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그랑 팔레에서 샤넬의 2026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환상적으로 펼쳐졌습니다.
- 마티유 블라지는 가브리엘 샤넬의 서재에서 영감을 얻어 클래식한 동화를 현대적인 쿠튀르로 재해석했습니다.
- 틸다 스윈튼, 페드로 파스칼, 알렉사 데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셀럽들이 쇼를 함께 빛냈으며, 프랑스 화가 조엘 블랑은 런웨이 옆에서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여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 이번 컬렉션은 패션쇼가 의상 발표를 넘어 예술과 퍼포먼스,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문화 이벤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무대였습니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샤넬이 만들어낸 동화 같은 2026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
동화처럼 펼쳐진 샤넬의 2026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7월 7일 파리의 그랑 팔레. 거대한 꽃 오브제와 자연물로 가득 채워진 쇼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관객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감각을 경험했습니다. 이번 샤넬 2026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쇼는 단순한 컬렉션을 넘어 패션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하나의 거대한 문화 이벤트로 진행되었는데요. 프런트 로에는 전 세계 문화예술계를 이끄는 얼굴들이 자리했고, 런웨이 한편에서는 프랑스 화가가 모델들의 찰나를 화폭에 옮겨 담고 있었습니다. 쇼장의 분위기부터 그 안과 밖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동화처럼 펼쳐졌죠.



마티유 블라지가 완성한 쿠튀르의 동화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은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Bonheur Chanel)의 서재에서 발견된 동화책 ‘레 페, 콩트 데 콩트(Les Fées, Contes des Contes·요정 이야기)’였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hieu Blazy)는 이 책과 함께 ‘잭과 콩나무’,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등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야기들을 허구와 실용 사이를 넘나들며 새로운 쿠튀르의 언어로 번역해냈는데요. 그 책을 한 손에 들고 런웨이에 등장한 첫 번째 룩, 실을 감아 완성한 체크 디테일의 셋업은 샤넬 특유의 절제된 우아함을 더해 관객들을 동화책 속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연이어 덩굴처럼 휘감는 자수와 비즈 디테일의 드레스, 동화 속 웨딩드레스를 연상케 하는 기퓌르 레이스 화이트 드레스, 샤넬의 아이코닉한 트위드 셋업에 진주와 비즈 장식을 더해 동화적 환상감을 배가시킨 룩까지. 아틀리에의 정교한 장인 정신이 환상적인 서사 위에 더해지며, 현실에서는 쉽게 마주할 수 없었던 샤넬만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완성됐습니다.




틸다 스윈튼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까지, 동화 속 숲에 모인 아이콘들
쇼장을 가득 메운 자연물 오브제들 사이로, 전 세계 문화예술계를 이끄는 얼굴들이 자리했습니다. 샤넬이 사랑하는 뮤즈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은 오렌지와 네이비, 크림이 결합된 체크 패턴의 시스루 칼라 드레스를 선택해 독보적인 아우라를 선보였는데요. 허리에도 같은 컬러의 랩을 볼드하게 묶어 룩에 새로운 변주를 더했습니다. 페드로 파스칼(Pedro Pascal)은 화이트 티셔츠와 슬랙스 위에 네이비 스트라이프 니트를 어깨에 가볍게 걸쳐 샤넬 특유의 크루즈 감성을 완벽하게 구현해냈고, 알렉사 데미(Alexa Demie)는 군더더기 없는 블랙 홀터넥 드레스에 골반 라인의 플라워 주얼 장식으로 포인트를 더하며 고혹적인 실루엣을 선보였습니다.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Hirokazu Kore-eda) 역시 올 블랙 캐주얼 룩에 골드 플라워 브로치 하나를 달아 샤넬과 시네마 예술의 깊은 유대감을 위트 있게 표현했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만의 개성으로 샤넬의 세계관을 표현해, 샤넬이 만든 동화책의 주역으로 함께 자리를 빛냈습니다.

런웨이 옆에서 탄생한 조엘 블랑의 예술
이번 쇼의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런웨이가 아닌 쇼장 한편에서 펼쳐졌습니다. 프랑스 화가 조엘 블랑(Joël Blanc)이 종이를 펼치고 모델들이 런웨이를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옮겨 담는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인 것인데요. 현장의 소음과 열기 속에서 직접 작업하는 ‘앙 플레네르(en plein air·야외 제작)’ 원칙을 고수해온 그에게 오트 쿠튀르 런웨이는 가장 자연스러운 작업실이 되었습니다. 의상의 실루엣, 패브릭이 흔들리는 질감, 자연물 오브제로 가득한 쇼장의 생생한 감각까지. 미리 구도를 짜지 않는 즉흥성과 거침없는 붓 터치로 포착해낸 이 작업은 AI가 복제할 수 없는 오트 쿠튀르의 희소성을 순수 미술의 영원성으로 기록해냈죠. 마티유 블라지가 담고자 했던 동화 속 이야기의 순수함과 가공되지 않은 생동감을 손으로 전하는 조엘 블랑의 붓질이 자연스럽게 맞닿아, 관객들에게 오직 이 순간에만 존재할 수 있는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패션쇼가 문화 이벤트로 진화하는 방식
샤넬과 조엘 블랑의 협업은 지금의 패션이 향하는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런웨이는 더 이상 의상을 발표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보테가 베네타가 한국의 이광호 작가와 협업해 쇼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로 탈바꿈시킨 것처럼, 패션 하우스들은 라이브 퍼포먼스와 현대 미술, 공간 디자인 등의 예술과 적극적으로 융합하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문화적 철학을 관객에게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쇼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인상, 단순히 옷이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기억되는 것. 이것이 지금의 패션 하우스들이 가장 공들여 설계하는 부분이죠. 샤넬 2026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조엘 블랑의 붓끝을 통해 그 답을 가장 아름답게 증명해냈습니다.




파리의 한여름, 샤넬이 펼친 동화 한 페이지
동화책 한 권에서 출발해 런웨이를 채운 정교한 의상들, 쇼장 한편에서 실시간으로 완성된 그림까지. 샤넬이 이번 쇼를 통해 보여준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옷이 아니었습니다. 패션이 어떻게 예술과 문화와 맞닿으며 시대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가장 입체적으로 펼쳐 보인 자리였죠. 동화 속 상상력과 현실의 예술이 맞닿아 탄생한 이 컬렉션은, 뜨겁고 분주했던 파리의 한여름을 잠시 서늘하게 식혀준 동화 같은 한 장면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