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BALENCIAGA)
10년간 발렌시아가를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의 마지막 쇼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가 54번째 발렌시아가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패션은 알고 있는 상념적인 것이 아닌 예기치 못한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였죠.
모두에게 새로움과 놀라움, 과감함과 패션의 미래를 선사했던 뎀나. 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기 위해 이자벨 위페르, 킴 카다시안, 나오미 캠벨, 에바 헤르지고바 등 반가운 얼굴들이 런웨이에 등장했습니다. 피날레 드레스 이후 박수와 함성 속에 등장한 뎀나의 인사는 더없이 강렬한 패션의 이정표를 우리의 가슴 속에 뭉클하게 남겼습니다.
샤넬(CHANEL)
깡봉가 31번지의 오뜨 꾸뛰르 살롱을 연상시킨 그랑 팔레.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샤넬 여사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했던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자연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풍요의 상징이자 샤넬 여사가 사랑했던 밀 이삭 모티프는 버튼과 깃털 장식, 주얼리 등에서 특별한 매력을 더했죠. 목가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의 샤넬 2025/26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지금 바로 감상해 보세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마침내 메종 마르지엘라의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존 갈리아노가 하우스를 떠난 뒤 지휘봉을 건네받은 글렌 마틴스는 하우스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독창적인 DNA를 주입한 아티저널 컬렉션을 선보이며 메종 마르지엘라의 새 챕터를 열었습니다.
글렌 마틴스의 데뷔 쇼인 2025 아티저널 컬렉션은 마틴 마르지엘라가 마지막으로 쇼를 선보였던 공간에서 펼쳐졌습니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꽃과도 같은 트롱프뢰유 기법은 글렌 마틴스가 와이프로젝트에서 선보이던 디자인과도 맥이 이어지는 듯했는데요. 고딕풍의 교회를 연상시키는 공간 연출, 거친 텍스처나 신체의 일부를 프린팅한 피스들처럼 공간을 비롯해 컬렉션 전반에 걸쳐 드러났죠. 옷의 구조적 변형에 일가견이 있는 글렌 마틴스답게 소용돌이치는 듯한 실루엣의 드레스에서 역량을 십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하우스의 정체성인 익명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착용자가 아닌 옷 자체의 본질에만 집중하게끔 하는 마스크는 다채로운 소재와 실루엣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전통을 이어나갔습니다. 재활용 소재들을 활용해 빈티지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점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죠.
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
이리스 반 헤르펜은 2025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Sympoiesis(공생)’를 주제로 한 피스들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의 상호 의존을 강조한 컬렉션이었는데요. 바다와 해양 생태계에서 영감받은 이번 컬렉션은 패브릭과 조명, 그리고 모델들의 움직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듯했죠.
레이저 빔이 쏟아지는 공간 속에서 흐르는 실루엣의 드레스를 착용한 무용수의 춤은 마치 쇼장을 부드럽게 유영하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했습니다. 이는 이리스 반 헤르펜의 뮤즈인 Loïe Fuller의 1890년대 퍼포먼스인 ‘Serpentine Dance’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퍼포먼스였습니다. 움직임과 환경 변화에 반응해 빛을 발하는 소재로 제작한 리빙 드레스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에어 패브릭이나 메탈 메시 소재로 제작해 부식된 산호를 연상케 하는 드레스는 현대적 기술이 집약된 피스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죠.
로버트 운(Robert Wun) & 빅터앤롤프(Viktor&Rolf) & 엘리 사브(Elie Saab)
로버트 운
어둠이 가라앉은 샤틀레 극장에서 펼쳐진 로버트 운의 네 번째 쿠뛰르 컬렉션. 지난해 멧 갈라 준비 과정에서 혼란과 긴장감을 느꼈던 로버트 운은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컬렉션을 구성했습니다. 과장된 크기의 칼라와 넥타이, 기능과 형태의 경계를 허무는 재킷 백, 볼레로 형태의 조형물, 머리 위에 얹어진 미니어처 마네킹 등 마치 초현실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피스들의 향연이었습니다.
빅터앤롤프
‘앵그리 버즈(Angry Birds)’라는 주제로 펼쳐진 빅터앤롤프 쿠뛰르 컬렉션은 15쌍의 대칭적인 룩들이 교차했습니다. 하나는 컬러풀한 깃털과 볼륨이 부풀어진 반면, 다른 하나는 순수한 형태만이 남아 대조와 균형을 정교하게 드러냈죠. 특히, 깃털은 패브릭으로 제작된 트롱프뢰유 조형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엘리 사브
엘리 사브는 18세기로 회귀하는 듯한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극적인 볼륨감과 당시 시대성이 반영된 스타일의 드레스들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향한 달콤한 오마주였죠. 핑크, 피스타치오, 민트, 머랭 등 꿈결 같은 색조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원단을 겹겹이 쌓아 올린 볼륨감, 드레스 위에 꽃이 수놓은 듯한 아플리케가 로맨틱한 무드를 자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