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사무 공간(회의실).

아모레퍼시픽 용산 오피스는 하나의 사옥을 넘어 기업이 도시와 사람,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설계를 맡은 이는 2023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그는 높고 위압적인 사옥 대신 낮고 넓은 구조를 제안하며, 장소의 맥락과 공공성, 오래 지속되는 건축의 가치를 이 건물 안에 담아냈다. 백자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하는 절제된 외관에는 빛과 바람이 흐르는 여백이 자리한다. 건물 중앙을 비워낸 구조 덕분에 자연광이 내부 깊숙이 스며들고, 각 층은 시각적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열린 공간처럼 확장된다. 1층 아모레 스퀘어와 미술관은 사옥을 외부와 공유하는 문화 공간으로 열어두고, 5층 아모레 가든에 펼쳐진 정원과 수(水) 공간, 조경은 건물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인다. 여기에 직원 식당과 카페, 피트니스 센터, 마사지 센터, 사내 어린이집 같은 복지 공간은 구성원의 쉼과 생활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최근 새롭게 리뉴얼한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용산도 주목할 만하다. 설화수, 헤라,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여러 브랜드의 콘텐츠와 맞춤형 뷰티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으니까. 이곳 용산 사옥에는 사람과 사람, 브랜드와 소비자, 기업과 도시를 잇는 ‘연결’이 건축과 업무 방식, 브랜드 경험 전반에 배어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경험이 되고 있을까.

위에서 내려다본 3개의 루프 가든.
본사 5층 루프 가든.

아모레퍼시픽 오피스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이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아모레퍼시픽의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연결(connectivity)’이에요.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나아가 기업과 사회가 관계 맺는 방식을 공간 안에 담고자 했죠.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단순히 구성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이 아니라, 내부 직원과 외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감하는 열린 공동체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이러한 방향은 건축구조에서도 드러납니다. 기존의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업무 공간에서 벗어나, 사방이 열린 정방형 구조를 통해 어느 방향에서든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죠. 또 팀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대화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함께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결국 이곳 아모레퍼시픽이 지향하는 공존과 교감의 가치를 공간으로 보여주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We Make a More Beautiful World’라는 소명과 함께 최근 ‘Create New Beauty’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요. 두 가치가 현재의 오피스 공간과 일하는 방식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나요? ‘We Make a More Beautiful World’는 사람과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이에요. 여기에 ‘Create New Beauty’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가기 위한 창의성과 혁신의 태도를 담고 있죠. 이러한 방향을 오피스에 반영해 구성원들이 더 자유롭게 소통하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어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칸막이를 최소화해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 공간을 마련해 고정된 자리나 방식에 얽매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즉각적 소통과 자연스러운 협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든 것이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오피스가 외부와도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에요. 본사 사옥 안에 미술관, 문화 공간, 강당 등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아모레 홀에서는 공연과 강연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창의적 업무 환경이자 도시와 연결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가치와 비전이 공간과 일하는 방식에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최근 선보인 ‘아모레용산’도 인상적이에요. 아모레퍼시픽 안에서 이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본사 2층에 자리한 아모레용산은 저희가 지향하는 공간 철학을 소비자 경험으로 확장한 공간이에요. 이 사옥은 설계 초기부터 도시와 연결되는 열린 건축물로 계획했고, 특히 저층부를 중심으로 외부 방문객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개방성을 중시했거든요. 이런 맥락에서 아모레용산은 소비자와 브랜드, 도시가 만나는 접점이자 아모레퍼시픽의 뷰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볼 수 있어요. 지난 4월 30일 리뉴얼 오픈한 아모레용산은 기존 공간을 브랜드 쇼룸, 진단 및 맞춤 화장품 서비스, 연구 공간,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한 하우스형 플래그십으로 확장했습니다. 설화수, 헤라, 라네즈, 아이오페, 에스트라, 프리메라,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려, 라보에이치 등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를 포함해 30여 개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어요. 헤라의 커스텀 매치나 라보에이치의 스칼프 바 프로그램처럼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죠. 특히 외국인 방문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국어 안내, 택스 리펀드 서비스 등을 갖추며 K-뷰티를 체험하는 목적지의 역할도 커지고 있어요. 국내에 다양한 K-뷰티 체험 공간이 있지만, 아모레용산은 본사 안에 소비자와 브랜드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본사 사옥의 아트리움(‘이불, Willing To Be Vulnerable-Transparent Balloon, 2025’).
본사 사옥의 아트리움(‘이불, Willing To Be Vulnerable-Transparent Balloon, 2025’).

설화수, 헤라, 라네즈, 이니스프리, 아이오페, 에스쁘아 등 서로 결이 다른 브랜드가 한 회사 안에 공존하고 있어요. 각 브랜드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아모레퍼시픽의 공통된 철학을 하나의 공간에 어떻게 담아내고 있나요?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를 하나의 공간 안에 담는 것은 본사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였어요. 이를 위해 통일된 건축 언어를 바탕으로, 각 브랜드의 콘텐츠가 유연하게 담길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건물의 기본 구조와 재료는 노출 콘크리트, 유리, 금속 등 절제된 무채색 중심으로 구성했고요. 특정 브랜드의 이미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기보다,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만큼 중립적 배경을 마련한 것이죠. 여기에 층별로 각기 다른 컬러를 적용해 공간에 리듬과 변화를 더하고, 각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공용 허브 공간에서는 브랜드 전시와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활용하고, 팀 단위 업무 공간에서도 제품과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이죠. 공용 공간에 배치된 다양한 미디어 요소 역시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건축적 틀은 하나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와 운영 방식은 각 브랜드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셈입니다.

오피스에서 직원들이 자주 찾거나, 이 공간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대표하는 공간으로는 5층 옥상정원 ‘아모레 가든’과 21층 창의 업무 공간 ‘장영실’을 꼽을 수 있어요. 아모레 가든은 건물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인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중앙의 수(水) 공간과 열린 구조, 자연 채광이 어우러져 실내에 있으면서도 바깥의 공기와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죠. 건물 내부의 보이드 구조(일부 공간을 비워 위아래 층이 시각적·공간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든 구조)와도 연결되어 있어 각 층을 시각적으로 이어주고, 아모레퍼시픽이 강조하는 ‘연결’의 개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장영실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협업하고 토론할 수 있는 창의 업무 공간이에요. 정형화된 회의실을 벗어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실행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췄죠. 아모레퍼시픽의 일하는 방식을 상징합니다. 결국 이 두 공간은 각각 자연과의 연결, 협업 중심의 업무 환경을 보여주며 본사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지아(아모레퍼시픽 공간기획팀)·이창곤(아모레퍼시픽 언론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