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을 나는 일, 오래도록 젊게 사는 일. 인류는 오래전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두 가지 꿈을 이야기해왔다. 신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그 욕망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상에 가져온 브랜드가 있다. 1986년 시작된 호간이다. 호간이 말하는 ‘날개’는 말 그대로 날아오르는 데 있지 않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복잡한 것들을 덜어내고, 결국 중요한 것을 선명하게 보는 태도에 가깝다. 게일어로 ‘젊음’을 뜻하는 브랜드 이름과 로고의 날개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40년 동안 호간은 이 태도를 신발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물건에 담아왔다. 좋은 소재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되 지나치게 장식하지 않는다. 정제된 실루엣에 대담한 한 끗을 더하고, 우아함과 실용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다. 토즈 그룹이 오랜 시간 쌓아온 제작 노하우 역시 그 기반에 있다.



처음부터 호간이 선택한 길은 명확했다. 1986년 등장한 ‘트래디셔널’은 크리켓에서 영감을 받은 슈즈다. 절제된 디자인과 단정한 우아함을 갖춘 이 스니커즈는 시대를 타지 않고 오래 신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지금까지도 호간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1990년대에는 ‘인터랙티브’가 등장했다. 당시 뉴욕에서 스니커즈를 신고 출근한 뒤 포멀 슈즈로 갈아 신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출발한 이 슈즈는 호간 특유의 H 디테일과 유려한 실루엣을 갖추고, 스니커즈와 포멀웨어의 경계를 허물었다. 지금은 익숙한 조합이지만 당시에는 꽤 새로운 제안이었다. 호간은 유행을 좇기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이고 옷을 입는 방식의 변화를 슈즈에 먼저 담아냈다.



2000년대에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영감을 받은 초경량 스니커즈 ‘올림피아’를 시작으로 가방과 레디투웨어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칼 라거펠트 같은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세계를 계속 넓혀갔다.



2007년에는 작가 잭 케루악의 대표작 ‘길 위에서(On the Road)’의 자유로운 여정에서 영감 받은 ‘잭 케루악 프로젝트(The Jack Kerouac Project)’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탄생한 ‘호간 레벨’은 이후 독립적인 라인으로 자리 잡으며 호간의 또 다른 얼굴이 됐다.
그렇게 호간의 아이콘은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트래디셔널에서 인터랙티브, 올림피아와 레벨을 거쳐 지금의 H-스트라이프, 호간 하이퍼라이트, 호간 쿨까지. 그 모습은 달라졌지만 움직임과 자유라는 키워드는 계속 이어졌다.
네 개의 시대, 네 개의 슈즈, 네 편의 영화

호간은 40주년을 기념해 브랜드의 역사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들여다봤다. 이번에 선택한 매체는 영화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네 개의 시기로 나누고, 각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슈즈를 한 편의 단편영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단순히 브랜드의 역사를 재현하기보다 젊은 감독들의 시선으로 각각의 시대와 슈즈를 새롭게 해석한 프로젝트다.

첫 번째 작품은 니콜로 폴린의 ‘셀레스트(Celeste)’. 1980년대를 배경으로 호간 트래디셔널과 함께 멈추지 않는 의지와 상상력을 그린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동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사라 나르두치의 ‘나인 헌드레드(Nine Hundred)’는 1999년 12월 31일로 시간을 되돌린다.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불안이 팽배했던 순간, 스케이트보딩과 호간 인터랙티브를 통해 자유와 속도의 에너지를 담아냈다.


그레고리오 마티오코의 ‘네버 오프(Never Off)’는 2000년대의 올림피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스타덤과 도피, 개인의 정체성을 다루며 화려한 시대의 이면을 바라본다.



마지막은 파올리 데 루카의 ‘로라 레벨(Lola Rebel)’이다. 2010년대를 배경으로 호간 레벨과 수영장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만나고 자유롭게 어울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네 편의 영화는 각각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슈즈가 시대를 설명하는 소품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태도를 보여주는 매개가 된다. 그리고 네 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컬러가 있다. 블루다. 하늘을 올려다볼 때의 색이면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색. 호간이 말하는 자유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40주년을 기념하는 공간 역시 강렬한 블루로 채워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간은 네 명의 감독이 졸업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영화 교육기관 첸트로 스페리멘탈레 디 시네마토그라피아(Centro Sperimentale di Cinematografia) 와 함께 젊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장학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연출, 연기, 시나리오,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 5명에게 3년간 장학금을 제공한다. 4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사람들에게 시간을 건네는 셈이다.



40주년을 맞아 아이코닉 스니커즈 ‘호간 쿨’도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번 스페셜 에디션의 중심에는 선명한 블루가 있다. 오리지널 호간 쿨의 깔끔하고 시대를 타지 않는 실루엣에 포니 이펙트 레더를 더하고, 깊이감 있는 블루 컬러로 완성했다. 아웃솔에는 ‘H86_26’ 프린트를 넣었다. 1986년의 시작과 2026년의 현재를 하나의 그래픽으로 연결한 디테일이다. 같은 모티프를 슈레이스에도 적용해 슈즈 전체에 일관된 흐름을 더했다. 호간 쿨 블루 리미티드 에디션은 9월 23일부터 일부 호간 부티크와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40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지만, 호간에게 이번 기념일은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면 신화의 모습도 달라진다. 중요한 건 그다음 이야기를 누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다.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 호간은 이제 다음 장면을 향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