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폴앤조 마이캣 립스틱 고양이 립밤 #트리트먼트 립스틱. 2.6g, 3만8천원대. 키엘 립밤 넘버1 #페어. 15ml, 1만9천원대. 크리스챤 디올 뷰티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001 핑크. 3.2g, 4만8천원대. 글로시에 밤 닷컴 #민트. 15ml, 가격 미정. 샤넬 루쥬 코코 밤 #912 드리미 화이트. 3g, 4만8천원.

PAUL & JOE
MYCAT LIPSTICK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선물할 땐 어쩐지 앙증맞은 무언가를 건네고 싶어진다. 대학생 때 유난히 일본 여행을 자주 가던 나는 당시 이세탄 백화점 1층의 폴앤조 보떼 매장에서 발견한 한 립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마치 수제 포장지 같은 패키지에 정성스럽게 고양이를 새긴 립밤은 열렬한 ‘코덕’이던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당시는 폴앤조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았음에도 구하기 쉽지 않을 때였는데, 학생이 감당하기에 큰 금액을 선뜻 지불한 기억이 있다. 이후 몇 년 동안은 일본에 여행을 가면 소중한 사람에게 줄 선물로 이 제품을 구매하곤 했다. 이 제품은 화장품을 고를 때 효능을 중시하는 내가 처음으로 디자인만 보고 선택한 것이라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여러 화장품을 써봐야 하는 뷰티 에디터로서 가끔 이런 상황에 피로감이 밀려들 때 이 립밤을 떠올리곤 한다. 일일이 재고 따지며 평가하기 바쁜 것이 아니라, 화장품이 지닌 물성 자체를 사랑하던 시절, 그리고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소중한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립밤이다.

<마리끌레르> 시니어 뷰티 에디터 김상은

KIEHL’S
LIPBALM #1

군대에서 장교로 전역해 내 주변에는 직업 군인 친구가 여럿 있다. 내가 복무하던 부대는 강원도에 있어 겨울에 유난히 춥고 건조했는데, 그때마다 키엘 립밤을 꺼내 함께 복무하던 친구와 나눠 바르곤 했다. 필요한 만큼 손에 덜어 바르는 튜브형 패키지라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고, 메이크업 제품을 쓰는 것이 어색한 남자들도 거리낌 없이 쓱쓱 바를 수 있어 좋다. 투명한 젤 제형이 입술에 닿으면 오일리하게 녹아 입술을 쫀득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달콤하면서 시원한 배 향이 은은하게 느껴져 바를 때마다 기분 전환이 되는 마법의 립밤이다. 그 시절 그렇게 나눠 바르던 키엘 립밤. 지금도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친구한테서 이 립밤을 바를 때마다 내 생각이 난다며 종종 연락이 와 그때를 떠올리곤 한다.

<마리끌레르> 뷰티 어시스턴트 박상범

CHRISTIAN DIOR BEAUTY
DIOR ADDICT LIP GLOW

대학교 1학년 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선배와 첫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가 뭐고, 사랑은 또 뭔지. 누군가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했을 풋내기에게 그와 나누는 모든 순간은 낯선 설렘으로 다가왔었다. 화이트 데이이자 내 생일인 그해 3월 14일에 그가 강의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내게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어딕트 립 글로우가 담긴 봉투와 장미꽃 한 다발을 안겨주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사기에는 꽤 고가의 제품이었기에 ‘이런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어른의 연애일까’ 하는 착각도 했다. 그와의 연애는 립 글로우를 다 쓰기도 전에 끝났지만, 지나간 사람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 법. 당시 나는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를 바르고 미팅도 소개팅도 꽤 열성적으로 했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도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는 나의 최애다.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컬러, 안색을 한 톤 밝혀주는 브라이트닝 효과, 촉촉한 보습감 모두 일품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이용하면 무료로 인그레이빙과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니 그녀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놓치지 말길!

<마리끌레르> 시니어 뷰티 에디터 김경주

GLOSSIER
BALM DOTCOM

6년 전, 난생처음 뉴욕 땅을 밟은 내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바로 글로시에 매장. 그 당시 우리나라에 입점이 안 된 뷰티 브랜드를 찾아다니면서 여행의 재미를 느끼곤 했는데, 동행한 친구가 여긴 꼭 가야 한다며 나를 이끌었다. 깔끔하고 차분한 화이트와 베이비핑크 톤의 인테리어와 제품, 그리고 패키지가 소장 욕구를 자극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때 구매한 밤 닷컴. 한 번만 발라도 입술이 오래 촉촉하게 유지된다. 비건 성분을 함유해 자극적이지 않아 입술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발라도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다. 뉴욕행에 동행했던 친구가 최근 미국에 다녀오면서 밤 닷컴을 내게 선물했다. 지금도 글로시에 제품은 해외 직구로만 만날 수 있는데, 친구 덕분에 그때 추억을 떠올리며 올겨울을 이 립밤으로 나고 있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송현아

CHANEL BEAUTY
ROUGE COCO BAUME

“어, 지금 바른 립밤, 샤넬이네요!” 소개팅 자리에서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어색한 시간을 보내던 차였다. 형식적인 질문이 오가던 중 그가 입술에 립밤을 슬쩍 발랐고, 익숙한 패키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심플한 화이트 패키지에 클래식한 더블 C 로고. 맞다. 샤넬의 루쥬 코코 밤이었다. 입술에 닿는 순간 버터처럼 사르르 녹아 스며들고, 촉촉하면서도 번들거리지 않아 쓰면 쓸수록 중독되는 나의 애정템.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써온 립밤을 그도 쓰고 있다니!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고, 이후 대화의 물꼬가 트여 한동안 온갖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좋아하는 화가와 작곡가, 여행지까지. 이토록 취향이 같고 센스 있는 남자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처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을 때 표정 없이 나누던 표면적인 대화는 감정이 오가는 속 깊은 대화로 바뀌었고, 그날 나를 집까지 데려다준 그는 “다음에 꼭 다시 봐요!”라며 아쉬운 듯 겨우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우리는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종종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 립밤이 아니었으면 우리 못 만났을걸?” 립밤을 고를 때도, 나에게 말 한마디 할 때도 섬세하던 그. 그 기억이 좋아 소개팅을 앞두고 있거나 사랑하는 이를 위한 선물을 눈여겨보는 이에게 샤넬의 루쥬 코코 밤을 알려주고 싶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이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