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키 진주의 대규모 생산지 중 하나인 나가사키 양식장. 조개 채묘부터 어린 조개의 생장, 그리고 진주 핵을 삽입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밸런스 링이 만들어지는 과정. 타사키는 독창적인 디자인부터 진주의 선별과 가공까지 전 과정을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진행하고 있다.

파도가 부드럽게 밀려드는 나가사키현(長崎縣)의 어느 해안. 바다 위에 띄운 나무 뗏목 아래에는 수십만 개의 바구니가 매달려 있고, 그 안에서 조개들은 묵묵히 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3월, 타사키의 초청으로 직접 마주한 나가사키 양식장은 브랜드의 진주가 살아 숨 쉬는 대규모 생산지 중 하나다. 1954년, 창립자 타사키 사쿠(田崎俊作)가 고베(神戶)에서 진주 양식을 시작하며 탄생한 타사키는 진주의 선별, 가공, 판매에 이르는 전 공정을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구축한 몇 안 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진주가 빛을 머금기까지의 모든 순간을 브랜드 안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타사키는 단순한 주얼리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생태계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나가사키에 위치한 양식장은 연중 잔잔한 물결과 영양분이 풍부한 바다를 품은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약 1백만 마리의 진주조개가 생장하고, 여름을 두 번 지나고 나면 ‘코시모노(Koshimono)’라 불리는 깊은 광택을 품은 진주가 만들어진다. 타사키는 해초나 기생생물을 일일이 제거하고, LED 조명을 이용해 플랑크톤을 배양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과 품질을 동시에 관리한다. 진주가 되는 핵을 조개 안에 이식하고, 다시 고요한 바다로 보내 생장기를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기간은 평균 1천2백 일. 그 시간 동안 무엇이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판단하고 채취하는 모든 과정은 사람의 눈과 손을 통해 이뤄진다.

나가사키 양식장을 돌아본 뒤 도착한 고베 아틀리에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원석이 하나의 아트 피스로 거듭나는 공간이었다. 타사키는 진주 층의 두께, 광택, 색, 형태, 표면의 상처, 크기 총 여섯 가지 기준을 적용해 가치를 매긴다. 작업대 위에 놓인 진주들은 광택과 크기, 색에 따라 정갈하게 나뉘었고, 장인들은 하나하나 손끝으로 만지며 가공을 이어갔다. 그들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지만, 그 안엔 오랜 경험과 단단한 기준이 응축돼 있었다.

이처럼 타사키가 다루는 건 재료가 아닌 ‘시간’이다. 그 안엔 바다의 호흡과 손끝의 정밀함, 그리고 브랜드가 쌓아온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가사키에서 마주한 그 바다의 잔잔한 수면처럼 타사키의 세계는 조용하지만 깊었다. 진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 건 아마 그 시간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밸런스 링이 만들어지는 과정. 타사키는 독창적인 디자인부터 진주의 선별과 가공까지 전 과정을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진행하고 있다.
장인이 데인저 팡 네크리스 제작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양식장에서 채취한 진주들은 고베 아틀리에에서 장인의 손을 거쳐 하나의 아트 피스로 재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