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바나 아르마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테일러링 위로 새로운 실루엣을 더하며 하우스의 ‘진화’를 보여주었습니다.
- 은은한 컬러 팔레트로 출발한 런웨이는 블랙과 골드의 화려한 이브닝웨어로 이어지며 낮과 밤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넘나들었습니다.
- 컬렉션 곳곳에 수놓아진 나비 모티프는 '변화하는 모습 속에서도 브랜드의 본질은 남아있다'는 이번 시즌의 메시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조르지오가 남긴 디자인 언어 위에 실바나의 감각을 겹친 새로운 컬렉션.
실바나 아르마니가 말하는 진화
변화하면서도 나다움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지난 9월 27일(현지 시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가 2027 S/S 여성 컬렉션 ‘Evolution’을 공개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이번 시즌의 화두는 ‘진화’. 브랜드의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바나 아르마니(Silvana Armani)는 하우스가 오랫동안 쌓아온 디자인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대신 익숙한 요소를 조금씩 손보며 지금의 아르마니를 그려냈습니다. 올해 초 그는 “아르마니의 핵심 가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되 진화해야 한다”고 전했는데요. 이번 컬렉션으로 옷의 길이와 소재, 무늬는 달라져도 그 안에 담긴 태도까지 바뀔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재킷 위에 겹친 아르마니의 과거와 현재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상징하는 재킷이 자리했습니다. 느슨하게 풀어낸 더블브레스트 재킷으로 출발한 런웨이는 1980대 아카이브를 떠올리게 하는 뾰족한 어깨의 재킷과 와이드 팬츠로 이어졌죠. 옷의 선과 비율을 정교하게 다듬는 아르마니의 테일러링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실루엣은 한층 자유로워졌습니다. 여기에 실바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코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요. 편안한 코튼 팬츠를 빛을 받아 반짝이는 소재와 한 컬렉션 안에 함께 놓으며 일상복과 이브닝웨어 사이의 거리도 좁혔습니다.
그렇다고 조르지오의 흔적을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 그가 첫 영성체(가톨릭에서 처음 성체를 받는 의식) 때 입었던 수트의 형태를 다시 꺼내들고, 검은 정장을 입은 그의 초상을 스팽글 봄버 재킷 위에 팝아트처럼 올렸거든요. 각진 어깨와 기하학적인 무늬, 금빛이 감도는 메탈릭 소재처럼 곳곳에서 되살아난 1980년대의 흔적 역시 단순한 복원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시의 디자인을 현대적인 소재로 고쳐 입으며 ‘과거를 어떻게 현재로 옮길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낮에서 밤으로 흐르는 컬러
컬러의 흐름을 따라가면 이번 컬렉션의 ‘진화’가 더욱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보리, 크림, 옅은 그레이처럼 은은한 빛을 머금은 색들로 고요하게 출발해, 블랙과 화이트가 교차하는 옵티컬 패턴을 더하며 조금씩 생동감을 불어넣었는데요. 쇼의 후반부로 향할수록 밝은 컬러의 자리를 화려한 골드와 깊은 블랙이 채우며 한층 화려하고 대담해진 이브닝웨어를 선보였습니다. 깊게 파인 V 네크라인의 드레스부터 얼음 알갱이를 흩뿌린 듯 빛나는 스팽글 재킷과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길게 출렁이는 프린지 드레스가 나란히 등장하며 컬렉션에 관능을 더했죠. 블랙 위로는 금속성 실을 섞어 반짝이는 라메(Lamé)가 얹어졌고, 비즈 자수와 메탈릭 장식은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으며 반짝였습니다.
변화를 품고 날아오른 나비!
이번 시즌의 핵심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 건 런웨이 곳곳에 날아든 나비입니다. 형태는 완전히 달라지지만 그 속에 담긴 본질은 그대로 남는 나비의 변화 과정이 ‘EVOLUTION’이라는 제목과 완벽하게 어우러졌으니까요. 나비 모티프는 주얼리와 액세서리를 비롯해, 어깨 스트랩과 네크라인을 따라 작은 나비 장식을 흩뿌린 이브닝드레스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모습은 달라져도 브랜드의 정체성은 이어진다는 이번 시즌의 메시지를 이 작은 모티프로 압축한 셈이죠. 피날레에서는 처음부터 모델들이 차례로 등장해 한 줄로 나란히 걷는 대신 런웨이 곳곳에 멈춰 서서 저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요. 실바나는 이번 쇼에서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린 순간을 두고 “마법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고 돌아봤습니다.

다리오 비탈레와 함께 넘기는 다음 장
아르마니의 ‘진화’는 이번 컬렉션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르마니 그룹은 최근 다리오 비탈레(Dario Vitale)를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액세서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했는데요. 가문 밖의 디자이너가 주요 크리에이티브 역할을 맡는 것은 하우스 역사상 처음입니다. 실바나 아르마니와 레오 델오르코(Leo Dell’Orco)가 지켜온 아르마니의 디자인 언어 위로 미우미우(Miu Miu)와 베르사체(Versace)를 거친 비탈레가 어떤 새로운 감각을 더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죠.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지킨다’는 이번 시즌의 메시지는 이제 런웨이를 넘어 아르마니의 다음 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