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어지지 않은 시간을, 흔들리는 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
배우 조준영은 자신과 닮은 청춘을 연기하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가는 중이다.

<2반 이희수>의 테니스 선수를 꿈꾸는 고등학생 ‘주찬영’, <바니와 오빠들>의 다정하고 여유로운 조소과 대학생 ‘차지원’, <스피릿 핑거스!>의 에너지 넘치는 모델 지망생 ‘남기정’에 이어 최근 <스프링 피버>의 반듯한 모범생 ‘선한결’까지, 배우 조준영은 유독 청춘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2020년 드라마 <라이브온>으로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지난 몇 년간 쉼 없이 작품을 오가며 자신과 닮은 얼굴부터 가장 멀리 있는 인물까지 차례로 경험해왔다. 그는 지금 자신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이 있다는 것을,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시간을 기꺼이 겪어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인물과 함께 청춘을 통과하며 자신의 감정과 가능성을 탐색해가고 있는 배우 조준영을 만났다.


데뷔 이후 꾸준히 작품을 이어왔고, 지난해에는 4편의 작품이 연이어 공개됐어요. 그 시간 동안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 속 인물을 자주 맡아왔고요. 실제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다른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학원에 다니고 숙제하고,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이랑 다 같이 놀고. 이렇다 할 사건 없이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저는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뚜렷한 꿈이 없었어요. 장래 희망 칸에 뭘 적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요.
그렇게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다 연기에는 어떤 계기로 눈을 뜨게 된 건가요?
고등학교 때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처음 연기 학원에 갔어요. 원래는 다른 진로를 생각하면서 특기로 연기를 배워보려 했는데, 학원에서 연극을 한 편 무대에 올리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죠.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설렘보다 긴장이 훨씬 컸어요. 감정적으로 울부짖는 장면이었는데, 그냥 내려놓고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무대 위에서 감정을 전부 쏟아내고 나니까 어떤 통쾌함 같은 게 찾아오더라고요.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대기실에서 한참을 울었고요. 이게 무슨 느낌이지 싶을 만큼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 공연을 계기로 연기에만 매진하고 싶어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해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요.
지금은 어떤 영화에 마음이 가나요?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연기와 별개로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영화도 궁금해요.
<먼 훗날 우리>나 <스타 이즈 본>처럼 여운이 짙게 남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영화 속 장면을 다시 보거나 OST를 듣기만 해도 그 감정에 다시 빠져들 때가 있거든요.
장면이나 음악을 통해서는 감정에 쉽게 빠져드는 것 같은데, 평소 자신의 감정은 어떻게 다루는 편인가요? 느끼는 만큼 겉으로 드러내기도 하나요?
감성적인 편은 아니에요. 다만 좋아하는 영화의 OST를 들으면 감정이 확 올라올 때가 있어요. 평소에는 떠오르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려고 하지만,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걸 크게 표출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감정이 지나치게 요동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요.
한데 연기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꺼내고 표현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평소의 자신과 연기하는 자신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나요?
예전에는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평소의 저와 성격이 다른 인물들을 만나고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 오히려 후련하더라고요. 일상에서는 쉽사리 하지 못하는 말이나 표현을 연기를 통해 경험하는 게 즐겁기도 하고요.
<스프릿 핑거스!>라는 작품을 기점으로 배우로서 스스로 변화했다고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죠. 남기정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했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도전적인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맡은 인물 중에 가장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거든요. 첫 화에서 ‘우연’(박지후)과 처음 만나는 장면만 해도 분노에서 시작해서 다정하게 툭툭 말을 건네고, 까불고 망가지는 모습을 연달아 보여줘야 했어요. 그런데 초반의 고비를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 제가 현장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촬영장에 가는 게 설레고, 연기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일을 한다는 느낌도 크게 들지 않았어요. 이래서 연기를 하는구나 싶었죠. 현장을 즐겨야 편안한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나 자신을 내려놓은 채 연기한 덕분에 이후에는 현장에서 긴장도 조금 덜하게 됐고요.


청춘은 배우 조준영이 실제로 통과하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죠. 몇 년 뒤에는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꺼내 쓰지 못할 감정도 있을 테고요. 지금이라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불안인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한 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길게 보면 아직 더 많은 경험을 쌓아가야 하는 시기잖아요. 완전히 다듬어진 돌이 아니라 조금 울퉁불퉁한 상태인 거죠. 그만큼 마음이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기이기 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감정을 외면하지는 않으려 해요. 지금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을 계속 알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지나온 작품을 볼 때, 그 시기에만 보여줄 수 있었던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기도 하나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작품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늘 노력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꼭 얼굴만이 아니라 그 시기의 제가 선보인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때의 제가 품고 있던 감정을 담아 말한 대사잖아요. 지금은 그때보다 어른스러워지고 성숙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한편으로는 저때가 더 멋있다 싶을 때도 있어요.(웃음)
작품 속 인물을 알아가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새롭게 발견해가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처음 알게 된 자신의 모습도 있나요?
어릴 때부터 끼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끼가 출중한지는 여전히 모르겠고요.(웃음) 그런데 연기하면서 저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때, 보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웃어줄 때 느끼는 짜릿한 쾌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조차 몰랐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도 괜히 웃기고 싶은 순간이 자주 찾아와요.(웃음) 개그 욕심이 생겼달까요.
지금의 배우 조준영을 단 한 장면으로 소개해야 한다면, 어떤 장면을 고르고 싶어요?
문득 생각이 난 장면이 있어요. <스피릿 핑거스!>에서 기정이 우연에게 건네는 대사인데요. 지금부터 골치 아프게 고민하지 않아도 자신은 결국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러니 너 자신을 그냥 내 버려둬보라고 말해주는 장면이에요. 너도 분명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요.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참 좋았어요. 감정이 크게 드러나는 장면은 아니지만 그 안에 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장면만 고를 수 있다면 그 장면으로 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