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ibgdrgn

지드래곤의 손을 보고 있으면 그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반지가 겹쳐 있고, 네일과 타투, 시계와 팔찌까지 한데 모여 있어도 유독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색, 네온 블루가 바로 그것 입니다. 터콰이즈, 파라이바 투어멀린, 그 계열 컬러의 래커까지. 한 번 눈에 들어오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자꾸 그 파란색만 따라가게 됩니다.

사실 우리에게 남성의 컬러스톤 주얼리는 아직 익숙한 풍경은 아닙니다. 남성들이 주얼리를 착용하는 일 자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존재감이 분명한 컬러스톤을 고르고, 그것도 자신의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경우는 여전히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손끝에서 유독 선명한 색을 발견하게 되면 한 번쯤은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드래곤은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진주 목걸이나 다양한 길이감의 네크리스를 레이어링하거나, 브로치, 하이 주얼리 워치까지 성별의 경계를 넘나들며 남성 주얼리의 저변을 넓혀왔습니다. 그런 그가 반복해서 선택하는 네온 블루는 결코 무난한 색이 아닙니다. 한 번 시선이 가면 쉽게 잊히지 않는 컬러죠. 클래식한 주얼리도 본인만의 스타일로 착용하고, 평범하거나 안전한 아이템보다는 오래 기억에 남는 쪽을 택하는 지드래곤의 취향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드래곤이 반복해서 선택한 네온 블루를 하나씩 따라가 보려 합니다.

처음 지드래곤의 네온 블루 취향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프레드의 빵 드 쉬크르 링이었습니다. 그냥 컬러스톤 링이 아니라, 시그넷 링 스타일의 반지. 원래 시그넷 링은 납작한 윗면에 가문의 문장이나 이니셜을 새겨 왁스로 문서나 봉투를 봉인할 때 표식처럼 찍던 반지입니다. 특히 영국식 전통에서는 왼손 새끼손가락에 착용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빵 드 쉬크르는 그 자리에 사각뿔처럼 솟은 슈가로프 컷의 컬러스톤을 세팅했습니다. 전통적인 시그넷 링의 문법을 살짝 비튼 셈입니다. 지드래곤은 이 반지를 정확히 새끼손가락에 착용했습니다. 그것도 터콰이즈라는 대단히 눈에 띄는 컬러의 스톤을 선택해서요. 전통적인 반지의 문법 위에 본인만의 킥을 더하면서도, 기본적인 매너는 정확히 지키는 사람. 지드래곤의 네온 블루는 그렇게 제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시선은 2024년 지드래곤과의 협업으로 제작된 제이콥앤코의 시계에 머물렀습니다. 이 시계는 제이콥앤코의 시그니처인 아스트로노미아 컬렉션을 바탕으로, 그의 상징들을 작은 우주처럼 풀어낸 작품이기도 합니다. 터콰이즈 글로브와 이를 감싸는 용 (Dragon), 그의 상징과도 같은 데이지 모티브, 무지개빛 컬러 사파이어까지, 지드래곤의 상징과 취향들이 시계 안에서 하나의 궤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8시 방향의 터콰이즈 글로브였습니다. 1분에 한 바퀴를 돌며 세컨드 카운터 역할을 하는 이 글로브는 수많은 컬러가 충돌하는 시계 안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서 있는 지구, 혹은 그 자신을 상징하는 자리를 또다시 터콰이즈에게 내어준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지드래곤과 네온 블루의 상관관계를 가장 화려하게 증명하는 장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드래곤의 네온 블루 주얼리 스타일링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이 파라이바 링이었을 겁니다. 시작은 2024년 11월, 그의 비하인드 컷 계정에 게시된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얼굴을 바짝 당겨 찍은 사진 속 지드래곤은 마치 보석반지 사탕처럼 비현실적인 크기의 컬러스톤 링 세 개를 나란히 끼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었던 투명한 네온 블루 컬러의 칵테일 링이었습니다. 44.88캐럿의 파라이바 투어멀린을 세팅한 제이콥앤코의 칵테일링은 이후 88억 원대라는 가격과 함께 엄청난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사실 저를 더 놀라게 한 건 가격보다도 그의 선택 자체였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남성이 자신을 보석으로 치장하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하물며 그 보석이 다이아몬드도,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3대 컬러스톤도 아닌 파라이바 투어멀린이라니요.

파라이바 투어멀린은 브라질 파라이바 주에서 처음 발견된 스톤으로, 네온 사인에서나 볼 법한 아주 쨍한 형광 블루를 띱니다. 블루 컬러 스톤으로 유명한 사파이어나 아쿠아마린과는 전혀 다른 결의 파란색이죠. 최근에는 컬러스톤의 선택지가 전반적으로 넓어지면서 파라이바 투어멀린처럼 ‘전에 없던 컬러의 스톤’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고,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파라이바 투어멀린은 정말 작정하고 찾아야만 만날 수 있는 스톤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스톤을 지드래곤이 선택했다는 사실이 더 인상적이었고요. 그 사진을 본 뒤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 이 사람 네온 블루에 꽂혀도 단단히 꽂혔구나.


그러다 어느 날 그의 손에서 또 한 번 익숙한 컬러를 발견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잠깐 스치듯 지나간 반지였는데, 주얼리를 늘 눈여겨보는 제 눈에는 바로 포착되었습니다. ‘어? 저건 프레드의 빵 드 쉬크르 링은 아닌데? 스톤이 불룩 솟아 있지 않고 납작한데?’ 여러 번 캡처해 들여다본 끝에 정체를 알게 됐죠. 레포시의 베르베르 링이었습니다. 베르베르 컬렉션은 북아프리카 베르베르 부족의 장신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레포시의 시그니처 라인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브랜드지만, 레포시 가문의 3세대인 가이아 레포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이후 브랜드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준 컬렉션이기도 합니다. 그 중 지드래곤이 착용한 링은 터콰이즈 블루의 래커를 입힌 디자인으로, 프레드의 빵 드 쉬크르처럼 볼륨감 있는 스톤이 솟아오른 존재감 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데일리로 착용하기 좋은 링입니다.

실제로 이 반지는 지드래곤의 손에서 가장 여러 번 포착된 네온 블루 주얼리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양쪽 새끼손가락에 한쪽은 터콰이즈 블루, 다른 한쪽은 레드 컬러를 동시에 착용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습니다. 존재감 강한 컬러를 택하면서도, 심플하고 단정한 형태를 선택. 이런 식으로 지드래곤은 네온 블루를 단순한 포인트 컬러가 아닌, 자신의 손끝에 반복해서 쌓아가는 하나의 시그니처로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피아제의 식스티 워치입니다. 이 시계를 처음 본 건, 지드래곤이 착용하기 훨씬 전이었습니다. 라인업을 쭉 둘러보다가 터콰이즈 다이얼 버전을 보는 순간, 속으로 ‘이건 지드래곤이 좋아하겠는데?’하고 되뇌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정말로 그의 공항 패션 사진 속 손목에서 이 시계를 발견했을 때의 그 반가운 마음이란. 설명할 길이 없네요.

식스티 워치는 피아제 아카이브 속 1960년대 디자인을 새롭게 구현한 모델입니다. 원형도, 사각형도, 쿠션형도 아닌, 말 그대로 애매한 사다리꼴 같은 트라페즈 케이스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시계는 그 독특한 형태를 한껏 강조하면서도 다이얼은 아주 담백합니다. 두 개의 핸즈와 로고만 남긴 구성 덕분에, 오히려 터콰이즈 다이얼과 로즈 골드 케이스의 조합이 더 또렷하게 보이거든요. 저는 터콰이즈 하면 늘 옐로 골드와의 강한 대비에서 오는 빈티지한 매력을 먼저 떠올렸는데, 이 시계를 보고는 로즈 골드와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특히 레드 재킷에 이 시계를 착용한 지드래곤의 모습은, 톤온톤 매치에 익숙해진 이들의 예상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스타일링이었습니다. 피아제는 이 모델을 두고 ‘자유분방한 여성미’를 이야기하지만, 지드래곤이 착용한 식스티 워치는 그보다 훨씬 더 젠더리스한 아이콘처럼 보였습니다. 형태는 우아하고, 컬러는 대담하고, 다이얼은 단순한데 전체 인상은 결코 얌전하지 않은 시계. 원석 다이얼 워치를 꾸준히 선보여온 피아제의 역작이기도 하지만, 제게는 지드래곤의 네온 블루 취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반가운 증거로 남았습니다.


지드래곤의 최애 컬러 주얼리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동안 두 눈에 청량감을 잔뜩 채울 수 있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보통 사람은 하나를 들이면 다음에는 다른 컬러가 궁금해지기 마련인데, 지드래곤 정도 되니 이렇게 값비싼 주얼리까지도 덕질이 가능하구나 싶었거든요. 터콰이즈, 파라이바 투어멀린, 그리고 그 계열의 네온 블루를 반복해서 손끝과 손목 위에 쌓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쯤 되면 하나의 취향이라기보다 그만의 컬렉션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집니다. 앞으로 그의 주얼리 박스에 어떤 네온 블루가 더해질지, 또 그 색은 어떤 방식으로 지드래곤의 손 위에서 빛나게 될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