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디올 뷰티 앰배서더로서 함께했어요. 대체 불가한 ‘인간 디올’, 디올의 아이콘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본인이 지닌 성정 사이의 접점을 느끼기도 하나요? 디올은 정적인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저와 잘 맞는 느낌이 들어요. 룩에 따라 예측 가능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언밸런스한 스타일링을 가미하거나 독특한 메이크업을 한다는 점에서 잘 맞아요. 저 역시 익숙한 것보다는 도전하고, 시도하고 싶은 것에 대해 늘 생각해요. 디올과 함께 작업하며 시너지를 얻고요.
정규 2집으로 한국 걸 그룹으로는 최초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고,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 정상도 차지했습니다. 매번 새롭게 경신하는 경이로운 기록이 아티스트 자신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해요. 이런 기록은 블랙핑크만의 것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나누는 거라고 생각해요. 팬들이 이런 기록에 저희보다 더 기뻐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희에게는 큰 기쁨이기도 하고요. 보답하는 느낌이 들어요.
상장을 가져다주는 느낌인가요? 어때? 키운 보람이 있지? 하는.(웃음)
거대한 성취가 마음과 행동을 짓누르지는 않고요?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문 것 같아요. 저는 지난 기록과 비교하며 낙담하고 실망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저희가 하고 싶은 것,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을 팬분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지 않겠다는 의지죠? 저는 현재를 사는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아,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곱씹기도 했는데, 과거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부터는 지난 일을 후회하거나 되새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도 않아요. ‘지금에 집중하자, 이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 하면서요.
타고난 낙천성, 긍정적 에너지가 지수를 보다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을 현실적으로 보고, 그래서인지 늘 침착하게 행동하는 편이에요. 시험 날에도, 연습생 때 평가 날에도, 심지어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때도 별로 떨지 않았어요. 마인드 컨트롤을 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설레고 떨리는 감정에 휩싸이기보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헷갈리는 부분이나 고음에서 조심해야 하는 대목 등을 정리하고 계산하면서 무대를 쭉 훑고 있어요.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요.(웃음)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을 마주해야 하죠. 도전에 기꺼이 나서는 태도는 이를 행할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 텐데요. 자신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다져왔어요? 막연한 믿음을 갖기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쪽에 가까워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것과도 이어지는 점인데,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라온 것 같아요. 무언가에 도전할 때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하고 싶은 것을 해서 실패했을 때 왜 그랬느냐는 타박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늘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셨죠. 그러다 보니 전에 없던 도전을 할 때도 마음속에 ‘괜찮을까?’ 하는 물음표보다 ‘해보면 되지!’ 하는 느낌표가 자리 잡아요. 그래서 해보고 결과가 좋지 않아도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상심에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모두에게 처음은 있으니까. 처음 하는 일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 지수 씨가 무척 큰 사람으로 보여요. 실패했을 때 부끄럽고 창피한 건 모두가 다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관심 있는 분들은 저를 지켜보시겠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주시하고 나의 작은 실패가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니까요.
예쁜 토끼인 줄 알았는데 호랑이를 만났네요. 무던하고 담대한 호랑이.(웃음) 토끼인데 그림자는 호랑이인.(웃음)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 잘 지키고 붙잡고 있으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 있다면 뭔가요? 지금 이 모습, 원래의 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변화가 큰 일을 하고 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이뤄내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상황은 매 순간 변하는데 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요. 유동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가장 우선하는 건 나의 행복, 멤버들의 행복, 가족의 행복이에요. 이 점을 잊지 않으려 해요. 무대에 오를 때 ‘오늘 이 공연에 찾아온 이들, 함께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도 변치 않게 지키고 싶고요.
2023년에 이루고 싶은 작은 목표가 있다면요? 2023년에는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요. 스트레스를 풀 때 책을 많이 읽거든요. 책을 읽다 보면 시간이 빨리 흐르잖아요. 무언가에 몰입해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 좋아요. 바쁘고 피곤하면 책에 손이 잘 가지 않잖아요.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올해는 원래 제 취미를 되찾으려 해요.
글자 속 고립에서 위안을 받을 때가 있죠. 맞아요. 책을 덮을 때쯤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 있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면 다른 시간에 다녀온 느낌이 들어요.
몰입의 수단이 영화나 드라마일 수도 있는데, 책이라는 점이 신선해요. 드라마나 영화에는 잘 집중하지 못해요. 보다 보면 다음에 어떻게 되나 싶어 다급해져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한 손에 휴대폰 쥐고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찾아보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해석까지 보고 있기도 하고요.(웃음) ‘아, 지금 이 장면이 이거구나, 지금 나오고 있다’ 하면서. 그러고는 다시 보죠. 그렇게 본 영화를 서른 번은 봐요.(웃음) 아는 내용, 익숙한 전개가 주는 편안함을 즐기며. 모르는 거 너무 떨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