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말론 런던 라임 바질 앤 만다린 핸드크림. 50ml, 4만6천원대

JO MALONE LONDON
LIME BASIL & MANDARIN HAND CREAM

2019년 가을, 졸업 작품 전시회로 한창 바쁘던 날이었다. 손님맞이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그 끝에 겨우 주위를 둘러보는데, 누군가 작품 아래 두고 간 파스텔 톤의 노란 상자가 보였다. 궁금해하며 리본을 풀자마자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그간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까지 사르르 녹는 기분. 알고 보니 친구보다 더 가깝게 마음을 터놓고 존경하며 따르던 선배의 졸업 축하 선물이었다. 로드 숍에서 파는 저렴한 핸드크림을 주로 쓰는 20대 초반 대학생이던 내게 조 말론 런던의 핸드크림은 럭셔리 그 자체였다. 졸업 전시를 진행하는 내내 그 핸드크림을 발랐는데, 주변 관람객들이 “어디서 좋은 향기 나지 않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아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뷰티업계에 발을 들이면서 다양한 핸드크림을 써볼 기회가 많지만, 그때 선배가 준 핸드크림을 바를 때만큼 향긋하고 기분 좋은 느낌은 아직 받지 못했다. 아마 후배를 위한 응원과 사랑이 담긴 따스한 마음이 내게 온전히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마리끌레르> 뷰티 어시스턴트 박상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