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에서 펼쳐지는 서브(웨이) 컬처, 샤넬의 2025/26 공방 컬렉션 쇼.


금일, 뉴욕 지하철역이 샤넬의 2025/26 공방 컬렉션을 위한 런웨이로 변모했습니다. 이번 쇼는 지난해 12월, 패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로 새롭게 합류한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선보이는 첫 번째 공방 컬렉션인데요. 블라지는 모두가 평등해지는 공간인 뉴욕 지하철을 무대로 삼아 샤넬만의 서브컬처를 감각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장소는 로어 이스트사이드의 바워리역 인근,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실제 지하철 승강장. 이 플랫폼을 그대로 쇼장으로 활용해 도심 속 정서를 그대로 녹여냈죠. 영화적 시선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사교계 인사부터 슈퍼 히어로, 10대와 노인, 일하는 여성과 쇼걸, 점심시간을 보내는 직장 여성, 바쁜 엄마들, 그리고 코코 샤넬(Coco Chanel)까지 다양한 인물 군상을 담아냈습니다. 각기 다른 삶의 단면들이 교차하며 하나의 장면처럼 펼쳐졌죠.
마리끌레르가 그 특별한 현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하우스의 오랜 앰배서더 지드래곤과 새롭게 합류한 에이셉 라키(A$AP Rocky)를 마주했는데요. 두 사람은 누구보다 자연스럽고, 또 자유롭게 블라지의 첫 번째 공방 컬렉션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오드리 누나(Audrey Nuna), 매기 강(Maggie Kang) 감독과도 이번 컬렉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그 생생한 순간을 지금 바로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이번 컬렉션에서는 1920년대의 아르데코적 화려함에서 2020년대의 실크 라운지 룩까지, 시대와 인물이 교차하며 공방의 장인정신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비선형적 서사가 펼쳐지는데요. le19M 공방의 정교한 노하우와 팝 문화의 생동감이 어우러지며, 유쾌하면서도 세련되고, 실용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파리와 뉴욕의 러브스토리가 완성됐죠. 공방 컬렉션답게 자수, 깃털·꽃 장식 등 아틀리에의 정교한 기술력을 드러내는 동시에,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감각이 더해져 샤넬만의 세련된 균형을 이뤘습니다.
정교한 자수로 완성된 란제리 데님은 새로운 감각의 웨스턴 룩을 떠올리게 하고, 남성 셔츠 모티프의 상의에는 샤넬 특유의 체인 장식을 더해 한층 무게감을 주었습니다. 전형적인 럼버잭 플란넬 패턴은 이번 시즌, 화려한 울 부클레 트위드 소재로 재해석돼 풍성한 질감과 시각적 임팩트를 더했죠. 또, 곳곳에는 장인의 손길과 함께 장난기 어린 위트가 더해졌는데요. 굴 모양의 미노디에르 안에는 진주가 숨겨져 있고, 에나멜로 장식된 원숭이 모양 너츠와 사과는 유쾌한 상상력을 그대로 담고 있죠. 흔히 볼 수 있는 관광 기념품 같은 오브제들도 샤넬 특유의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되며 고급스럽게 완성됐습니다.





또한 개성 강한 도시의 인물들과 ‘도심 속 정글’이라는 콘셉트, 그리고 도시를 살아가는 신비롭고 상징적인 동물의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장면도 인상적인데요. 르사주에서 특별 제작한 슬럽 텍스처의 우아한 레오파드 트위드를 입고 등장한 여성, 그리고 메종 미셸 모자 장인들이 만든 레오파드 모티프의 헤드피스를 쓴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죠. 또 다른 인물은 짧고 날렵한 실루엣의 블랙 샤넬 슈트를 통해 절제된 시크함을 드러냈습니다. 손에 든 황금빛 비늘 장식이 인레이된 클래식 블랙 플랩백은 금박을 입힌 악어가죽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텍스처가 돋보이죠.



1930년대식 바이어스 컷 실루엣을 따온 슬립 드레스는 한층 우아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반짝이는 물고기들이 겹겹이 배열된 아르데코 모티프의 자수는 몽텍스 공방의 장인들이 완성한 정교한 수작업으로, 드레스에 입체적 깊이를 부여하죠. 여기에 마사로의 수작업으로 탄생한 클래식 슬링백이 다양한 룩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데요. 이번 공방 컬렉션에서는 코코 샤넬이 디자인한 전통적인 키드 스킨 버전부터 현대적인 시어링 가죽에 애니멀 프린트를 더한 버전까지 폭넓게 선보이며, 하우스가 지닌 유산과 진화를 동시에 아우르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드러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1931년, 할리우드로 향하던 길과 돌아오는 길에 코코 샤넬이 뉴욕에 머물렀던 일화에서 영감받아, 여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컬렉션을 확장해냈습니다. 이번 2025/26 공방 컬렉션은 샤넬의 유산과 클래식, 그리고 현대 도시의 익숙한 인프라를 감각적으로 엮어낸 과감한 시도죠. 과거 라거펠트와 비아르 시절의 공방 컬렉션이 도시와 역사, 건축을 테마로 삼으면서도 여전히 우아한 상류층 여성을 중심에 뒀다면, 마티유 블라지는 시선을 보다 수평적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 즉 시민과 통근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샤넬을 일상 속으로 끌어왔죠.
우아한 풍경 속의 샤넬에서 도시 생활 속의 샤넬로 공방 컬렉션의 축을 옮긴 그의 접근은 지금 이 시대 샤넬이 닿고자 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데요. 마티유 블라지의 손끝에서 재구성된 샤넬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상과 호흡하며 진화해갈지, 그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