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샤넬 공방(Chanel M tiers d’Art 2026) 컬렉션이 펼쳐진 뉴욕 서브웨이의 영화적 시너리, 뉴욕의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흥미로운 캐릭터의 향연, 나아가 Le19M으로 대표되는 샤넬 공방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이 맞닿으며 오늘날 다양성의 가치를 전하는 가장 흥미로운 패션 신을 완성했다.

“뉴욕 지하철은 모두의 것입니다. 학생부터 혁신가, 정치인, 10대, 누구나 이용하죠. 신비롭고 멋진 만남이 가득하고, 팝 문화의 전형적 캐릭터들이 충돌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각자의 갈 길로 향하는 곳이죠. 영화 속 이야기처럼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Heroes)입니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의 이 말은 2026 샤넬 공방(Chanel Métiers d’Art 2026) 컬렉션을 관통하는 선언이자, 이번 컬렉션이 선택한 도시 뉴욕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었다. 지하철(Subway)은 모두에게 열려 있고, 패션 역시 그래야 한다는 믿음. 블라지가 샤넬의 공방 컬렉션을 통해 선언한 이 메시지는 일상과 런웨이, 패션과 영화, 뉴욕의 이미지와 장인의 손을 연결했다. 샤넬은 이를 샤넬만의 크로스타운(Cross-town)이라고 명명했다.


샤넬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는 매년 12월, 샤넬은 새로운 도시로 향한다. 그동안 파리, 런던, 로마, 다카르, 함부르크, 맨체스터, 도쿄, 항저우 등 수많은 도시를 돌아 마침내 뉴욕이 그 목적지가 되었다. 샤넬 하우스의 글로벌 스피릿을 축하하는 동시에 아틀리에 장인들의 놀라운 기술이 깃든 장인정신(Craftmanship)을 기념하며, 마티유 블라지는 젊은 시절 뉴욕에서 보낸 시간을 반추했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뉴욕을 향한 애정은 프레스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밤, 호텔 방에는 ‘Chanel la Gazette’라는 제호의 신문과 함께 자스코 베르톨리(Giasco Bertoli)의 사진집이 놓여 있었다. 옐로캡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장면이 인상적인 커버는 그 어떤 설명 없이도 뉴욕의 정체성을 선연하게 전달했다.





사진집을 펼치자 영화에서 본 뉴욕의 다채로운 공간들이 펼쳐졌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나온 일상적인 식당부터(쇼 게스트 중에 반가운 얼굴, 맥 라이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에게 삼촌이 훌륭한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의 배경이 된 5번가의 뉴욕 공공 도서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명장면(오드리 헵번이 티파니 주얼리 쇼윈도를 바라보는 장면)을 연출한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 5번가의 쇼윈도도 등장했다. 마치 옐로캡을 타고 영화 속 장면을 더듬으며 실제 뉴욕 거리를 돌아본 듯, 뉴욕이라는 도시가 지닌 풍성한 공간적 미학에 한껏 빠져들었다.
한편 <Chanel la Gazette>에 실린 공방 장인 6명의 인터뷰는 다양한 인종, 세대, 그리고 서로 다른 공방 경력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돼 인상 깊었다. 10년 차 젊은 자수 장인부터 37년 가까이 손을 움직여온 베테랑까지 경계 없이 함께하는 이 다양성은 Le19M이라는 샤넬의 공방 생태계가 지닌 가치였다. 블라지가 뉴욕 로컬 에디션(Local Edition)이라는 형식으로 건넨 이 흥미로운 샤넬 뉴스 페이퍼는 결국 이번 공방 컬렉션의 세계관을 더욱 존중하고, 샤넬의 공방 컬렉션을 한층 가까이, 그리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



쇼 전날, 뉴욕의 국제적 영화 아카이브인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스(Anthology Film Archives)에서 특별한 스크리닝 이벤트가 열렸다. 뉴욕을 테마로 큐레이션한 여러 단편 영상이 상영되었고, 샤넬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만든 단편 역시 이 자리를 채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순간은 미셸 공드리가 연출한 샤넬 뉴욕 공방 컬렉션 티저 영상을 영화관 스크린으로 감상했을 때였다. 르 모텔의 오리지널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거릿 퀄리와 에이셉 라키가 등장하는 영상은 ‘움직임’이라는 키워드를 반복하며 도시의 감각을 증폭시켰다. 그 순간 ‘Extra! Extra! Chanel Comes to New York’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Chanel la Gazette>의 1면에 실린 미셸 공드리의 샤넬 뉴욕 공방 컬렉션 필름 티저 이미지와 인터뷰가 떠올랐다. ‘I Love with New York City’라는 칼럼으로 이어진 미셸 공드리와 에이셉 라키, 마거릿 퀄리의 인터뷰 첫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당신에게 어떤 기억인가?” 실험영화와 독립영화의 성지로 꼽히는 이 공간에서 샤넬이 기획하고 뉴욕을 무대로 다룬 큐레이션 필름을 만나는 일은 패션을 넘어 스타일을 문화와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샤넬의 세련된 애티튜드처럼 느껴졌고, 이번 컬렉션이 패션을 넘어 영화적 언어로 확장될 것임을 예상하게 했다.
12월 2일 저녁 7시, 폐쇄된 보워리 지하철역(168 Bowery)에 펼쳐진 쇼 현장.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하철 플랫폼이 런웨이가 된 샤넬 뉴욕 공방 쇼는 패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하철 플랫폼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뉴욕 그 자체였다. 계단을 내려가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내부’로 진입했다. 플랫폼 위에 펼쳐진 런웨이는 현실과 상상이 겹쳐진 장면처럼 느껴졌고, 이는 블라지가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처음 선보이는 공방 컬렉션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고급스러운 하이패션의 성지 파리와 대비되는 대중적인 뉴욕의 역사적 계층과 이동의 기억이 응축된 서브웨이라는 공간. 이곳에서 샤넬의 용감한 수장 블라지는 패션을 하나의 ‘도시적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플랫폼의 타일, 금속성 울림, 그리고 정차한 기차의 존재감은 단순한 세트가 아니라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사는 이들의 삶 그 자체였으니까. 쇼 현장에는 지드래곤, 에이셉 라키, 마거릿 퀄리, 매기 강, 오드리 누나, 맥 라이언, 마틴 스코세이지, 소피아 코폴라, 크리스틴 스튜어트, 틸다 스윈턴 등 유수의 영화감독과 배우를 비롯해 모델, 뮤지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상 깊은 족적을 만들어가는 매혹적인 인물들이 한데 자리했다. 마치 블라지가 말한 지하철처럼, 모두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이들이 프런트 로에 자리했다.


컬렉션은 영화처럼 전개되었다. 지하철이 멈추자 자동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공방 컬렉션의 새로운 뉘앙스를 전하는 모델들, 아니 사교계 명사와 슈퍼히어로, 10대와 노인, 스트리트 키드, 예술가, 뮤지션, 학생, 엄마, 관광객,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정장 차림 금융인을 연상시키는 워킹 우먼과 쇼걸 등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티유가 언급한 팝 아키타입(Pop Archetypes) 즉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이 도시의 주인공인 이들은 지하철 플랫폼을 배경으로 1920년대 아르데코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 보였고, 모두가 숨 죽인 채 그 장면을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화려함 뒤에 자리한 공방 컬렉션의 중심에는 언제나 공방의 주역인 메티에다르의 장인들이 있다. 완벽함을 과시하기보다 모델들의 워킹을 통해 옷이 움직일 때 살아나는 디테일을 구현해내는 일을 하는 이들. 블라지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재현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서사를 만들어가는 공동창작자인 장인들 말이다. 쇼가 끝난 다음 날, 뉴욕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리시(Re-See)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장인들의 솜씨를 더 섬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언뜻 일반적인 데님처럼 보이지만 매우 섬세하며 실키한 감촉을 지닌 소재인 ‘란제리 데님(Lingerie Denim)’. 그 놀라운 기술에는 복합적인 자수가 더해졌다. 르사주(Lesage) 공방의 자수는 아르데코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며 깊이를 더했고, 르마리에(Lemarié) 공방의 깃털은 움직임을 전제로 한 구조로 옷에 리듬을 부여했다. 아틀리에 몽텍스(Atelier Montex) 공방은 1930년대 바이어스 컷 드레스 위에 물고기 모티프 자수를 겹겹이 쌓아 빛과 유연함을 동시에 구현했고, 구쌍(Goossens) 공방은 아이스 큐브 글라스 카보숑과 아르데코 벌새 장식으로 주얼리를 하나의 오브제로 승화시켰다. 마사로(Massaro) 공방의 슬링백 슈즈는 룩 전체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동시에 블라지의 터치가 가미된 샤넬의 모던한 미학적 비전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메종 미쉘(Maison Michel) 공방이 제작한 헤드피스 역시 캣 우먼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뉴욕이라는 도시의 영화적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번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이 1931년에 뉴욕을 방문했던 기억에서 출발한다. 할리우드로 향하던 여정의 중간 기착지이던 뉴욕에서, 그는 자신의 옷이 엘리트가 아닌 ‘도시의 사람들’에 의해 자유롭게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가 다시 파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회복시켰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샤넬과 뉴욕’의 관계를 만든 결정적 순간이었다. 블라지가 샤넬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도 바로 이 감각이 아닐까. 나아가 그가 되새긴 가브리엘 샤넬의 뉴욕 모먼트는 자신의 옷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그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수용이야말로 그 당시의 가브리엘 샤넬에게, 그리고 오늘날의 마티유 블라지에게 가장 큰 확신을 안겨준 패션의 가치일 것이다.
그렇게 마티유 블라지가 패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처음 선보인 뉴욕 공방 컬렉션은 지하철로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처럼, 영화 속 한 장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처럼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우리의 삶을 조망했다. ‘모두가 평등해지는 장소’인 지하철 안에서 학생과 정치인, 혁신가와 노동자, 10대와 노인이 같은 플랫폼에 서 있는 풍경. 끊임없이 이동하고, 늘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뉴욕의 축소판이자 또 패션계를 은유한다. 뉴욕에서 펼쳐진 그 찰나의 교차에서 마티유 블라지는 가장 선명하게 자신의 비전과 브랜드의 연결 고리를 입증했다. 지하철이라는 은유, 영화적 서사, 그리고 Le19M 장인들의 손길을 통해. 이번 컬렉션은 도시와 장인, 그리고 샤넬의 역사적 시간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서브웨이가 아니었을까. 뉴욕의 지하철이 늘 그러하듯, 패션계 역시 지금도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완성이 아닌 변화의 한복판에서, 더욱 흥미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