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공중목욕탕에 가면 아빠는 늘 보디로션을 발라줬다. 몸이 자라면서 세 번 펌프질하면 충분하던 로션은 부족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직접 바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더 흐르고 다 커버린 몸에 스스로 로션을 바르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에디터로 일한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씻고 나면 기절하듯 잠드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그러다 유난히 지친 어느 밤,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방 어딘가 방치되고 있던 보디로션에 눈길이 갔다. 아무 생각 없이 몸에 바른 순간 은은한 향이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번지며 하루의 피로가 사라졌다. 그날 이후 힘든 날이면 보디로션을 발랐고, 이제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이 됐다. 최근 함께하는 보디로션은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핸드 & 바디 로션 #쟈스망 데 장주로 재스민 향이 은은하게 이어지며 잔향이 다음 날까지 간다. 보디로션을 바르는 행위는 피부 보습을 넘어 하루를 정리하고 흩어진 감각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에 가깝다. 오늘도 보디로션과 함께 스스로를 토닥이며 내일을 준비한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현정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