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퍼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시스 커정.

 

영화감독에 비유하자면 흥행 보증수표에 가까운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명작을 탄생시켜온 특별한 안목과 재능은 어디서 발현되나요?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지 않는 것. 그리고 다양한 문화에 더 열린 마음과 자세로 다가가려는 태도. 이 두 가지는 조향사뿐 아니라 모든 창작자에게 필요합니다. 운 좋게 남들보다 더 많이 여행 하고 영감을 줄 전시를 챙겨볼 여유도 가졌죠. 이런 경험이 켜켜이 쌓여 내 안에 머물다 무언가를 탄생시켜야 할 때 엄청난 동력이 되곤 합니다.

말을 들으니 ‘쟈도르 로르’완성하는 영감을 요소가 궁금합니다.

향을 만드는 내내 파리에 머물렀어요. 때마침 데미언 허스트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벚꽃에서 영감을 받은 ‘체리 블로섬’ 시리즈를 만날 수 있었죠. 저는 늘 쟈도르가 점묘화나 인상파 화가의 작품과 비슷하다고 느껴왔는데,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보며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작업 방식과 쟈도르 로르를 만들어가는 제 방향성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향이 점묘화를 이루는 작은 점이라 여겼는데, 데미언 허스트의 회화 또한 비슷한 테크닉으로 이뤄지더군요. 마치 레이어링을 하듯 무수한 붓질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없지만 5미터 정도 멀리 떨어져서 보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음악에서 화성의 구조를 쌓아가는 것과 비슷하네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은 각기 다른 소리를 지녔지만 지휘자의 리드 아래 감동적인 선율을 이룹니다. 이처럼 향의 원료가 지닌 개별적 특성을 살리되 조화로운 연주곡이 되도록 조율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가장 깨끗하면서 동시에 매우 관능적인 향. 쟈도르 로르의 향을 맡아본 첫인상입니다.

맞아요. 조금 더 덧붙이자면 부드럽고 플로럴하며 현대적이면서 파격적이며 섹시하면서도 화사한 매력을 지닌 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선 프레젠테이션에서 쟈도르 로르를 만드는 과정을 ‘금을 채굴하는 것’비유했죠.

쟈도르 로르를 만들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디올 하우스의 정수라 할 만한 무언가를 찾을 때까지 탐구를 멈추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대지의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 또 파는 채굴 과정과 비슷했죠. 채굴을 통해 찾아낸 금속을 가열했을 때 가장 순수한 결 정체인 ‘금’만을 남기듯 제가 찾은 진귀한 가치 중에 가장 고귀한 것, 바로 ‘꽃’을 남겼습니다. 첫 쟈도르 향수와 쟈도르 로르 사이에는 약 25년의 세월이 존재합니다. 그사이 원료의 세계는 발전했고 향이 지닌 가능성은 넓어졌죠. 하지만 꽃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결코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쟈도르의 정수이자 향으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가장 큰 핵심입니다.

수많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전설적인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스타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왔습니다. 당신이 쟈도르를 새롭게 해석한 결과인 ‘쟈도르 로르’특정하는 시그니처는 무엇인가요?

기존의 쟈도르는 풍성함이 특징입니다. 이를 간결하게 다듬으며 그 속에 담긴 플로럴 향을 보다 선명 하게 극대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지극히 단순화한 포뮬러와 이전과 비교해 파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간결한 구성이 제 정체성과 매우 닮았죠.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 비유하자면, 카메라 렌즈를 최대한 줌인 해 주요 배역이 되는 꽃의 윤곽을 더 크고 존재감 있게 잡으며 향의 특성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조향사는 ‘완벽한 코’유지하기 위해 제한적 삶을 산다고 들었습니다. 하루에 시간만 일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요. 그럼에도 계속 일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명확하게 짚자면, 크리스챤 디올 뷰티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합니다.(웃음) 조향사로 일하며 가장 기쁜 순간은 새로운 향수를 세상에 선보일 때입니다. 그 향수가 누군가의 피부에 안착해 행복으로 피어날 때 더할 나위 없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쟈도르 로르는 오렌지 블로섬과 재스민 그랜디플로럼, 센티폴리아 로즈 앱솔루트가 한데 어우러지며 진귀한 꽃들의 정수만을 모은 퍼퓸 에센스다.

쟈도르 로르 50ml, 28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