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랑 안젤리나 졸리의 ‘우먼 포 비즈’ 프로그램

 

프리미엄 럭셔리 뷰티 메종 겔랑(GUERLAIN)이 지난 3월 캄보디아에서 여성 양봉가를 장려하는 ‘우먼 포 비즈(Women for Bees)’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최근 수년째 겔랑의 뮤즈로 활동하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가 참여해 여성 양봉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꿀벌 보호와 양봉업자 육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함께 받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배우이자 위대한 엄마, 그리고 환경보호와 여권신장 등 범지구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열혈 운동가인 그를 만나 선한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 벌의 날에 6만 마리의 벌들과 함께 촬영한 화보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벌들을 유인하기 위해 몸에 페로몬을 발랐다고 들었는데 촬영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저는 지극히 평화로웠어요. 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가만히 있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제가 그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경외심이 들기도 했어요. 벌들이 떼 지어 모여들었고, 이 중 한 마리는 촬영하는 동안 무리에서 떨어져 제 드레스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죠.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촬영을 진행하는 일이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캄보디아의 현실을 담은 영화를 연출할 만큼 캄보디아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겔랑과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캄보디아에서 진행한 ‘우먼 포 비즈’ 프로그램이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을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로 양봉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순간이 있었나요? 캄보디아는 제가 20대 때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함께 처음으로 방문한 아시아 국가 중 하나고, 제 아들의 고국이기도 해요. 방문 당시 저는 전쟁이 끝나 조국으로 돌아오는 난민들을 만나기 위해 국경 근처에 머물렀습니다. 그 이후로 20년 동안 그곳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그들은 열대 우림을 보호하고 양봉과 같은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생계를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겔랑과 함께 캄보디아를 다시 찾아 그들이 그동안 해 온 일들을 직접 보고, 이러한 노력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무척 기뻤어요.

 

겔랑 안젤리나 졸리의 ‘우먼 포 비즈’ 프로그램

 

전문가들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4년 내에 인간이 멸종할 것으로 예측해요. 겔랑과 함께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이며, 구체적인 행동 등 일상생활에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죠.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정원을 가꿀 때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등, 꿀벌을 비롯해 지구 생태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꿀벌이 생태계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사실이 있나요? 맞아요. 많은 사람이 꿀벌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공유하는 온순한 생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를 쏘거나 아프게 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꿀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잠재적 영향은 말 그대로 끔찍한데도 말이죠. 꿀벌이 생태계의 수분(가루받이)을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생물이라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어요.

 

겔랑 안젤리나 졸리의 ‘우먼 포 비즈’ 프로그램

겔랑 안젤리나 졸리의 ‘우먼 포 비즈’ 프로그램

겔랑은 2025년까지 2,500개의 벌집을 설치하고 1억 2천 5백만 마리의 벌을 양봉하는 것이 목표이다. 유네스코(UNESCO)와 협업으로 여성 양봉가를 육성하고 꿀벌 개체수에 대한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 ‘우먼 포 비즈’를 위해 지난 해에 이어 캄보디아를 찾았다.

 

난민, 기아, 환경 등 세계적인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20대 때 캄보디아에 처음 가서 아들 매덕스를 만났을 때, 그 지역 사람들을 통해 지구상의 수많은 문제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 후 아들 팍스를 통해 베트남, 한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의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한국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인 만큼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덕스의 영향으로 한국인은 당신과 매우 돈독한 내적 친분을 쌓고 있어요. K-뷰티나 한국 여성의 뷰티 루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여성들은 정해진 미의 기준과 다른, 매우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 획일적인 미의 틀에 맞추기보다는 나에게 잘 맞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당신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롤 모델입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당연히 현재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큰 이슈죠. 하루빨리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쟁으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요. 커리어 면에서는 유럽에서 영화를 연출할 계획입니다. 내용은 내전의 종식과 함께 펼쳐지는 복수극이에요.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을 연계해) 의도한 건 절대 아니지만, 저는 갈등의 경험과 그 강도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