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곁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하나하나 헤쳐올 수 있었죠.
업무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확실하게 존중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예의를 지키며 의견을 나누다 보니
서로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 디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Peter Philips)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디올 쇼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처음 서울에서 만난 때가 벌써 지난해라니 시간이 참 빨라요. 그동안 로컬 쇼는 물론이고 메이크업 튜토리얼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 평균 영상을 세 편 이상 촬영하며 보낸 것 같아요. 정말 정신없이 바빴어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2024 S/S 디올 쇼의 메이크업 주제는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마녀 같은(witchy)’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어요. 이번 쇼의 무대는 매우 어두운 박스처럼 만들었어요. 그 안의 모든 벽이 붉은색으로 빛나며 역동적이고 화려한 세계를 구현했죠. 그에 걸맞은 강렬한 느낌을 얼굴에 표현해야 했어요. 피부와 다른 색조 메이크업을 최대한 간결하게 마무리하고, 입술 중앙 부분에 블랙 펜슬 아이라이너로 라인을 그려 넣어 신비로운 마녀 같은 느낌을 주었어요. 마지막으로 깨끗한 브러시로 조심스레 블렌딩해 경계를 자연스럽게 흐트러뜨렸죠.
쇼를 진행할 때면 백스테이지는 극도로 분주하죠. 그 와중에도 일을 잘 진행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요? 틈틈이 잘 쉬려고 노력해요. 백스테이지에서는 1백 명 가까운 모델을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끼니도 거르지 않으면서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올 하반기에 출시한 ‘포에버 쿠션’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벨벳처럼 부드러운 마무리와 글로시한 피니시 모두 무척 매력적이죠. 이번 제품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신제품을 출시할 때는 늘 포뮬러를 개발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워요. 특히 이번에 새로운 포에버 쿠션을 출시하면서 다양한 스킨 톤에 맞는 셰이드를 고안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는데 아시아 시장, 그중에서도 한국 여성들에게 가장 잘 어울릴 컬러와 포뮬러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현지에 있는 한국의 팀원들과 계속 교류하며 출시 직전까지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어요. 그 결과 기존 제품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포뮬러를 개발할 수 있었죠. 그리고 쿠션 퍼프도 심혈을 기울인 결과입니다. 어떤 피니시를 구현하는 제품인지에 따라 애플리케이터도 달라야 해요. 그래서 이번 포에버 쿠션의 벨벳 피니시에는 코튼 퍼프, 글로우 피니시에는 실리콘 퍼프로 각 포뮬러에 꼭 맞는 피부 표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죠. 패키지도 기존 제품보다 훨씬 얇게 제작했어요. 패키지가 너무 얇으면 잘 부서지거나 공기의 기밀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이처럼 지난하고 광범위하지만, 어려운 도전 과제라고 여기기보다 과정 하나하나가 제품 개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요소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시도해요.
이제 디올 뷰티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피터 필립스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 한 브랜드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곁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하나하나 헤쳐올 수 있었죠. 뷰티뿐 아니라 패션의 영역과도 경계를 넘나들며 자주 협업하는 편이에요. 업무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확실하게 존중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예의를 지키며 의견을 나누다 보니 서로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함께 일하고 나면 더욱 끈끈한 유대감이 생겨요. 실제로 디올 하우스의 모든 팀이 서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제품 출시일은 언제인지 다들 알고 있어요. 그 때문에 서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하며 일하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거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창의력이 샘솟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