 작업하는 것이 ‘페티시’라는 코드와 연결되곤 하는데, 어떻게 보면 나 역시 이 소재에 페티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가죽을 베지터블 태닝으로 가공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속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생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죽 코르셋 같은 조형적인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어떤가? 이 작업은 가장 먼저 가죽을 적시는 것에서 시작된다. 젖은 가죽을 원하는 틀에 올린 후 몇 시간이고 문지르면 딱딱하고 정형적인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 작업은 내가 원하는 만큼 볼륨이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그 후엔 이 가죽을 말리고 폴리싱해 마감한다. 원하는 색감을 내기 위해서 색칠하고, 사포로 문지르는 과정을 다섯 차례 정도 반복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가죽을 에어 브러시 아틀리에로 가져가 다시 열 번 정도의 래커 칠을 거친다. 가죽의 컬러가 마음에 들게 나오면, 이후는 어떤 디테일을 더하는지에 따라 과정이 달라진다.

벨트를 이어 붙인 듯한 디테일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모티프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벨트는 나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별히 이 모티프를 통해 내 작업이 유명해지기를 기대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결국 이것이 바로 나만의 럭셔리 코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디테일 때문인지 당신의 지난 작업물들을 볼 때 ‘갑옷’, ‘속박’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내 작품을 방패나 갑옷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사실 나는 맨 처음 정형외과적 관점에서 이것들을 디자인했다.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 앞에 똑바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척추’ 같은 무언가라고 할까.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은? 나는 확실히 오브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대단히 많은 여러 가지 소스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것은 때때로 아이들의 책일 수도 혹은 어떤 사진이나 대화, 캐릭터일 수도 있다.

 

2016 S/S 컬렉션은 굉장히 싱그럽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교한 장식으로 뒤덮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군주제의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여기에 여름 꽃에 대한 나의 취향을 반영했다. 18세기에서 가져온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앞서 말한 정형외과적 요소를 우리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새롭게 포장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번 컬렉션에서는 핸드백과 백팩 같은 액세서리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가죽으로 만든 플라워 디테일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 꽃 들은 모두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었다. 당신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틀리에에서 보냈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이 꽃을 만들었던 것 같다.(웃음) 하지만 이 가죽 꽃들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부드러운 악센트를 보니 노력할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2016 F/W 컬렉션은 부드러운 패브릭과 단단한 가죽의 조화, 뉴트럴 컬러의 매치가 절묘하다. 2016 F/W 컬렉션은 혼자서 대서양을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 에밀리아 이어하트(Amelia Earhart)에게 영감을 받았다. 이 강인한 여성은 내가 이번 시즌 표현하고 싶어 한 모든 것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많은 패션 피플과 셀러브리티에게 사랑받고 있다. 인기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예술적인 부분과 유니크한 면모를 모두 보여주는 것을 모토로 하기 때문에, 패션쇼를 선보일 때 상업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각각의 피스가 유난히 눈에 띄기도 하고 비주얼적으로도 크게 어필하는 면이 있다. 셀러브리티들이 중요한 자리에 나설 때, 이런 요소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

당신의 작업을 좋아하는 유명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는다면? 레이디 가가! 그녀는 나의 첫 컬렉션을 주문한 최초의 셀러브리티다. 언론에 나의 작업이 알려지기 전부터 말이다. 개인적으로 친밀한 사이는 아니지만, 내게 무척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인물이다.

꽤 다양한 도시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아시아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 지금 아시아에서 우리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두 곳인데, 홍콩의 하비 니콜스와 일본의 서번트다.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에 브랜드를 론칭하고 아시아 마켓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5년 뒤의 당신의 모습은? 프레스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2년 전만 해도 나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일들을 꿈도 꾸지 못했으니까.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기회와 긍정적인 피드백 말이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기적 같은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기에, 앞으로의 5년을 생각하면 무척 흥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