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나 처음은 잊기 어렵다. 내가 화장하는 즐거움을 처음 느낀 순간은 블러셔를 바를 때였다. 생생하고 여린 색을 양 볼에 입히는 순간, 안색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걸 두 눈으로 목격하고 화들짝 놀랐던 기억. 그때 바른 블러셔는 나스의 블러쉬 #섹스어필이다. 스무 살이 되고 용돈을 모으고 모아 손에 넣은 그 작은 케이스는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시작점이었다. 거울 앞에서 어색하게 웃어 보던 얼굴, 이유 없이 들뜨던 마음, 그 모든 순간이 그 안에 켜켜이 쌓여 있다. 시간이 흐르며 취향도, 얼굴도, 삶의 밀도도 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이 블러셔 바를 때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스의 블러쉬 #섹스어필은 내게 일종의 롱제비티를 깨닫게 한다. 사라지지 않고 다른 시간의 나를 계속 이어주는 감각 같은 것. 지금도 가끔 이 블러셔를 볼에 얹을 때면 그 시절의 공기와 마음이 희미하게 스민다. 어떤 순간은 이렇게, 사라지지 않는 방식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마리끌레르> 뷰티 비주얼 디렉터 김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