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스키노가 로리스 메시나와 시모네 리초를 새로운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맞이하며 2027 S/S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 로리스 메시나와 시모네 리초는 써네이(SUNNEI)에서 독창적인 쇼와 유쾌한 디자인을 선보여온 디자이너 듀오로, 모스키노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갈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모스키노 2027 S/S 컬렉션에서는 현실적인 옷차림을 중심으로 선명한 컬러와 과장된 실루엣, 그래피티 프린트 등을 더해 하우스 특유의 위트를 이어갔습니다.
위트는 지키고 과장은 덜어낸 무대. 모스키노의 새로운 챕터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듀오, 모스키노의 다음 장을 열다
9월 25일(현지 시간), 모스키노가 밀라노 외곽의 유니폴 돔 건물 옥상에서 2027 S/S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아드리안 아피올라자(Adrian Appiolaza)의 뒤를 이어 지난 6월 하우스에 합류한 로리스 메시나(Loris Messina)와 시모네 리초(Simone Rizzo)가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처음 선보인 무대였는데요. 두 사람은 2015년 밀라노에서 남성복으로 시작해 여성복까지 영역을 넓힌 독립 브랜드 ‘써네이(Sunnei)’를 함께 이끌어온 디자이너 듀오입니다. 이곳에서 이들은 패션쇼의 모델을 전원 시니어 모델로 캐스팅하거나 브랜드 지식재산권을 두고 가짜 경매를 벌이는 등 파격적인 방식으로 패션계에 이름을 알려왔죠.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이력을 증명하듯, 모스키노의 2027 S/S 패션쇼 또한 실험적인 방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탁 트인 옥상 위에서 반려견과 자전거,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먼저 등장했고, 그 인파를 거슬러 걸어 나온 모델들이 자연스럽게 쇼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화려한 저택 대신 거리와 가장 가까운 공간을 택한 이 장면은, 이번 컬렉션이 향할 방향을 가장 먼저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과장을 걷어내고 남긴 모스키노의 위트
이번 컬렉션은 그동안 모스키노를 설명해온 연극적인 과장을 덜어내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부풀어 오른 버블 헴 스커트와 쇼츠, 구조적인 드레이프가 돋보이는 드레스와 아우터가 등장했지만, 그 위로는 레더 재킷과 버뮤다 쇼츠, 체크 셔츠, 베이직한 니트처럼 실제로 거리에서 입을 법한 옷들이 훨씬 많은 자리를 차지했죠. 컬러 역시 봄과 여름을 맞아 비비드한 레드와 그린, 스카이블루, 옐로우, 오렌지, 머스타드 등의 경쾌한 조합들이 이어졌고, 옐로우 코트나 올리브 그린 재킷 같은 테일러드 피스는 캐주얼한 하의와 짝을 이루며 격식과 일상 사이를 오갔습니다. 이렇게 한층 현실에 가까워진 컬렉션이었지만, 디테일에서는 하우스 특유의 유머가 살아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요. 알록달록한 라피아 장식이 찰랑이는 쇼츠, 힙과 숄더 라인을 인위적으로 과장한 드레스와 머슬 티셔츠,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프린트가 곳곳에서 시선을 끌며 모스키노의 장난기를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즐겼던 창립자 프랑코 모스키노(Franco Moschino)에 대한 오마주로 읽히는 그래피티 프린트 티셔츠도 함께였고요. 이전 모스키노의 유산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 지금의 시대상에 맞춰 새롭게 풀어내는 것. 새로운 디자이너 듀오가 택한 영리한 방식이었습니다.







실용성과 유머 사이, 룩을 완성한 액세서리들
실루엣과 유머를 관통했던 이 무드는 액세서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유선형 고글 형태에 스포티한 프레임을 얹은 선글라스는 드라마틱한 실루엣의 드레스나 격식 있는 셔츠 위에 놓이며 무겁지 않은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고, 도시 거리 위의 세련된 인상을 남겼습니다. 백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파격적인 모양 대신 실용적인 숄더백, 넉넉한 토트백이 주를 이뤘고, 과장된 장식이나 디테일은 쉽게 보이지 않았죠. 오히려 비비드한 옐로우나 틸 블루, 레드 등의 컬러만으로 룩에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멀티컬러의 ‘MOSCHINO’ 레터링 블랙 백 또한 과거 하우스가 즐겨 쓰던 로고 플레이 감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그 형태만큼은 누구나 편하게 들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다듬어졌고요. 하지만 모스키노는 이런 차분한 흐름 속에서도 유머를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 수많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백은 바로 고양이 클러치와 물고기 클러치. 모델들은 이 클러치들을 어깨 위에 무심하게 걸치거나 손에 든 채 걸어나왔는데요. 무표정을 한 고양이의 새침함과 소매에 반쯤 가려져도 시선을 끄는 물고기의 존재감이 런웨이에 엉뚱한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가벼운 듯하지만 확실한 인상의 액세서리들로 두 디자이너는 브랜드가 오랫동안 지켜온 유산을 가장 명확히 증명해 보였죠.


로리스 메시나와 시모네 리초는 모스키노의 아카이브를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시스템을 유쾌하게 비틀던 그의 태도를 가져와 현대의 일상과 연결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무대는 우리에게 익숙한 로고나 농담 없이도,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모스키노다운 장면이 되었죠. 런웨이의 라스트 룩에 적힌 ‘GOOD LUCK’이라는 메시지처럼, 모스키노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갈 이들의 다음 행보를 응원하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