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의 감각을 가장 새롭게 쓰는 이름, 비주얼 아티스트 김아영에 대하여.

샤넬이 ‘2026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CHANEL Next Prize)’ 수상자 10인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올해 서로 다른 10개국에서 선정된 10인의 작가들에게 상이 수여된 가운데, 한국인으로는 김아영이 유일한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죠.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는 동시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며 각자의 분야를 새롭게 정의하는 예술가를 조명하는 격년제 시상 제도입니다. 지난 2021년, 샤넬 컬처 펀드(Chanel Culture Fund) 출범과 함께 시작된 이 상은 올해로 3회차를 맞았는데요. 수상자들에게 신규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 다시 말해 예술가가 자신의 속도로 실험하고 예술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창작의 시간’ 자체를 후원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죠.
수상자들에게는 각 10만 유로의 용도 제한 없는 무제한 지원금이 제공되고, 동시에 2년간 멘토십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과정은 런던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등 샤넬의 글로벌 문화 파트너들과 함께 운영돼 창작자들에게는 국제 무대와 연결되는 더없이 밀도 높은 성장의 장이 되죠.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김아영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런던 커뮤니케이션 대학에서 사진을, 첼시 예술 대학에서 순수예술을 공부하며 이미지와 서사를 다루는 감각을 확장해 왔습니다.
김아영의 작업은 기술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기술이 바꿔놓은 데이터, 환경, 몸, 경계, 시간 등의 현실의 감각을 하나의 서사로 재조립하는 데서 출발하죠. 영상과 VR, 사운드, 텍스트를 가로지르는 그의 작업은 최근 생성형 AI, 게임 엔진, 실사 촬영을 결합한 디지털 서사로 진화하며 국제 미술계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작으로 꼽히는 ‘Delivery Dancer’ 3부작은 여성 배달 라이더 캐릭터 ‘엔 스톰’과 ‘에른스트 모’를 중심에 두고, 플랫폼 노동이 만들어낸 오늘의 풍경을 SF 서사로 날카롭게 포착하는데요. 속도와 효율, 평점 같은 기준이 일상을 지배하는 세계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고, 또 어떻게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하게 되는지 묻죠. 이 3부작은 최근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국경과 권력 같은 현실의 조건 위에 신화적 상상력과 기술의 언어를 겹쳐 놓는 서사 방식이 김아영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는 앞서 LG 구겐하임 어워드(2025), ACC 미래상(2024),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상(2023), 테라야마 슈지상(2023) 등 유수의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동시대 미디어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로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지난해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공동 발간한 ‘코리아 아트마켓 2025’ 보고서에서는 올해 한국 미술시장을 이끄는 ‘파워 20(Power 20)’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과연 그 이름이 거론될 만한 존재감이죠.
이번 2026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에는 김아영을 비롯해 판 다이징(Pan Daijing), 안드레아 페냐(Andrea Peña), 알바로 우르바노(Álvaro Urbano), 마르코 다 실바 페헤이라(Marco da Silva Ferreira), 바바라 산체스 케인(Bárbara Sánchez-Kane), 폴 타부레(Pol Taburet),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 파얄 카파디아(Payal Kapadia), 앰브로스 아킨무시리(Ambrose Akinmusire)까지 총 10인이 선정됐습니다. 이들은 시각예술, 퍼포먼스, 디자인, 음악, 영화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동시대 예술의 감각을 새롭게 확장하고 있죠.
한편 김아영은 MoMA PS1 전시 ‘Ayoung Kim: Delivery Dancer Codex’를 비롯해, 테이트 모던의 ‘A Year in Art: 2050’展에서도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 무대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넥스트 프라이즈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5월 베니스 아트 비엔날레 개막 주간에는 베니스를 찾을 예정이죠. 이제 그의 다음 장면은 예술의 ‘다음’을 말하는 넥스트 프라이즈의 이름처럼 더 넓은 무대에서 한층 선명해질 전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