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 아침, 강남의 어느 주택가에 있는 김승우와 김남주 부부의 집을 찾았다. 결혼 10주년 리마인드 웨딩 화보 촬영을 위해 부부의 집에 오랜 시간 함께해온 그들의 스태프들이 모였고, 집은 여느 주말 아침과 달리 분주했다. 스태프들이 한 명, 한 명 집에 들어설 때마다 첫째 딸 라희와 둘째 아들 찬희는 낯익은 얼굴들과 간간이 보이는 낯선 어른들에게 부지런히 인사를 건넸다. 스태프들이 1층과 2층을 오가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동안 찬희는 자신의 방을 차지한 화보 촬영용 옷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놀기도 하고 누나에게 뭔가를 찾아달라며 조르기도 했다. 열 살 라희는 찬희의 물건을 척하니 잘도 찾아주었다. 촬영 준비로 한창 바쁠 무렵, 두 아이는 태권도장에 가야 한다며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은 것만 빼면 여느 주말 아침의 풍경과 다를 게 없었다. 이 집은 이들 부부와 두 아이의 삶이 시작된 곳이다. “결혼할 때부터 10년 후에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는 아예 리마인드 결혼식을 하려고 했죠. 그런데 막상 10년이 지나니 리마인드 결혼식까지 하긴 좀 귀찮더라고요.(웃음) 대신 기념사진을 찍기로 한 거죠. 처음에는 외국이나 제주도에 가서 찍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 바로 이 집이더라고요. 이 집 정원의 감나무 아래 작은 의자에 앉아 태교를 했으니 아이들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두 이 집에서 일어난 거죠. 10년 전 이 마당에서 저랑 남편, 둘이 찍은 사진이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두 아이가 함께하는 거죠. 10년을 보낸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김남주)
10년을 살아온 그들의 집은 그만큼의 세월과 삶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가구며 인테리어 소품이며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오랜 시간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다. 부부의 침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10년 전에 찍은 부부의 결혼사진과 아이들의 사진이 있고, 벽 한편에는 김승우가 아이들이 자랄 때마다 키를 기록한 흔적도 있다. 드문드문 아이들이 지금보다 어릴 때 그려놓은 낙서도 보인다. 집 이곳저곳에는 아이들의 책이며 장난감이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피아노 위에 김남주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열심히 줄을 그어가며 공부한 자녀 교육 관련 책들도 눈에 띈다. “저는 원래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익숙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물건은 새것을 좋아해요. 물건에 딱히 애착을 가지지도 않고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이 집을 채운 것은 전부 오랫동안 사용한 것들이죠. 인테리어도 바꾸지 않았어요. 결혼하고 이 집에서 좋은 일이 많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아서 건강하게 키웠으니 이 집을 채운 것은 무엇 하나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화보 찍을 생각을 하니까 귀찮기도 했죠.(웃음) 그런데 막상 오늘 아침에는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10년 동안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고, ‘많이 애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많은 것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김남주) 이날 촬영은 대부분 정원에서 이뤄졌다. 키가 커서 가지가 옆집으로 넘어간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정원은 이들 부부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감나무는 올해도 또 한 뼘 자란 것 같기도 하고, 감나무 가득 열린 감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으며, 단풍나무도 빨갛게 물드는 중이고 바퀴의 바람이 좀 빠진 자전거도 한 대 보인다. “이 집 자체가 제게는 향수가 느껴지는 곳이에요. 라희를 가졌을 때 남편이 엄청 바빴거든요. 밤에 혼자 있으면 무섭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이제는 키가 제 어깨에 닿을 만큼 훌쩍 자랐네요. 저기 빨간 꽃 보이세요? 얼마 전에 아이들이 키우던 햄스터 햄톨이가 죽어서 저곳에 묻어줬거든요. 그런데 마치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빨간 꽃이 피었어요. 정원 어디에도 그 꽃이 없는데 말이에요.”(김남주)
김남주는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위해 10년 전 결혼식 때 입은 웨딩드레스를 준비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생애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 된 듯한 순간을 함께한 웨딩드레스다. 그 드레스를 보고는 김승우도 결혼식 때 입은 수트를 찾아 왔다. “그때만 해도 바지를 좀 길게 입고 품도 이렇게 낙낙했어요.(웃음) 얼마 전에 결혼사진을 꺼내 봤죠. ‘어, 이 사람도 왔었네’ 하면서요. 가끔 그렇게 결혼사진을 함께 보곤 해요.”(김승우) 결혼하고 나서 식구가 늘어난 것을 빼면 이들 부부에겐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서로에게 좋은 친구이고, 시놉시스를 함께 읽으며 조언해주는 동료이자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함께 와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운 부부다. “3년 전쯤에 단둘이 하와이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하와이는 우리에게 특별한 곳이죠. 신혼여행으로 갔던 곳이거든요. 둘이 여행을 다니니까 새롭더라고요. 다시 젊음을 찾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마음껏 거리를 걸으며 예전에 데이트할 때처럼 지냈어요.”(김승우) “원래는 일주일 정도 계획했는데 애들이 보고 싶어서 4일 만에 돌아왔어요. 아이들이 없으니까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더라고요.(웃음) 최근에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얼마 전 추석이에요. 평소에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이 있지만 명절에는 집에 오롯이 우리 네 식구만 남잖아요. 그런 날이면 애들 아빠가 요리를 하거든요. 근데 그 음식이 하나같이 맛있어요.”(김남주)
이날 마리끌레르 화보 촬영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과 기념 촬영도 했다. 메이크업을 한 엄마가 무섭다며 엄마 얼굴을 잘 보지 않으려고 하던 찬희는 턱시도가 제법 잘 어울렸고, 아빠의 눈을 빼닮아 눈이 아주 예쁜 라희는 엄마가 직접 고른 드레스를 입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았다. “10년 후에도 지금 같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도 마찬가지예요. 더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목표 같은 건 없어요. 지금처럼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러니한 건 이제는 지금만큼만 유지하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거겠죠.”(김승우) ”둘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배우로서 우리가 지금보다 뭘 얼마나 더 올라가고, 또 내려간다고 얼마나 내려가겠느냐고. 대단한 톱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기보다는 지금의 우리 일을 지켜가면서 잘 살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로서는 목표가 있어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죠. 먼 훗날 아이들이 저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김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