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 베르가못 22. 100ml, 44만원.
로에베 001 맨 오 드 퍼퓸. 100ml, 21만5천원.
톰 포드 뷰티 오드 우드 오 드 퍼퓸. 100ml, 54만원.
푸에기아 1833 킬롬보. 100ml, 52만9천원.
조 러브스 망고 타이 라임 EDT. 100ml, 25만9천원.

LE LABO BERGAMOTE 22

겨울 향수 하면 으레 떠오르는 향이 있다. 파우더리하고 포근한, 어쩐지 달큼하게 감싸는 녹진한 공기. 하지만 내 가 생각하는 겨울 향기는 조금 다르다. 유난히 여행을 좋아하던 대학생 시절, 나는 혼자 훌쩍 떠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느 해 겨울방학 때 혼자 간 제주도에서 비자림을 찾았다. 그리고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여느 관광지와 비슷하려니 하는 생각으로 간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평안을 발견했다. 차가운 바람결에 스치는 나무와 잎사귀 냄새 가 코끝을 자극하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번잡하던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았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그때의 기억과 향이 계속 맴돌았다. 우연히 르 라보의 베르가못 22 향을 맡은 후 불현듯 그 겨울 제주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그리던 바로 그 겨울 향기. 시트러스의 상쾌하고 싱그러운 기운과 마지막에 스치는 쌉싸름한 향. 이 향수는 시원한 분위기 때문에 여름 향수로 꼽히지만, 내게는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이래서 향은 냄새로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라고 하는 것이 아닐는지.

<마리끌레르>시니어 뷰티 에디터 김상은

LOEWE 001 MAN EAU DE PARFUM

겨울이 되면 괜스레 묵직한 분위기의 향수를 찾게 된다. 살갗에 닿는 찬 기운과 상반되는 따듯한 향이 온몸을 감싸면 기분 좋은 촉감을 지닌 캐시미어 코트를 걸친 듯 온기가 더해지는 기분이랄까. 이런 의미에서 로에베의 001 맨 오 드 퍼퓸은 나의 겨울 아우터로 손색없는 향수다. 첫 향은 단단하고 오래된 나무에서 느껴지는 냄새가 진하게 퍼져 꽤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 이 지날수록 본연의 살냄새와 어우러지며 보송하고 따듯한 분위기로 바뀌는데, 마치 부드러운 벨벳에 폭 안기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아침에 한 번만 뿌려도 저녁까지 지속되는 존재감 넘치는 향으로 온종일 기분 좋은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맨 오 드 퍼퓸이지만 중성적인 무드를 즐기는 여성이 쓰기에도 좋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송현아

TOM FORD BEAUTY OUD WOOD EAU DE PARFUM

첫 만남부터 운명의 퍼즐 조각처럼 딱 들어맞는 인연이 있다. 한겨울, 양재천을 함께 걸었던 그녀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가 풍겼고, 그 향의 진원지가 그녀라고 생각한 나는 “어떤 향수 쓰세요?”라고 슬며시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맞춰보세요” 하더니 손목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리는 동시에 말했다. “톰 포드 뷰티의 오드 우드!” 같은 향수를 쓰고 있던 우리는, 서로에게서 은은하게 풍기는 내음을 맡으며 마음까지 통하는 기분을 공유했다. 달큼한 바닐라와 따스한 통카빈 향이 썸을 탈 때의 두근거리는 감정과 똑 닮았다. 아쉽게도 깊은 인연으로 발전하진 못했지만, 오드 우 드 원료 특유의 고급스럽고 묵직한 향을 맡으면 그녀가 늘 이상형이라고 말하던 ‘센스 있는 남자’의 이 미지가 떠올라 그 뒤로도 자주 손이 간다.

<마리끌레르> 뷰티 어시스턴트 박상범

FUEGUIA 1833 QUILOMBO

풋풋했던 첫사랑, 이뤄지지 않아 더 기억에 남는 썸, 뜨거웠던 연애의 기억까지. 만남과 이별을 거듭했던 내 연애사는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내가 뿌리는 향수는 연애하는 상대가 바뀔 때마다 달라졌다. 올겨울에 푹 빠진 향수는 푸에기아 1833의 킬롬보. 처음 뿌리는 순간, 달콤한 연유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면서 어느새 내 몸 구석구석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여릿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바닐라와 분유, 사탕수수의 달콤한 내음이란!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향 때문일까? 이 향을 뿌리고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갈 때면 아무리 힘든 날이어도 지친 기색은 희미해지고, 설렘 가득한 연인의 모습으로 그 앞에 서게 된다. 덕분에 그는 내가 항상 따스하고 다정다감한 여자라고 생각했단다. 지금 나처럼 온기 가득한 사랑을 시작하는 이에게 건네고 싶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이영주

JO LOVES MANGO THAI LIME EDT

매년 겨울, 서울이 가장 추울 때 여름 나라로 떠 난다. 올겨울에는 태국의 후아힌으로 향했다. 당장 뛰어들 수 있는 수영장을 앞에 두고 야자수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온몸으로 느끼니 긍정 적인 기운이 절로 채워지는 기분.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따듯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웬만한 일에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사람들,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가도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거리, 값 싸고 달콤한 색색의 과일들. 샛노란 망고를 한입 가득 베어 물며 내가 여기서 산다면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상상했다. 휴가 기간이 끝나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조 러브스의 망고 타이 라임을 뿌릴 때면 꿈같던 휴가지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생망고의 풍부한 과즙, 라임의 톡 쏘는 뉘앙스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서울의 추위도 이겨낼 힘을 불어넣어준다.

<마리끌레르> 시니어 뷰티 에디터 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