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지난겨울의 관능적이거나 반항적인 분위기가 자취를 감췄다. 이번 시즌에는 밝고 강렬한 컬러를 판타지로만 여기지 말라고 당부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를 중심으로 수많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생기’ 하나로 단결해 밝고 선명한 색의 입술을 연출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 것. 컬렉션 쇼의 백스테이지는 마치 온갖 과일이 싱싱하게 무르익은 과수원을 보는 듯하다. 오렌지와 복숭아 즙을 입술에 물들인 듯한 샤넬, 토마토의 다홍빛을 입술에 옮겨놓은 필로소피와 소니아 리키엘, 막스마라 쇼를 보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필로소피와 구찌 쇼의 푸크시아 핑크 입술은 새초롬한 것이 꼭 체리 같다.
“균형과 비율을 생각해야 해요. 강함에 부드러움으로 맞서야 하듯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의 조언처럼 눈부신 입술 색의 진가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피부 메이크업을 가볍게 끝내고 다른 컬러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행히 브라이트 립은 컬러가 눈부시다 못해 피부를 깨끗해 보이게 하는 ‘반사판 효과’까지 있다. 그만큼 순도 높은 색감을 잘 표현하는 것이 관건. 립 프라이머를 바른 다음 립 펜슬로 입술 전체를 칠하고 마지막에 글로스로 광택을 입혀 채도를 최대치로 높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베카 버터워스의 방법을 참고하길. 베이스 역할을 하는 투명한 립밤과 선명한 립 파우더를 함께 구성한 샤넬의 뿌드르 아레브르도 도움이 될 것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조연은 입술이 얇은 경우 입술 선이 살짝 번지게 연출하라고 귀뜸했다. “밝은 레드 립스틱으로 입술을 꽉 채워 바른 다음 면봉으로 입술 선을 따라 문지르세요. 입술 안쪽부터 그러데이션하는 방법과는 달라요. 립 보톡스 메이크업이라고나 할까요? 입술이 한결 도톰해 보이거든요.”
입술이 도드라지는 게 부담스럽다면 윗입술에는 누드 컬러를, 아랫입술에는 선명한 피치 컬러 립스틱을 바른 컨셉코리아 쇼의 메이크업을 응용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