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도 이 트렌드에 합류했다.
지난 12월 4일, 지드래곤과 제이콥앤코(Jacob & Co.)가 ‘피스마이너스원 데이지 이어링’을 공개하며 대중의 시선을 단숨에 모았습니다. 옐로 사파이어를 세팅한 에디션부터 화이트 골드·옐로 다이아몬드 에디션까지, ‘데이지’라는 시그너처를 데일리로 착용 가능한 하이 주얼리의 언어로 번역했죠. 이번 협업 에디션은 단순히 셀러브리티의 이름을 빌린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하이 워치메이킹 메종이자 하이 주얼러로 불리는 제이콥앤코가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어떻게 현실로 끌어오는지 보여준 게임 체인저에 가깝습니다. 워치와 주얼리는 장식품을 넘어, 아티스트의 서사를 입은 하나의 문화적 세계관으로 진화를 거듭합니다.


GD와 제이콥앤코의 운명적 만남
보통 럭셔리 하우스와 앰버서더의 관계가 오랜 협상과 계약으로 천천히 쌓여 간다면, 지드래곤과 제이콥앤코의 만남은 마치 첫눈에 반해 단숨에 불붙은 인연처럼 빠르고 강렬했습니다. 그 시작은 2024년 10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출연 당시 착용한 약 1억 원대의 ‘데이지 브로치. 제이콥앤코 창립자 제이콥 아라보(Jacob Arabo)가 오직 GD만을 위해 제작한 제품인데요. 이 브로치는 두 사람의 결합이 미학적으로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시각적으로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죠.
이후 2024년 11월, 신곡 ‘POWER’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파라이바 투르말린 칵테일 링’이 그 흐름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44.88캐럿의 희귀한 파라이바 투르말린을 세팅한 이 반지는 약 88억 원이라는 가격과 압도적인 캐럿의 유색 보석을 전면에 내세운 컬러 젬스톤 트렌드의 정수를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2025년 2월, 제이콥앤코 서울 플래그십 오프닝과 함께 공개한 ‘아스트로노미아 솔라 G-DRAGON’ 워치가 이 관계에 방점을 찍습니다. 메종은 이 시계를 전 세계 9피스 한정으로 출시했고, 케이스백에 그의 앨범 타이틀 ‘Übermensch(초인)’를 각인해 하이엔드 워치 안에 GD의 세계관을 또렷하게 새겼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피스마이너스원 이어링은 옐로 사파이어와 그린 차보라이트를 조합해 원석 본연의 강렬한 색채를 강조하며, 세계관을 주얼리 영역까지 확장합니다. 결국 지드래곤과 제이콥앤코의 만남은 단순한 화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이 워치·주얼리 메종이 아티스트의 서사와 메종의 DNA 그리고 트렌드를 응집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메종이 함께 만든 세계관
럭셔리 하우스들이 단순히 셀럽의 얼굴을 빌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디자인을 맡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브랜드는 아티스트가 쌓아 올린 동시대의 문화적 자본을 끌어와 보수적인 틀을 흔들고, 아티스트는 하우스의 숙련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합니다. 또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서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이 제품은 아티스트 그 자체’라는 진정성을 전달하면서 홍보의 밀도도 함께 끌어올리죠.


퍼렐 윌리엄스 X 티파니, 티파니 타이탄 컬렉션
대표적인 사례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손잡은 티파니(Tiffany & Co.)가 있습니다. 2024년 5월, 팝의 거장 퍼렐 윌리엄스는 티파니와 함께 ‘티파니 타이탄(Tiffany Titan)’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아틀란티스 신화와 포세이돈의 삼지창에서 영감을 얻은 날카로운 스파이크 디자인 그리고 블랙 티타늄의 조합은 기존 티파니의 우아함을 한 번에 뒤집는 파격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손가락을 묵직하게 감싸는 볼드한 링크와 청키한 볼륨감의 주얼리를 제안하며, 하이 주얼리 신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웠죠. 이어 2024년 9월과 2025년 1월, 진주와 다이아몬드를 결합한 드롭 컬렉션을 연달아 출시하며 퍼렐의 개인적 미감이 티파니의 새로운 헤리티지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방면의 아티스트들과 꾸준한 협업을 이어온 오데마 피게
아티스트와 꾸준히 손잡아온 고급 시계 제조사를 꼽을 때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2023년에는 힙합 아이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의 레이블 ‘Cactus Jack’과 협업해 브랜드 최초의 브라운 세라믹 워치를 선보이며 스트리트 문화와 하이엔드의 경계를 과감하게 좁혔죠. 이어 2024년에는 워치 컬렉터로도 저명한 아티스트 존 메이어(John Mayer)와 함께 크리스털 스카이 다이얼을 적용한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를 출시하며, 수집가의 취향과 메종의 기술력을 정교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기계적 정밀함 위에 아티스트의 미감과 서사가 덧입혀지면서, 시계는 단순한 기계를 넘어 수집 가능한 예술품이자 철학을 담은 오브제로 존재감을 넓혀갑니다.

앰버서더를 넘어 아이콘을 함께 창조하는 시대
과거에는 셀럽이 브랜드의 화려한 이미지를 알리는 앰버서더 역할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함께 설계하는 ‘공동 크리에이티브’로 자리합니다. 지드래곤, 퍼렐 윌리엄스, 트래비스 스콧은 각자의 아이코닉한 요소를 하이엔드 하우스에 이식하며 시계와 주얼리를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바꿔 놓았죠. 그래서 소비가 향하는 지점도 달라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손에 쥐는 것은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시대의 아이콘이 설계한 또 하나의 세계관일 수 있습니다. 하이 워치메이킹의 장인정신과 동시대 트렌드를 동시에 움켜쥔 이들의 협업은 다음에는 어떤 장면을 꺼내 보일까요? 보수적이라 불리던 워치와 주얼리 신에도 새 물결이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