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대란 무엇일까. 오늘날 호스피탈리티는 단순히 숙박과 서비스를 넘어
우리의 감각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역과 관계 맺는 태도부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새로운 방식,
머무는 이를 배려하는 공간의 설계, 숙소 밖 일상과 연결되는 경험까지.
여행과 공간을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라본 9인의 필자가
자신이 경험한 숙소를 떠올리며 오늘날 변화하는 환대의 정수를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호스피탈리티의 새로운 기준.

있는 그대로 머무는 곳
2013년 코펜하겐의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사무실 근처를 자전거로 오가며 종종 눈여겨보던 건물이 있었다. 중앙역 앞에 자리한 중앙 우체국이었는데, 1912년에 지은 이 건물이 2020년 ‘빌라 코펜하겐(Villa Copenhagen)’이라는 호텔로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자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코펜하겐을 찾을 때면 친구 집에 머물며 생활하듯 지내곤 했지만, 2021년에는 문득 익숙한 이 도시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처음 빌라 코펜하겐을 찾았다.
중앙역 뒤편 출구를 나서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한 거대한 건물 전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물에 들어서 고풍스러운 복도를 지나면 유리 돔 천장 아래로 빛이 쏟아지는 로비가 펼쳐진다. 고급 호텔에서는 평소보다 조금 더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종종 드는데, 이곳은 다르다. 규모는 웅장하지만 사람을 주눅 들게 하지는 않는다. 안락한 소파가 놓인 밝은 로비와 소탈하면서도 세심한 직원들의 태도는 투숙객과 공간 사이에 거리감을 만들기보다, 지금 모습 그대로 편히 이곳에 머물러도 된다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분위기는 내가 덴마크를 사랑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은 단단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면서도 타인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 말이다.

체크인 데스크를 지나면 공간 분위기는 한층 사적으로 바뀐다. 아름다운 엘리베이터 홀을 지나 객실에 들어서면 호텔이라기보다 며칠간 머물 나만의 집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방의 구조에 꼭 맞게 제작한 듯한 가구와 공간 수납, 시간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부드러운 조명,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침대와 침구,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암막 커튼까지. 짐을 풀고 나면 이 방은 그야말로 내 공간이 된다. 옥상의 수영장도 이 호텔을 다시 찾게 하는 이유다. 비수기에는 티볼리와 지붕, 그 너머로 펼쳐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유유히 수영할 수 있고, 여름에는 바가 개장해 도심의 작은 휴양지처럼 활기를 띤다. 사우나에서 몸을 데우고, 따뜻한 물에서 수영하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비치 체어에 누워 휴식하다 보면 어디론가 향해야 한다는 생각도 잠시 잊게 된다. 그저 지금 이곳에 머무는 순간의 행복을 온전히 즐기게 되는 것이다. 빌라 코펜하겐에는 그 이후 계절을 달리해 여러 번 묵었고, 이곳은 코펜하겐에 가는 사람에게 늘 가장 먼저 추천하는 곳이다. 좋은 호스피탈리티란 공간을 구석구석 세심하게 설계하되 그 완성도를 앞세우지 않고, 머무는 사람이 자기 모습 그대로 편안해질 수 있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지은 에디션덴마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