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놓칠 수 없었던 꿈은 음악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였어요. 그것 외엔 한 번도 다른 꿈을 꾼 적이 없었는데 오빠를 만나서 요즘 내 삶의 목표들이 다시 생겼어요. 한 사람이 올 때,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 온다는 말이 있는데 내게로 온 오빠의 과거와 앞으로 우리가 함께해야 할 미래들… 소중하게 잘 쓸게요. 우리는 이제 이심이체 아니고 일심동체니까요. 작은 것에 감동하는 나날들을 선물해줘서 고마워요. 처음 같이 여행했던 그 마음으로 함께 이 길을 걸어가요.”
하와이로 출발하기 일주일 전, 지인들과 함께 벌인 청첩장 파티에서 메이비가 윤상현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영상에 쓰인 글이다. 그녀는 스스로 음악을 입히고, 사진을 편집하면서 직접 써 내려간 글로 그의 프러포즈에 대답했다.
윤상현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인터넷 세상이 바삐 움직이는 동안, 그의 사랑스러운 피앙세는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며 그의 사랑에 보답했다. “급하거나 앞서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뭐든 서두르면 과정보다 결론이 앞서게 되니까. 그래서 처음 만날 때도 결혼 같은 무거운 주제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얘기가 좀 통하는 친구였으면 좋겠다, 같은 취미를 공유했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였죠.” 가랑비에 옷이 젖듯, 윤상현은 서서히 메이비의 마음 씀씀이에 동화되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길을 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아는 나이, 모든 걸 서두르지 않는 윤상현이지만 어느 순간 그의 마음이 그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언론에 나온 것처럼 연애 기간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연애의 온도는 높았죠. 뭐든 천천히, 느리게 하는 걸 좋아하는데 은지(메이비의 본명)에게만은 제 방식이 적용되지 않았어요. 제가 적은 나이가 아니잖아요. 내 사람을 알아차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은지는 내 인생의 선물 같은 존재예요.”
모든 연인이 그러하듯 두 사람의 눈빛은 항상 서로를 쫓았다. 허니문을 대신해 떠난 이번 하와이 여행에서 두 사람은 늘 서로를 먼저 생각했고, 윤상현의 손엔 언제나 메이비의 손목이 포개져 있었다. “별로 표현하는 성격이 아닌데, 변하게 하나봐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저도 모르게 은지 손을 잡게 되고, 놓치면 안 될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붙어 있게 되고 그래요.”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하나가 되는 건, 사랑이나 마음의 끌림 같은 건 지구상의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요즘처럼 작은 것에 감동하는 나날이 또 있을까 싶어요. 별것 아닌 일에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고, 도무지 심각하게 느껴지는 게 없어요. 뭐든 다 이해할 것 같고, 그럴 수 있을 것 같고. 생각과 시선이 좀 넓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제 얼굴을 보면 뭐가 그렇게 즐거우냐고 오빠가 가끔 묻는데…, 그 답은 오빠인 것 같아요. 이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다, 이 사람이 내게 와줘서 감사하다 하는 생각뿐이에요.”
여행을 좋아하지 않던 그녀가 산으로, 바다로 아무 때나 불려나가 부담 없이 그 시간을 즐기게 된 것도 윤상현 덕분이다. 평소에도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던 윤상현이, 혼자가 아닌 그녀의 존재를 공기 삼아 좀 더 많이, 자주 길을 나설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녀 덕분이다. “처음으로 같이 여행을 다녀온 게 지난해 은지 생일 때예요. 은지는 작사가라 그런지 혼자서 조용히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데, 저는 탁 트인 곳으로 은지의 시간을 빼내오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무작정 집 앞에서 전화했죠. 그리고 아무 준비 없이 강릉으로 내달렸어요. 철 지난 바닷가는 한적하고 고요했죠. 가끔 몰아치는 파도 소리 말고는 한없이 조용했는데 그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어요. 그렇게 바다를 따라 걷다 한적한 노래방을 찾아갔죠. 그런 거 있잖아요. 서울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 같은 거. 한 시간쯤 노래만 불러줬어요. 그런데 별거 아닌 노래 선물에 감동하는 은지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그 마음이 참 예뻤어요.”
사소한 다툼은 또 다른 애정 표현이라지만 이 커플에게 상대방 때문에 토라지는 건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말다툼한 게 한 손에 꼽을 정도. 둘 다 불편한 걸 못 견디는 성격이라 감정 싸움 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못하다. 티격태격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는가 싶다가도 이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맞잡고 수다를 떨게 된다. 운명이라는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인연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두 사람은 이야기한다. 그렇게 얘기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했고, 두 사람의 손은 꼭 맞닿아 있었다.
“매 순간 행복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로맨틱한 순간이 지나가면 결혼은 생활이 되는 거니까. 살면서 어렵게 꼬인 문제가 하나쯤 반드시 있을 거예요. 그 일이 인생의 고비로 느껴지지 않게 서로 의지하면서 잘 풀어나갔으면 해요.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서로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기다려진다거나 기대하는 마음 대신 우리에게 다가올 시간들을 덤덤하게 맞이하고 싶어요. 되도록이면 즐기는 마음으로. 10년쯤 뒤에는 부부로서 저와 은지가 한 뼘쯤 성장해 있다면 그걸로 우리의 결혼생활은 만족입니다.” 서로가 서툴던 시간, 그때는 서로 부부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김은지는 말한다. 윤상현과 김은지. 앞으로 둘은 절대 떨어지지 않고 서로의 옆자리를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