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교장으로 신수원 감독을 위촉하며,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교장 시대를 열었습니다.

20년 만의 첫 여성 교장 탄생
스터디그룹 안에 숨은 폭력을, 장기기증 서류 뒤에 가려진 진실을, 영화 속 영화로 되살아나는 여성 감독의 기억을 카메라에 담아온 신수원 감독. 늘 사회의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을 정면으로 응시해온 그가 이번엔 카메라 뒤가 아닌 교탁 앞에 섭니다.
2005년 문을 연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습니다. 2022년부터 샤넬(CHANEL)이 공동 주최로 함께하며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로 새롭게 운영되고 있는데요. 그 20번째 해를 이끌 교장으로 신수원 감독이 위촉됐습니다. 김지운 감독, 장률 감독, 스와 노부히로(Suwa Nobuhiro)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Mohsen Makhmalbaf) 감독 등 묵직한 이름들이 교장직을 거쳐갔지만, 여성 감독이 이 자리에 앉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2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첫 여성 교장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지며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다음 장에 뜨거운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사회의 주변부를 비춰 온 신수원 감독의 카메라
장편영화 데뷔작 레인보우(2010)로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상을 받으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린 신수원 감독의 시선은 늘 사회의 가장자리로 향해 있었습니다. 경쟁과 입시가 만든 폭력을 파고든 명왕성(2013),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정면으로 마주한 마돈나(2015), 과학과 욕망, 인간의 본성을 섬세하게 엮어낸 유리정원(2017)까지. 그는 화려한 영웅을 내세우기보다 사회의 틈에 놓인 인물들을 비추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는데요. 여기에 여성 영화 감독이 마주하는 현실을 담은 오마주(2022)는 창작자의 삶을 따뜻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세계 영화계에서도 꾸준히 공감을 얻으며 주목 받아왔는데요. 단편 순환선(2012)으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한 데 이어, 명왕성은 베를린국제영화제 특별언급을, 마돈나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었죠. 유리정원은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관객을 만났고, 오마주는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경쟁과 차별, 여성에 주목하며 늘 주변부 인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그가, 이제는 아시아 신예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게 됐습니다.


함께하는 특별한 멘토들
신수원 교장과 함께 아시아 신예 영화인들을 이끌 연출 멘토는 2007년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출신인 인도네시아의 요셉 앙기 노엔(Yosep Anggi Noen) 감독입니다. 장편 데뷔작으로 로카르노영화제 공식 선정에 이어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특별언급을 수상하며 일찍부터 존재감을 알린 그는, 이후로도 활발한 연출 활동을 이어오며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아카데미 출신인 그가 이번엔 후배들을 이끄는 멘토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합니다.
촬영 멘토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아카데미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박정훈 촬영 감독이 맡았습니다. 2017년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악녀(2017)로 세계 영화계에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그는, 이후 부일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가 신뢰하는 촬영 감독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죠. 세계 무대를 먼저 경험한 선배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인 두 멘토가 신예 영화인들의 든든한 길잡이가 될 예정입니다.
달라진 커리큘럼,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될 작품
올해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20주년을 맞아 커리큘럼에도 변화를 꾀했습니다. 기존의 단편 영화 제작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편 영화 개발의 초석이 될 파일럿 단편 제작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 것인데요. 참가자들은 새로운 커리큘럼에 따라 장편 시나리오 개발 과정을 거친 뒤, 이를 기반으로 5분 이내의 파일럿 단편을 직접 만들게 됩니다.
변화에 대한 관심은 지원 열기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참가자 모집에 34개국 501명의 신진 영화인들이 문을 두드리며 뜨거운 관심 속에 첫 발을 뗐습니다. 최종 선발된 펠로우들은 오는 9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부산에서 교육과 멘토링을 거쳐 파일럿 단편 8편을 완성할 예정이죠. 이 작품들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관객과 만납니다.
이러한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이미 졸업생들이 세계 곳곳에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2008년 졸업생 아비나시 비크람 샤(Abinash Bikram Shah) 감독과 2010년 졸업생 라칸 마야시(Rakan Mayasi) 감독은 올해 나란히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이름을 올렸고, 여러 졸업생들이 칸과 베를린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죠. 이들의 활약은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신예 영화인들의 성장 무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선구적인 여성 영화인을 피워낸 까멜리아상
신수원 감독의 위촉은 첫 여성 교장 탄생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보다 다양한 창작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요. 선구적인 여성 영화인을 조명하기 위해 샤넬과 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 제정한 까멜리아상(Camellia Award)은 그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부산의 시화이자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사랑했던 동백꽃의 의미를 담은 이 상은, 영화계의 관습과 규범을 넘어선 여성 창작인들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기립니다. 연출과 제작, 각본, 촬영, 미술, 연기까지 영화 산업 곳곳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이들의 발자취를 기리고, 다음 세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전하기 위한 상이기도 하죠. 지난 2024년, 영화 아가씨(2016)와 헤어질 결심(2022) 등을 통해 한국 영화의 미장센을 완성한 류성희 미술 감독이 첫 수상자로 선정되며 그 의미 있는 시작을 알렸는데요. 지난해에는 감독이자 배우,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세계 무대에서 여성 창작자의 영역을 넓혀 온 실비아 창(Sylvia Chang)이 두 번째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까멜리아상의 정신을 이어받았습니다.

2026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새로운 목소리가 피어날 자리
카메라 뒤에서 사회의 주변부와 여성의 삶을 응시해 온 신수원 감독은 이제 아시아 신예 영화인을 이끄는 사리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갑니다. 그의 위촉과 카멜리아상이 같은 시기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새로운 목소리와 이야기를 세상에 펼치고, 더 다양한 시선이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 20주년을 맞은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써 내려 갈 앞으로의 20년이 더욱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