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딘(Dean)을 처음 발견한 것은 ‘리스닝 세션’이라는 이름의 동영상에서였다. 그래미 위너 에릭 벨린저와 제프 버넷, 미국 DJ 신의 독보적인 레이블 소울렉션의 프로듀서 DJ 에스타, 저스틴 비버의 안무가 마이켈 윌슨(Mykell Wilson) 등 동시대 흑인음악의 선두에 선 ‘월드 페이머스’가 좁은 녹음실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래미 어워즈 대기실 같은 풍경 속에 음악이 흐르자 동양인 청년이 어깨를 들썩이고 추임새를 내지르며 노래를 시작한다. 그야말로 ‘천진’하게 놀았다. 그런데 이 자리, 이 청년의 음악을 대놓고 평가하는 ‘품평회’다.
EXO의 정규 앨범 <XOXO>의 수록곡 ‘Black Pearl’과 <SING FOR YOU>의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불공평해(Unfair)’의 작사와 작곡을 맡았으며, VIXX의 ‘저주인형’, 존 박의 ‘U’ 등 다양한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한 딘(DEAN). 그는 2013년 스물두 살부터아이돌 그룹 매드타운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비범한 이력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 2015년 유니버설 뮤직과 계약하며 본격적으로 필드에 올랐다. 트랜디한 음악을 좇는 리스너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에릭 벨린저, 밀라 제이, DJ 에스타와 협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지난 7월 초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발표한 에릭 벨린저와 그의 듀엣곡 ‘I’m Not Sorry’는 신인의 데뷔곡이라기보다 능수능란한 ‘선수’의 음악이었다. 도끼와 함께한 ‘I Love It’, 지코가 참여한 ‘풀어(Pour up), 다이나믹 듀오, 크러쉬와 함께한 여러 사운드를 비롯, 힙합 뮤지션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피처링한 곡 ‘Put My Hands on You’ 또한 마찬가지다. 열을 올리고 식히는 완급 조절, 찐득한 보컬과 래핑, 쉴 새 없이 박자를 쪼개며 올리는 가속까지···. 동시대가 즉각 반응하는 요소들이 영리하게 뒤엉켜 있었다. 이후 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 되는 곡마다 10만 조회수를 가뿐히 넘겼다. 장르를 분류하고 계보를 세우기에 바쁜 평론계가 이 요란한 뮤지션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그는 세상에 없는 음악이다.
에릭 벨린저와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했나? 소속돼 있는 프로덕션 그룹 ‘줌바스’는 LA를 중심으로 미국 음악에 대한 인프라가 탄탄하다. 줌바스의 신혁 대표를 통해 현지 뮤지션들과 작업을 하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처음 음반을 준비할 때부터 미국 시장을 염두하고 작업했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찾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에릭 벨린저와 처음부터 잘 맞았다. 그는 이미 R&B 영역에서 독보적인 색깔을 지닌 뮤지션이지만, 그의 음악을 반복하기보다 우리 둘의 새로운 시너지를 빚어보고 싶었다.
흑인음악에 정통한 온라인 매체 ‘하이프트랙(Hypetrak)’이 메인 페이지에서 ‘I’m Not Sorry’를 소개했다. 영광이다. 당시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 소개됐다.(웃음) 물론 에릭 벨린저의 역할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주로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나? 멜로디나 리듬 외에도 이미지는 음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가게 간판에서 독특한 색 조합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두기도 한다. 그림을 본다고 악상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림에서 받은 느낌을 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시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편이다.
‘Put My Hands on You’는 어떤 곡인가? 앤더스 팩, DJ 에스타와 공동 작업했다. 일렉트로닉에 재즈를 더한 딥 하우스 풍의 곡이다. 음악을 워낙 많이 듣기 때문에 듣는 순간 ‘이건 뭐다’ 하는 느낌이 있는데, 나로서도 장르를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힙합이면서 R&B와 일렉트로닉이 섞여 있다. 함께 작업한 앤더스 팩은 랩을 하면서 노래도 하고 밴드에서 드럼도 친다. 그가 지닌 ‘혼종’의 성향이 좋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평소 흑인음악보다는 밴드 음악을 많이 듣는다. 아일랜드 일렉트로닉 록 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이나 일렉트로닉과 힙합, 펑크를 R&B에 담는 미구엘(Miguel)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음악을 좋아한다. 하나의 장르만을 고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도대체 장르가 뭐냐’는 질문은 내게 칭찬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