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링과 재킷, 톱 모두 CHANEL.

이어링, 재킷, 스커트, 톱, 슈즈 모두 CHANEL.

이어링과 재킷, 스커트, 톱 모두 CHANEL.
연초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글로벌 차트 높은 순위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죠. 작품의 여운을 어떻게 떠나보내고 있나요? 지난해 초에 촬영을 마친 뒤로 제가 연기한 ‘무희’를 조금씩 잊어가며 무척 바쁘게 지냈어요.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면서 추억이 흐릿해질 즈음 작품이 공개돼 그런지, 요즘은 그때를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1년이 지났는데도 촬영 당시의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어요.
여러 나라를 오가며 촬영한 만큼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지금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면요? 해외에서 드라마를 촬영한 건 처음이었는데,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전우애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웃음)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서로 더욱 뭉치게 됐던 순간이나, 촬영장에 한식이 남아 있으면 같이 나눠 먹던 기억이 나요. 작품에 사계절이 모두 담겨 있어서, 돌아보면 1년 동안 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어요.
샤넬과 함께한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피부의 광채를 강조한 메이크업을 시도했어요. 최근에 색조 메이크업 화보를 위주로 촬영해오다 오랜만에 스킨케어 라인을 테마로 한 화보를 찍게 되어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피부 위로 자연스럽게 광이 올라오는 메이크업을 다양하게 시도했는데, 은은한 빛이 화면에도 잘 담긴 것 같아요.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마니또 클럽>에서 더욱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평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는 편인가요? 눈에 띄지 않게 마음을 전하는 마니또 프로그램의 취지가 제 성향과 잘 맞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아끼는 사람들에게 좋아한다고 말로 표현하는 데는 조금 서툰 편이거든요. 그 대신 무심코 한 말을 기억했다가 챙겨준다거나, 그 사람이 좋아하는 행동을 해주는 식으로 표현해요. 물론 상대가 말로 표현해주길 원하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요.
곧 차기작 공개를 앞두고 있죠.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영화사 최필름 소속 기획 PD ‘변은아’ 역을 맡았어요.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영화업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공감 가는 장면이 많았어요.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거치는 과정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지거든요.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처럼 박해영 작가님 작품 특유의 분위기는 살아 있으면서도, 곳곳에 코미디 요소가 배치돼 있어 제게는 희망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공개된 스틸을 보고 전 작품과 온도 차가 클 거라 짐작했어요. 인물은 어떤 점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나요? 전작과 정반대의 인물이라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무희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빛나는 인물이라면, 은아는 무채색에 가까워요.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깊은 불안을 내면에 품고 있지만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무희는 감정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한 캐릭터라 대사량이 많았는데, 은아는 끊임없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라 대사 사이사이 여백이 많아요. 말수는 적지만 가끔씩 던지는 한마디에 날카로운 진실이 담겨 있어서 말이 갖는 무게가 큰 친구죠.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라는 면에서 자신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편이라 느끼나요? 두 사람 모두 저와 많이 다르지만, 전 은아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저도 마음이 힘들거나 불안할때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보다는 스스로 정리하려는 편이거든요. 감정이 크게 요동칠 때는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편이에요.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찾아온 변화도 있나요?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인물을 연기하다 보면 평소에 지나친 사소한 감정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도 돌이켜보면 무척 감사한 일이란 걸 깨닫게 되고요. 제가 맡은 인물들과 비슷한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아요.
고윤정 배우가 거쳐온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채로운 장르와 서사에 대한 관심이 느껴져요. 작품을 고를 때 늘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선택하는 편인가요?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늘 전자를 선택한 것 같아요. 물론 갈수록 작품 안에서 비중이 늘어나고 책임감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둘의 교차점을 찾게 되지만, 새로운 선택을 할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변수와 가능성은 제게 언제나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줘요.
2년 전 마리끌레르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현장으로 향하는 마음이 늘 즐겁다고 말했죠. 변수로 가득한 현장을 즐기게 된 계기가 있나요? 데뷔 초에는 연기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과 경험 부족에서 오는 긴장감이 컸어요. 드라마 <로스쿨>을 찍을 때 또래 배우들과 서로 의지하며 장면을 만들어갔는데, 그때 처음 현장의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1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간다는 감각, 그 소속감이 참 좋더라고요. 그림은 철저히 혼자 하는 작업이니 그런 소속감을 느낀 적이 없거든요. 이후 <환혼> <무빙>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거치면서는 연기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동료가 생기니까 현장이 편해지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자연스럽게 솟더라고요.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과 관계가 깊어지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이전에는 좋아하는 작품 위주로 봤다면, 요즘은 여유가 없어도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첫 화는 꼭 챙겨 봐요.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촬영하면서 제게 온 대본 하나하나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지 더 실감하게 됐어요. 흥행 여부를 떠나 이 작품이 지금 세상에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마음, 그리고 앞으로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될 동료들의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 현장을 경험하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조금씩 생기고 있나요? 조금은요. 그림을 그릴 때는 제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확신이 늘 있었거든요.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살리면서 비교적 영리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연기를 낯설게 느끼던 시기를 지나고 나니까 그때의 성향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막 적응한 단계라 확신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확신한다 싶으면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서요.(웃음) 그래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나 기대를 내려놓고 매 테이크 진정성 있게 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여정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어가고 싶은가요? 아직도 제 마음가짐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요. 내일은, 다음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내 연기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여전히 궁금하고 기대돼요. 한 가지 일을 오래 지속하다 보면 새로운 자극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분명히 올 텐데, 연기에서는 그 시기가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어요. 무뎌지지 않고 싶어요.

톱과 이어링 모두 CHANEL.

톱과 이어링 모두 CHANEL.

톱과 이어링 모두 CHAN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