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로다의 뷰티 시크릿

페이크 퍼를 트리밍한 가죽 드레스 레카(Leka).

민트 슬리브리스 셔츠, 팬츠와 플라워 브로치 모두 프라다(Prada).

힐러리 로다의 가방에는 루카스포포(Lucas Pawpaw) 립밤, 핸드 로션 그리고 초콜릿이 들어 있다. “입술과 손은 마르면 안 돼요.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야죠. 저는 가방 속에 초콜릿을 작은 박스째 넣어두거나 허쉬 키세스 초콜릿 몇 개를 넣어 다니죠.”
옷을 입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제 몸에 잘 맞아야 한다는 거예요. 물론 신발과 핸드백이 완벽한 마무리를 책임지고요. 옷보다 좋은 구두와 백이 모든 걸 멋지게 만들죠.
쇼핑을 할 때 뉴욕의 부티크 스토어에서 해요. 뉴욕에는 거의 모든 브랜드, 모든 스타일이 다 있죠. 하지만 이곳도 부티크 스토어가 점점 사라지는 게 아쉬워요.

소매의 리크랙 패턴이 독특한 블랙 미니드레스 루이 비통(Louis Vuitton).

오랫동안 에스티 로더의 얼굴로 활약하며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톱 모델 힐러리 로다(Hilary Rhoda). 그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 덕분에 그녀는 안젤리나 졸리에게서 세인트 존(St. John) 모델의 왕관을 물려받았다. 이 고전적인 미모의 아가씨는 캔디를 입에 문 듯 소녀 같은 얼굴을 한 모델들이 캣워크를 장악하던 시절에도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꼿꼿하게 톱 모델의 자리를 지켰고, 개성 강한 모델들이 인기를 모을 때도 마찬가지로 흔들림이 없었다. 클래식한 아름다움은 트렌디한 매력을 뛰어넘는다는 패션계의 불변의 진리를 증명하듯, 그녀는 대학교 2학년 때 모델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하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발렌시아가, 막스마라, 돌체 앤 가바나, 지방시 등의 광고 모델로 활약해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찍 뉴욕 첼시의 스튜디오에 막 걸어 들어온 그녀는 시크하기보다 달콤했다.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에 잔잔한 꽃무늬가 사랑스러운, 무릎까지 내려오는 분홍빛 시폰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막 10대를 벗어난 학생처럼 보일 정도로 소녀 같았으니까. 그렇게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내 냉장고에 넣으면서 “이건 제 필수 간식이에요” 하고 속삭이며 민망한 듯 웃었다.

라인스톤으로 장식한 코르셋 더 블론즈(The Blonds), 가죽 배기팬츠 캐롤린 포(Karolyn Pho).

힐러리 로다의 얼굴이 유독 부드럽고 달콤해 보인 건 최근 들려온 소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뉴욕 사교계의 공식 커플, 힐러리 로다와 그녀의 약혼자 션 에이버리(Sean Avery)가 올가을 웨딩 마치를 울린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출신 션 에이버리는 아이스하키팀 뉴욕 레인저스의 스타플레이어로 2012년 은퇴한 후 2013년 힐러리 로다와 약혼했다. 두 사람은 션이 뉴욕 트라이베카에 2009년 오픈한 스포츠 바 ‘워런 77(Warren 77)’의 론칭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션은 그들의 만남에 대해 이렇게 회고하곤 했다. “바에 한 여자가 들어와요. 남자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하죠. ‘난 저렇게아름다운 여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난 저 여자랑 결혼할 거야.’”

그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패션에 정통하기로 유명했는데, 경기가 없는 몇 달 동안 패션 잡지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고, 남성 패션지 게스트에디터로도 활동했다. “난 여성 패션이 더 좋다. 여성의 옷은 스토리가 있고,그게 내게 흥미를 유발한다.” 공공연하게 이렇게 이야기할 줄 아는 운동선수를 본 적이 있는가. 반면 힐러리는 한때 꽤 유명한 필드하키 선수였다. 대학교에서 그녀를 스카우트하느라 안간힘을 썼고, 실제로 공격수 상을 받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모델 일을 위해 운동선수 활동과 학업을 미뤄두었다. 패션에 관심 있는 아이스하키 선수와 필드하키 선수 출신의 패션모델, 이 둘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햄프턴에 있는미술관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요. 아시겠지만, 제 약혼자는 스타일과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대단해요. 이런 사람과 결혼식에 대한 계획을 함께 세우는 건 정말이지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한편 이 두 사람은 최근 패션 브랜드 ‘솔리드 앤 스트라이프트(Solid & Striped)’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딴 수영복 라인 캠페인에 함께 참여했다. 햄프턴에서 결혼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커플과 수영복 라인, 그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결혼 무렵의 추억이 됐다.

라인스톤으로 장식한 코르셋 더 블론즈(The Blonds), 가죽 배기팬츠 캐롤린 포(Karolyn Pho).

그녀는 자신이 운동선수로 활약한 경험이 결코 모델이라는 직업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둘 사이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슷한 점이 많아요. 여행할 일이 많다는 것과 제 자신의 몸과 정신을 항상 최선의 상태로 만들어두어야 한다는 점이 특히 비슷해요. 둘 다 건강함과 집중력이 최고의 자산이죠. 어릴 때부터 운동선수로서 트레이닝을 오랫동안 해온 것이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녀가 자신의 커리어를 어떤 굴곡 위에 두지 않고 항상성 위에서 바퀴를 굴려온 것은 어쩌면 운동선수로 활동한 배경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지나친 개성이나 소위 ‘똘기’에 기대기보다 성실성과 꾸준함에 포커스를 둔다. 심지어 아름다움에 대한 의미나 그 비결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진부한 것이 언제나 진실이죠.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나온다는 말이진리예요. 행복한 삶,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산다면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배어나요. 그 아름다움은 그 사람의 눈 속에서 반짝거리죠. 그건 감추거나흉내 낼 수 없어요.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비법이나 운동법, 스킨케어 팁을많이 물어보는데, 사실 비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전 구식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서 공을 들이고, 꾸준히 하는 것. 노력만큼 훌륭한건 없어요. 열심히 하면 그 자체로 자신감이 생기죠. 그것이 다시 아름다움을 창출하고요.”

그래서일까. 그녀의 입술에는 눈에 띄는 상처가 하나 보이는데, 그게 그녀가 뷰티 모델로 활동하는 데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포토그래퍼가 조심스럽게 입술의 상처에 대해 말을 꺼냈는데, 오히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상처를 지우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그 상처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이다. “열다섯 살 크리스마스 밤에 우리 집 강아지가 제 입술을 물었어요. 제가 모델 일을 시작하기 직전이었죠. 하지만 저는 제 이 상처를 좋아하고 보듬으려고 노력했어요. 이제 이 상처가 저를 상징하는 하나의 특징이 된 점도 좋고, 지금처럼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주제가 되니까 더 좋아요!”

힐러리 로다는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과 힐러리 로다 사이에는 더 끈끈하고 가까운 인연이 있다. “아버지가 지금 서울에 살고 계세요.” 몇 달 전 IBM 서울지사로 발령을 받은 그녀의 아버지는 현재 한국에서 근무한다. “제가 표지를 장식한 <마리끌레르>가 한국 곳곳에 진열되면 아버지가 많이 자랑스러워하실 거예요.(웃음) 아직가보지 못해서 너무 아쉽지만, 조만간 방문할 일이 많아지겠죠? 서울은 24시간 깨어 있는 도시이고, 뉴욕보다도 더 살아 있는 도시라는 이야기를 많이들었어요. 가고 싶어 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