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유 블라지의 두 번째 샤넬 컬렉션. 가브리엘 샤넬의 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룩들이 파리 그랑 팔레 런웨이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됐습니다.


낮의 애벌레, 밤의 나비
샤넬의 새 컬렉션은 언제나 ‘대화’로 시작됩니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이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가브리엘 샤넬의 생각과 문장 그리고 그가 남긴 태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이번 컬렉션의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1950년대 인터뷰에서 가브리엘 샤넬은 패션을 “애벌레와 나비”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패션이 낮에는 편안한 애벌레, 밤에는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 나비가 된다는 의미였죠. 블라지는 이 문장을 이번 시즌의 핵심 콘셉트로 잡았는데요. 그 콘셉트 아래 런웨이는 현실적인 옷과 환상적인 옷이 번갈아 등장하는 구조로 전개됐습니다.
컬렉션은 블랙 저지와 리브 니트처럼 단순한 아이템에서 시작합니다. 움직임을 고려한 실용적인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 그리고 차분한 컬러가 특징이죠. 이러한 룩은 가브리엘 샤넬이 언제나 강조했던 ‘편안한 우아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루엣은 간결하지만 소재와 디테일은 섬세하죠.

크레인으로 쌓아 올리는 꿈
이번 쇼가 열린 장소는 파리 그랑 팔레. 쇼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들은 다소 낯선 풍경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거대한 컬러 크레인이 공간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색색의 크레인들은 마치 어린 시절 조립 장난감을 확대해 놓은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블라지는 이 세트를 ‘꿈을 쌓아 올리는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건축 블록을 하나씩 쌓아 올리듯 컬렉션 역시 기본적인 아이템에서 시작해 점차 화려한 룩으로 확장되죠. 그리고 그 첫 번째 블록이 바로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 슈트입니다.
이번 시즌 트위드는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롭게 변주되었습니다. 오버사이즈 재킷, 워크웨어 감각의 셔츠 재킷, 블루종 형태까지 등장하며 실루엣의 범위가 넓어졌죠. 무릎길이 스커트 대신 데님과 매치하면 젠더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 완성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샤넬 고객층에는 남성 소비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1920년대에서 온 영감
데이웨어 전반에는 1920년대의 무드가 깔려 있습니다. 드롭 웨이스트 실루엣, 플리츠 스커트 그리고 스트레이트 실루엣의 플래퍼 드레스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죠. 여기에 패치워크와 플로럴 자수가 더해지며 클래식한 낭만이 살아납니다.
니트웨어 역시 흥미로운데요. 패턴이 들어간 니트와 그래픽 스트라이프 플리츠 드레스는 재즈 시대의 에너지를 떠올리게 하며 컬러풀한 퍼 코트는 생동감 넘치는 색채를 보여줍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허리선. 블라지는 벨트를 힙 아래로 내려 착용하며 허리선을 낮춘 실루엣을 선보였습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구축해 온 클래식한 균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조금 더 실험적인 라인을 시도한 접근이죠.






빛나는 나비의 순간
쇼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정한 데이웨어는 점점 더 화려한 소재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깃털처럼 가볍게 흩날리는 프린지 드레스, 그래픽적인 패턴이 강조된 니트웨어, 그리고 금속처럼 빛을 반사하는 메탈 메시 룩이 등장하며 런웨이의 분위기가 단숨에 달라지죠. 특히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메탈 메시 슈트는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룩인데요. 트위드 패턴을 프린트한 메시 소재는 샤넬의 전통과 미래적인 감각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화려한 이 룩들은 가브리엘 샤넬이 언급한 ‘나비’를 상징합니다. 낮의 활동성 있는 캐주얼한 옷에서 밤의 환상적인 드레스로 변하는 장면을 보여주죠.




파리에서 만난 제니와 고윤정
패션 하우스의 컬렉션 쇼에는 셀럽들의 참석을 빼놓을 수 없죠. 그중에서도 블랙핑크 제니는 샤넬 앰배서더답게 브랜드의 무드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등장했는데요. 비즈 네트 투피스 안에 블랙 브라톱을 매치한 과감한 시스루 룩을 선보였죠. 네트 위 섬세한 크리스털 장식이 움직일 때마다 쇼장의 조명을 그대로 반사하며 제니의 존재감을 더욱 빛냈습니다.
배우 고윤정 역시 쇼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는 블랙 트리밍이 돋보이는 화이트 트위드 셋업을 착용해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의 투 샷은 현장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죠.

가브리엘 샤넬에게 보내는 편지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은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의 철학을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하죠. 이번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과 화려함,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는 옷들. 낮에는 애벌레처럼 현실적인 옷을, 밤에는 나비처럼 빛나는 드레스를 입는다는 샤넬의 말이 런웨이 위에서 그대로 구현된 컬렉션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