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같은 전통적 보석을 넘어 올해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눈에 띄는 낯설고 다채로운 여섯 가지 보석을 소개합니다.
- 핑크와 오렌지가 균형을 이루는 파파라차 사파이어와 네온 블루빛 파라이바 투어멀린 등은 희소성과 독특한 컬러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전통적 보석의 공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컬러 스톤들이 하이 주얼리의 메인 스톤으로 등장하며 보석의 세계를 한층 더 넓혀주고 있습니다.
보석과 시계 메종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사실 회사에서 전문적인 보석이나 시계 관련한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은 없습니다. 얼마나 알고 일할지는 결국 담당자의 몫이었죠. 내가 제대로 알아야 이 보석의 희소성을, 이 시계의 기술력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외신이나 해외 전문서적을 찾아 읽고, 전문가를 찾아 질문해가며 하나씩 배워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좋아서 쌓아온 지식으로 지금은 마리끌레르에 보석과 저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니, 저로서는 꽤 감사하고 신기한 일입니다. 지금도 원고를 쓸 때마다 하나라도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로 즐겁게 공부하고 있고요.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석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PR 업무를 하다가 Private Client Relation Manager에 도전하면서는 또 다른 보석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메종이 가진 이야기와 비전을 미디어와 대중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제 일이었다면, 이때부터는 VIC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어떤 보석에, 왜 마음을 빼앗기는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미 좋은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를 충분히 가진 분들에게는 ‘더 크고 더 좋은 것’만큼이나 남들에게 없는 것,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르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중요했습니다. 새로운 컬러 팔레트를 제안하고, 새롭게 주목받는 보석을 궁금해하는 고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저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일이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동안 일하며 알게 된 수많은 보석 가운데, 아직은 많은 분들에게 이름부터 낯설 법한 여섯 가지를 골라봤습니다. 과거의 사례를 끌어모으기보다 올해 발표된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보석들로만 추려보았습니다. 파라이바 투어멀린이나 파파라차 사파이어, 임페리얼 토파즈처럼 익숙한 보석 이름 앞에 낯선 단어가 붙은 것도 있고, 쿤자이트나 스페사르틴, 블루 지르콘처럼 이름부터 ‘그게 뭐지?’ 싶은 보석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듯 이 낯선 이름들이 여러분에게도 보석의 세계를 조금 더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너머에는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운 보석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석양빛으로 물든 연꽃, 파파라차 사파이어


파파라차 사파이어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까르띠에에서 처음 개최한 대규모 하이 주얼리 이벤트였습니다.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죠. 이렇게 예쁜 컬러의 보석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는 생각에 심장이 뛸 정도로요. 당시 도슨트를 자처해 주었던 트레이닝 팀 언니에게 “언니, 이 스트로베리 레모네이드 같은 아이는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파파라치도 아니고 파파라차? 사파이어는 파란색 아니었나? 이름부터 색까지 온통 낯설었지만, 핑크도 오렌지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색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사파이어는 블루뿐 아니라 핑크, 오렌지, 그린, 퍼플 등 다양한 컬러로 존재합니다. 붉은색만 ‘루비’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리죠. 그중 파파라차 사파이어는 핑크와 오렌지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특별한 컬러의 사파이어입니다. ‘파파라차’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의 색’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다소 늙다리(!) 같지만 꽃 중에서도 연꽃을 가장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 사실마저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핑크와 오렌지가 섞였다고 모두 파파라차 사파이어가 되는 것은 아닌데, 이 사파이어의 특별함은 핑크와 오렌지 두 컬러가 이루는 아슬아슬한 균형에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강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감정기관에서 ‘파파라차 사파이어’라는 명칭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에클레티카(Eclettica)’에서도 파파라차 사파이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오렌지 핑크빛 파파라차 사파이어에 퍼플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오닉스, 다이아몬드까지 과감하게 뒤섞은 시크릿 가든 네크리스는 이렇게 많은 색을 한데 모으고도 중앙의 파파라차 사파이어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컬러 주얼리의 대가, 불가리답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제가 왜 오래전부터 파파라차 사파이어를 좋아했는지 새삼 알 것 같았습니다. 핑크도 오렌지도 아닌 그 오묘한 색은 여러 보석 사이에 있어도 이상하리만큼 제 눈에는 먼저 들어오거든요. 좋아하다 못해 저도 까르띠에를 퇴사한 뒤 1캐럿이 조금 넘는 파파라차 사파이어 나석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언젠가 저만의 주얼리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지 못해 그대로 보관 중입니다. 그런데 불가리의 시크릿 가든 네크리스를 보고 나니 눈만 더 높아져 버렸네요. 아무래도 제 작은 파파라차 사파이어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눈이 정화되는 네온 블루, 파라이바 투어멀린


보석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 파라이바 투어멀린 모르면 간첩이겠죠? 지드래곤의 ‘최애 보석’으로도 알려지며 이제는 제법 익숙한 이름이 됐지만, 제가 까르띠에에서 일할 당시만 해도 파라이바 투어멀린을 직접 본 기억은 없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하이 주얼리의 주인공은 대부분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였으니까요.
실물을 처음 본 건 오히려 퇴사 후 개인적인 관심으로 방문했던 제네바의 젬스톤 박람회, Gem Geneve였습니다. 세계적인 주얼리 메종의 디렉터들도 스톤을 소싱하러 오는 곳이라 질 좋은 나석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는데, 유독 여러 부스에서 낯선 네온 블루의 스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함께 갔던 제 보석 멘토이자 보석학과 교수님께서 파라이바 투어멀린을 보시고 “호텔 수영장 색깔 같지 않아?”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보다 정확한 표현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투명한 물 아래로 하늘빛 타일이 비치면서 만들어지는 그 맑고 쨍한 물빛. 파라이바 투어멀린의 네온 블루가 꼭 그 색이었습니다. 쨍한 컬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 눈에는 그야말로 눈이 정화되는 색이었습니다.
파라이바 투어멀린은 1980년대 브라질 파라이바주에서 처음 발견된 투어멀린입니다. 이후 모잠비크와 나이지리아에서도 비슷한 특성을 가진 투어멀린이 발견됐지만, 처음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라 지금도 ‘파라이바 투어멀린’이라 불립니다. 선명한 컬러와 좋은 투명도를 갖춘 스톤은 워낙 희소해 가격도 상당한데, 지드래곤의 반지 덕분에 이제는 많은 분들이 그 가치를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박람회에서 이 스톤을 처음 봤을 당시에는 ‘나는 처음 보는데 왜 이렇게 많은 부스에서 팔고 있지?’ 싶었는데, 이후 여러 메종의 하이 주얼리에 연이어 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보고 온 곳이 바로 하이 주얼리 트렌드의 최전방이었다는 것을요.
올해 포멜라토 하이 주얼리의 테마, 비져너리 컬러(Visionary Colors)컬렉션의 ‘드롭스오브 파라이바(Drops of Paraíba)’ 초커에는 20.15캐럿에 달하는 총 21점의 페어 컷 파라이바 투어멀린이 비대칭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네온 블루에서 그린까지 조금씩 다른 21개의 물방울을 굳이 하나의 톤으로 맞추지 않고 디자인으로 활용한 점이 특히나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꼭 하나 갖고 싶은 보석 리스트에서 파라이바 투어멀린의 순위가 또 한 번 올라갑니다.
노란 보석에 마음을 빼앗길 줄이야, 임페리얼 토파즈


토파즈는 비교적 친숙한 보석입니다. 특히 런던 블루, 스위스 블루처럼 블루 토파즈라는 보석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 역시 토파즈에 다양한 컬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임페리얼 토파즈만큼은 생소했고, 얕게나마 공부한 지식으로는 짙은 오렌지에서 레드에 가까운 보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까르띠에의 새 하이 주얼리 컬렉션 ‘르 쾨르 데 피에르(Le Chœur des Pierres)’에서 골든 옐로우빛 임페리얼 토파즈를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죠. 제가 아는 임페리얼 토파즈가 맞나 싶어서요.
알고 보니 제가 알고 있던 지식은 임페리얼 토파즈의 아주 일부였습니다. 임페리얼 토파즈는 골든 옐로우부터 오렌지, 피치와 핑크를 거쳐 붉은빛까지 생각보다 훨씬 넓은 컬러 레인지를 보여주는 보석이었습니다. 토파즈 가운데서도 희소가치가 있고, 좋은 컬러와 투명도를 갖춘 스톤은 하이 주얼리의 메인 스톤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가진 스톤인 거죠. 그러니 까르띠에가 선택한 골든 옐로우 역시 임페리얼 토파즈가 가진 아름다운 컬러 스펙트럼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제가 눈여겨본 ‘하리마(Harima)’ 네크리스는 바로 그 골든 옐로우 컬러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중앙의 임페리얼 토파즈를 중심으로 옐로우와 오렌지,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져 목선을 따라 풍성한 금빛을 만들어냅니다. 사실 저는 노란색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정도로 깊고 따뜻한 골든 옐로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알고 있던 임페리얼 토파즈의 색을 완전히 새롭게 보게 만든 것만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라일락빛 로맨스, 쿤자이트


쿤자이트는 이름의 탄생부터 티파니앤코와 인연이 깊은 보석입니다. 1902년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핑크빛 원석을 당시 티파니앤코의 보석학자였던 조지 프레데릭 쿤즈가 세상에 알렸고, 이듬해 그의 이름을 따 ‘쿤자이트(Kunzite)’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었거든요.
저는 쿤자이트 역시 2017년, 파파라차 사파이어를 처음 만났던 바로 그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 행사에서 처음 봤습니다. 파파라차 사파이어가 쇼케이스 한쪽에서 우연히 제 눈을 사로잡은 보석이었다면, 쿤자이트 네크리스는 해당 테마를 대표하는 메인 피스 중 하나였습니다. 덕분에 당시 꽤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라벤더빛 쿤자이트에 짙은 라피스 라줄리를 대비시켜 스노우 팬더의 스팟을 연상시켰던 네크리스였는데, 그래서인지 제가 처음 만난 쿤자이트는 사랑스러운 컬러임에도 중성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보석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쿤자이트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티파니앤코의 블루 북 2026 ‘히든 가든(Hidden Garden)’에서 전혀 다른 얼굴의 쿤자이트를 만났습니다. ‘자스민 쿤자이트(Jasmine Kunzite)’ 이어링에는 총 13캐럿 이상의 쿠션 컷 쿤자이트 두 점이 중심을 차지하고, 그 주변을 다이아몬드로 표현한 자스민 꽃과 잎이 감싸고 있습니다. 제가 2017년 처음 만난 쿤자이트가 라벤더에 가까운 차갑고 중성적인 컬러였다면, 이번 스톤은 파우더리한 발레리나 핑크에 훨씬 가깝습니다. 같은 보석인데 이렇게까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습니다.
원래도 티파니앤코를 좋아하지만, 자신들과 오랜 인연을 가진 보석의 또 다른 얼굴을 이렇게 아름답게 보여주니 더 좋아질 수밖에 없네요.
이토록 뜨거운 오렌지라면, 스페사르틴


1월의 탄생석으로 친숙한 가넷은 흔히 짙은 레드 컬러를 떠올리지만, 사실 꽤 다양한 색으로 존재합니다. 스페사르틴(Spessartine)은 그중 옐로 오렌지부터 선명한 오렌지, 붉은 기가 감도는 오렌지 레드까지 따뜻한 색을 띠는 가넷의 한 종류입니다. 스페사르타이트(Spessartite)라고도 부르며, 특히 맑고 선명한 오렌지색을 띠는 스톤은 시장에서 ‘만다린 가넷’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좋은 컬러와 투명도에 큰 사이즈까지 갖춘 스페사르틴은 희소성도 높습니다.
사실 저는 오렌지색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페사르틴 역시 제가 유독 눈여겨보던 보석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올해 티파니 블루 북 2026 ‘히든 가든(Hidden Garden)’ 컬렉션에서 무려 66.06캐럿의 스페사르틴을 보고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티파니는 오래전부터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컬러와 종류의 젬스톤을 하이 주얼리에 과감하게 사용해온 메종인데, 이번 컬렉션에서도 크리소프레이즈, 오팔, 쿤자이트, 페리도트 등 그 컬러 팔레트는 여전히 화려합니다.
제가 눈여겨본 ‘파라다이스 버드(Paradise Bird)’ 브로치에는 66.06캐럿의 마다가스카르산 스페사르틴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커다란 오벌 카보숑으로 커팅해 스톤이 가진 쨍한 오렌지빛을 그대로 드러내고, 그 위에는 사파이어와 크리소프레이즈,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화려한 새 한 마리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오렌지를 좋아하지 않는 제 눈에도 이렇게 크고 선명한 오렌지색 보석이 하이 주얼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더군요. 무엇보다 가넷 하면 으레 떠올렸던 짙은 레드와는 전혀 다른 색이라 더 눈이 갔습니다. 언젠가 제가 오렌지색 보석에 마음을 빼앗기는 날이 온다면, 아무래도 스페사르틴 때문일 것 같습니다.
푸른빛 속에 숨은 불꽃, 블루 지르콘


‘지르콘’이라는 이름을 듣고 값비싼 보석부터 떠올리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이아몬드 대용으로 흔히 사용하는 큐빅 지르코니아(Cubic Zirconia)와 비슷한 이름 탓이죠.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큐빅 지르코니아가 인공적으로 만든 소재라면, 지르콘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보석입니다. 무색부터 옐로, 브라운, 레드, 그린, 블루까지 컬러도 다양하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컬러는 단연 블루입니다. 맑은 블루부터 그린이 살짝 감도는 블루까지 특유의 청량한 컬러를 보여주는데, 여기에 높은 굴절률과 분산에서 오는 강한 광채까지 더해집니다. 그래서 사진으로만 보면 다른 블루 스톤과 헷갈릴 만큼 화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블루 지르콘만의 선명한 빛이 있습니다.
저도 올해 루이 비통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미티카(Mythica)’ 속 ‘포티튜드(Fortitude)’ 네크리스를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는 센터 스톤이 파라이바 투어멀린 혹은 라군 투어멀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의 스톤이 무려 82.14캐럿에 달하는 캄보디아산 인텐스 블루 지르콘이라는 설명을 보고 다시 들여다보게 됐죠. 이 정도면 블루 지르콘을 단순히 색을 더하는 조연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네크리스 전체를 이끄는 명백한 주인공입니다. 큐빅 지르코니아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어쩐지 값비싼 보석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블루 지르콘이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의 한가운데 82.14캐럿이라는 압도적인 크기로 등장한 거죠. 이 정도의 반전이라면 제가 올해의 여섯 가지 보석 중 하나로 블루 지르콘을 고른 이유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돌이켜보면 제가 보석을 좋아하게 된 과정도 이 여섯 개의 스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처음 듣는 이름이 나오면 찾아보고, 실물을 보고 궁금해지면 전문가에게 묻고, 그렇게 하나씩 제 안에 쌓여갔죠. 오늘 다뤘던 여섯 가지 보석들도 모두 그렇게 알게 된 보석들이었고요.
그래서 요즘 하이 주얼리를 볼 때는 올해의 가장 비싼 스톤이 무엇인지보다 ‘이번에는 어떤 보석이 주인공이 될까?’를 먼저 기대하게 됩니다. 올해만 해도 익숙한 보석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컬러를 발견하기도 했고, 그동안 하이 주얼리의 메인 스톤으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보석들이 네크리스와 이어링 한가운데 당당히 자리한 모습도 여럿 만났으니까요.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가 중심이던 하이 주얼리의 세계에 새로운 주인공들이 속속 등장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참 반갑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낯선 이름을 검색창에 두드리고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