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라르도 펠로니가 이끄는 로저 비비에(@rogervivier)가 파리 오트 쿠튀르 위크 기간, 2026 가을-겨울 피스 유니크 컬렉션 ‘L’Atelier des Papillons’을 공개했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비의 날갯짓
로저 비비에(Roger Vivier)가 파리 오트 쿠튀르 위크 기간에 맞춰 2026 가을-겨울 피스 유니크(Pièce Unique) 컬렉션 ‘라틀리에 데 파피용(L’Atelier des Papillons)’을 공개했습니다. 프랑스어로 ‘나비의 아틀리에’를 뜻하는 이름처럼, 이번 컬렉션에서는 섬세한 날개와 선명한 색채를 품은 나비들이 슈즈와 백 위를 자유롭게 오가죠. 로저 비비에의 피스 유니크는 메종의 장인 정신을 가장 밀도 높게 보여주는 컬렉션입니다. 각 작품은 시즌의 유행에 맞춰 반복 생산되는 제품이 아닌, 하나의 영감에서 출발해 오직 한 점만 제작되는데요. 소재를 고르고 형태를 설계하는 과정부터 자수와 장식을 완성하는 마지막 손길까지, 장인의 시간과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축적되죠.

로저 비비에가 사랑한 나비
컬렉션의 중심에 자리한 나비는 로저 비비에의 아카이브에서 오랜 시간 반복해 등장한 상징이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두 장인 중 한 명이었던 무슈 로저 비비에는 나비의 가벼운 움직임과 대칭적인 형태, 변신을 상징하는 이미지에 매료돼 이를 자수와 주얼 장식, 조각적인 힐로 꾸준히 풀어냈습니다. 나비 모티프는 그가 1955년과 1963년 크리스찬 디올을 위해 제작한 작품을 비롯해 1961년 레인, 1960년대 중반 레베를 위해 선보인 디자인에서도 발견되는데요. 1987년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린 로저 비비에 회고전을 위해 제작된 ‘파피용’ 슈즈 역시 나비의 형태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아카이브 피스입니다.
수십 년 동안 나비는 로저 비비에에게 여성성과 움직임, 변화의 가능성을 표현하는 시각적 언어로 기능해온 셈이죠. 게라르도 펠로니는 이번 컬렉션에서 과거의 나비를 그대로 복원하지 않았습니다. 나비가 지닌 시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 소재와 색채, 입체적인 구조를 새롭게 조합했죠. 비즈를 촘촘하게 수놓은 나비는 백의 표면을 뒤덮고, 오간자와 핸드 프린팅 깃털로 완성한 날개는 슈즈 위에서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가볍게 펼쳐집니다.



쇼크 힐에 내려앉은 쿠튀르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로저 비비에 피스 유니크 최초의 슈즈 컬렉션입니다. 그 출발점에는 무슈 비비에가 1965년 선보인 혁신적인 커브드 펌프스 ‘쇼크 힐(Shock Heel)’이 있습니다. 뒤꿈치에서 안쪽으로 유연하게 휘어진 힐은 구두의 구조를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게 만드는 로저 비비에의 대표적인 디자인 코드죠. 이번 쇼크 힐은 나비와 꽃, 크리스털 장식을 입고 훨씬 풍성한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골드 스트랩 사이에는 자개처럼 빛나는 나비가 내려앉았고, 핑크 새틴 슈즈의 발목과 앞코에는 자수 나비와 작은 꽃들이 줄지어 피어나죠. 강렬한 옐로 컬러의 뮬에는 블랙 비즈와 스팽글을 촘촘히 더해져 희귀한 나비의 표면을 확대한 듯한 질감이 완성됐습니다. 또한 첫 피스 유니크 스니커즈도 함께 공개됐는데요. 게라르도 펠로니가 2018년 처음 디자인한 스포티한 실루엣을 바탕으로, 메종의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조각적인 커브드 힐과 쿠튀르 장식을 결합했습니다. 스니커즈 전체를 뒤덮은 입체적인 꽃잎과 비즈 장식은 편안함을 상징해 온 스포츠 슈즈를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옮겨놓습니다. 쿠튀르의 장인 기술이 이브닝 슈즈나 주얼백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택이기도 하죠.


백 위에서 피어난 작은 정원
에플로레센스(Efflorescence) 주얼백 역시 나비를 위한 화려한 정원이 됐습니다. 블루와 핑크 컬러의 나비가 빼곡하게 자리한 백은 비즈와 자수, 크리스털이 겹겹이 쌓이며 풍부한 표면을 만들어냅니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날개마다 색의 농도와 자수 방향이 미묘하게 다르고, 작은 구슬들이 나비의 몸통과 더듬이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골드 메탈을 덩굴처럼 엮어 완성한 백은 투명한 자개 나비를 더해 섬세한 철제 온실을 연상시킵니다. 블랙 백은 같은 모티프를 정반대의 분위기로 풀어냈습니다. 검은 자수와 비즈, 레이스 장식이 겹쳐지며 나비의 날개는 고딕 건축의 창문처럼 깊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죠. 자연에서 완전히 같은 무늬를 지닌 나비를 찾기 어렵듯, 컬렉션 속 작품도 저마다 다른 개성을 품고 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로저 비비에의 아카이브
파리의 메종 살롱에서 진행된 ‘라틀리에 데 파피용’ 프레젠테이션은 완성된 제품과 함께 컬렉션이 탄생한 과정까지 보여줬습니다. 아카이브 사진과 역사적인 문서, 나비를 관찰한 이미지, 소재 샘플과 스케치로 구성한 무드 보드는 게라르도 펠로니가 과거의 기록을 어떻게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연결했는지 드러내죠. ‘라틀리에 데 파피용’은 메종의 유산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로저 비비에의 가장 화려한 대답입니다.

참고 자료: Roger Vivier 공식 홈페이지 및 보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