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스웨이드 트렌치코트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 이어 <상류사회>까지. 꽤 성공적이었던 두 작품을 연이어 끝내고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 유이에게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A4 용지 다섯 장에 달하는 인터뷰 질문지에 직접 펜을 들고 또박또박한 글씨로 답변을 적은 뒤, 다시 일일이 사진을 찍어 메일에 고이 첨부해 보낸 것이다. 답변 중간중간엔 하트도 그려 넣었고, 마지막 장엔 본인 인증 사인까지 더했다. 이토록 아기자기한 인터뷰라니. 어디서든 함께 있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 파리의 어느 호텔 방에 앉아 어린아이가 숙제를 하듯 꼼꼼히 답변을 써내려갔을 모습을 떠올려보니 더없이 사랑스럽다. 유이는 평범한 또래들처럼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순하리’를 마신 인증샷을 SNS에 올리기도 하며, 때론 스스로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기도 하는 발랄하고 건강한 청춘이다.

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롱 슬리브리스 드레스, 블랙 부티 모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플라워 프린트 롱 드레스,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블랙 부티 모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상류사회> 끝나고 잘 쉬었나요? 뭐 하고 지냈어요? 촬영하느라 바빠서 못 만났던 애프터스쿨 멤버들도 오랜만에 보고, 여러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가끔씩 인터뷰나 화보 촬영도 했고요. 드라마 끝나고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들을 즐기면서 지내고 있어요.

성준, 임지연, 박형식. 함께 출연한 연기자들이 또래라 촬영 현장이 유난히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어느 촬영장에 가나 매번 제가 막내이거나 나이가 어린 편에 속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제일 누나이자 언니였어요.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더 편한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게 다 같이 말을 놓자고 먼저 제안했죠. 극 중에서도 준이와 형식이는 저보다 오빠로 등장하고 지연이는 친구 역할이니까요. 촬영 분위기가 어찌나 유쾌하던지 넷이서 같이 등장하는 신을 찍을 땐 서로 장난치고 웃느라 촬영이 지연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드라마가 끝나서 아쉽기도 하겠네요. 그럼요. 종방연 파티 때 펑펑 울었어요. 배우들, 스태프들하고 헤어지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혼자 울다가 <상류사회> 마지막 회를 저만 못 봤어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헤어지는 건 슬픈 일이에요.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았던 만큼 연기도 좋았어요. 자신이 연기자로서 어느 정도의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첫 계단도 오르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해요. 단계를 시작하기에 앞서 해야 하는 준비운동 중이에요. 더 열심히 해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어요.

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더블 브레스티드 트렌치코트 더 노스페이스 화이트 라벨(The North Face White Label). 안에 입은 맥시 드레스는 에디터 소장품.

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안에 입은 니트 원피스 미소니(Missoni). 프린지 장식 롱 케이프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넉넉한 사이즈의 숄더백 겸 토트백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 모자는 에디터 소장품.

그렇다면 연기자로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캐릭터의 감정에 대한 이해 같아요. 또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 감정의 흐름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고요. <상류사회>의 장윤하는 감정의 변화가 유독 많은 여자였어요. 순수하고 귀엽기도 하다가 때론 독기를 뿜어내고요. 가족, 연인, 친구까지 여러 인물과 갈등을 겪기도 하죠. 특히 고민한 부분은 엄마와 윤하의 관계,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감정선이었어요. ‘어떻게 나를 낳아준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과 의논을 많이 하고, 다른 배우들하고도 대화를 자주 나눴어요.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여러 극적인 상황에 놓인 캐릭터지만 뻔하지 않은, 의외의 모습을 가진 새로운 재벌가 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어요. 아마 그렇게 색다른 윤하의 모습에 준기도 반한 거겠죠?(웃음) 준기가 자주 하는 말이 ‘넌 정말 달라’ 거든요.

과연 윤하가 믿는 순수한 사랑이 현실에도 있을까요? 순수한 사랑까지는 잘 모르지만, 저는 운명적인 사랑은 분명 있다고 믿어요! 그 운명의 남자를 아직 기다리는 중이죠.(웃음) 주위 사람들은 저 보고 연애할 때 밀당을 잘 좀 해보라고들 하는데,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저는 좋으면 좋다고 먼저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에요. 아마도 연애에서는 조금 더 성숙해야 하나봐요.

재벌가 딸이라는 캐릭터 설정이 현실과 좀 동떨어져 감정이입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해요. 장윤하는 현실의 저와 완전히 다른 여자지만, 뭐든 스스로 해내려는 성격만큼은 상당히 닮았어요. 사실 그렇게 부잣집 딸이면 좀 더 편하고 쉽게 살 궁리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윤하는 자신의 배경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해요. 제가 윤하처럼 특이한 상황에 놓인 건 아니지만 저도 늘 어디서든 제 자신에게 솔직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플라워 프린트 트렌치코트, 사이하이 부츠 모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모자는 에디터 소장품.

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레오퍼드 패턴 코트, 블랙 부티 모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그레이 미니 사이즈 숄더백 겸 토트백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 모자는 에디터 소장품.

다른 사람들에게도 솔직한 편이에요? 점점 더 솔직해지고 있어요. 사실 신인 때는 이미지를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어요. 그래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힘들고 지친 모습은 감추려고 애쓰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편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해요.

그럼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딱이네요. 맞아요! 제 일상을 그대로 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꼭 해보고 싶어요. 편하게 친구들 만나는 모습, 운동하는 모습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요. 마지막에는 진짜 리얼하게 팬들하고 함께 여행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면 어떨까요?(웃음)

참,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황광희와 만나는 장면이 화제가 됐죠. 둘이 실제로는 어떤 사이일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해요. 솔직히 저도 그렇고요.(웃음) 하하, 광희는 친한 친구예요. 썸도 아니고요, 정말 순수한 친구 관계요. 요즘은 <무한도전> 찍느라 워낙 바빠서 저랑 밥 먹을 시간도 없대요.(웃음)

친구가 많은 가봐요. SNS에 친한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 자주 올라오던데요. 예전에는 혼자 조용히 있는 걸 좋아했었는데, 요즘엔 좋은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받는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과 만나면 영화관에 가기도 하고, 맛집도 찾아다녀요. 아, 예전에 비해 주량이 많이 줄긴 했지만 가끔씩 술도 마시고요. 저는 소맥을 좋아해요.(웃음) 한강공원에 앉아서 라면을 먹기도 하고 배드민턴 치는 것도 즐겨요. 최근 들어서는 여행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모두 좋아요.

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그린 롱 드레스, 프린지 장식 케이프, 블랙 부티. 카무플라주 토트백 모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모자는 에디터 소장품.

유이 패션 화보 - 마리끌레르

프린지 장식 스웨이드 코트, 프린지 장식 토트백 모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최근까지는 드라마 촬영 스케줄 맞추느라 잘 놀지도 못했겠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스트레스 해소엔 역시 볼링! 잘 치진 못하지만 드라마 촬영하다가도 스태프들이랑 같이 볼링장을 찾기도 하고, 매니저 오빠랑 둘이 가서 치기도 했어요. 자주 다녔더니 단골 볼링장까지 생겼어요.

더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어요? 일종의 일탈 같은 거요. 저 혼자 운전해서 한강에 다녀온 거요. 초보 운전인 저한텐 엄청난 일탈이었어요! 부모님께는 ‘저 한강 좀 다녀올게요’라며 쿨한 척 집을 나섰지만 사실 무지 떨렸었거든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탈은 혼자 배낭여행 떠나는 거예요.

최근에 가장 즐거웠던 일은 뭐예요? 식상할까봐 이렇게 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요즘 하루하루가 정말 즐거워요.

워낙 밝고 긍정적이라 연예인이 되지 않았더라도 어디서든 즐겁게 살고 있었을 것 같아요. 아마 수다쟁이 체육 선생님이 됐을걸요. 제 어릴 적 꿈이었거든요. 저는 아직도 제가 연예인이 된 게 신기해요. 그래서 가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도 있어요.

20대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꼭 외국어 하나를 마스터하고 싶어요. 아주 어렵겠지만 차근차근 공부해서 이룰 거예요. 파이팅!

 

producing: 배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