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다코타 존슨
신기하게도, 다코타 존슨 은 스타처럼 연기하지 않는다. 멜라니 그리피스와 돈 존슨 사이에서 태어났고 잠시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의붓아버지로 두기도 했으며 외할머니 티피 헤드런도 영화배우인데 말이다. 다코타 존슨 은 또래 여자아이들이 처음으로 인형을 가지고 놀 무렵부터 타블로이드지에 언급되곤 했다. 열 살 때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매력적이고 순진한 여성이 거부할 수 없는 본능에 눈을 뜨는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스타로서 입지를 굳혔다. 다코타 존슨 의 연기 스펙트럼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조만간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인 로맨틱 코미디 <하우 투 비 싱글(How to be Single)>에서는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되었다. 미국에서 지난해 개봉한 <비거 스플래시(A Bigger Splash)>에서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매력적이면서도 삐딱한 여자를 연기했다. <비거 스플래시>에서 함께 연기한 틸다 스윈턴은 다코타 존슨 에 대해 극찬을 남긴 바 있다.
“그녀는 우리보다 더 프로예요. 촬영 현장을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험도 많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죠.”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맨해튼에 있는 ‘룩셈부르크’ 카페에서 다코타 존슨 을 기다렸다. 카페에 나타난 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에 연한 갈색 머리카락이 검은 터틀넥의 어깨까지 흘러내린, 스타라기보다는 생기발랄하고 재치 있는 대학원생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누구나 알아보는 셀러브리티지만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부모가 이혼과 재혼, 또다시 이혼과 결혼을 반복한 탓에 남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자신의 과거에 당당했다. 우리는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조금은 짓궂은 위트와 부드러운 풍자를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에 대해 자신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생각과 분노를 명확히 드러냈다. 그 모습은 굉장히 사랑스러웠다.
<하우 투 비 싱글>은 4명의 싱글 여성이 주인공이다. 4명의 여성 중 다코타 존슨 은 사귀는 남자한테 지나치게 기대는 ‘앨리스’를 연기한다.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앨리스에 대해 길게 설명하진 않았다.
다코타 존슨 의 실제 싱글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그녀는 집에 있을 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중에서도 패티 스미스의 <저스트 키즈>를 가장 좋아한다. 텔레비전은 절대 보지 않지만(시간도 없고 흥미도 없다.) <뉴욕 타임스>의 낱말 맞히기에 열광한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어쩌다 한 번 친구들을 밖에서 만나고,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 틀어박혀 보낸다. 어린 시절부터 파파라치의 관심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온 터라 사람들의 관심과 가십을 혐오한다.
“파파라치들이 집에서부터 제 뒤를 밟을 때는 정말이지 당황스러워요. 레스토랑이나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이 몰래 제 사진을 찍어요. 사람들에게 제 얼굴이 알려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저에 대해 떠들 권리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괴롭지는 않다는 존슨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좀 많이 힘든 날에는 집에 있으려고 해요. 배달 애플리케이션 포스트메이츠(Postmates)가 제 생활을 바꿔주었죠.”
다코타 존슨 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두 개의 속편인 <피프티 셰이드 다커(Fifty Shades Darker)>와 <피프티 셰이드 프리드(Fifty Shades Freed)> 촬영을 앞두고 있다. “아나스타샤와 크리스찬이 결혼해요. 그리고 두 아이가 태어나죠. 여전히 가학적인 섹스 장면이 등장하지만 수위는 더 낮아요. 사람들은 아이가 있어도 그런 섹스를 하잖아요.” 그녀는 요즘 노출 장면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 열심히 운동하는 중이다. 아름다운 몸을 유지하기 위해 1년 반 동안이나 발레도 배웠다. “사람의 몸은 참 섹시한 것 같아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을 때 멋있게 나오고 싶어요.”
다코타 존슨 은 여배우를 사랑하는 여배우이기도 하다. “늘 제나 롤랜즈를 사랑해왔어요. 전 니콜 키드먼과 미셸 파이퍼의 영화를 보며 자랐죠. 실로 엄청난 여배우들이라고 생각해요. 사라 폴슨도 마찬가지예요.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놀라운 배우죠. 또래중에는 에이미 슈머를 좋아해요. 용감한 사람이죠. 페미니즘에 대해 재미있고 배짱 있게 말해요.” 그녀도 에이미 슈머의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여전히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의 출연료 차이가 너무 커요.” 존슨은 언젠가 직접 이런 문제들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언젠가 꼭 영화로 만들 생각이다.
다코타 존슨 은 자신의 삶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퇴근한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할 것 같아요. 지금껏 자라면서 한 번도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연기를 하며 오롯이 내 삶을 살고 싶어요. 지금처럼 이렇게 조금 특별한 채로 두는 거죠.” 앞으로도 서둘러 가족을 만들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일부러 결혼을 미루려고 하지도 않는다. 당장 내일이라도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면 하겠다고 말하는 그녀다. 다코타 존슨 은 자신의 부모님과 가깝게 지낸다. 그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자주 그들의 지혜를 빌린다. “집이나 차를 살 때는 늘 아빠에게 물어봐요. 일과 관련해서 고민이 있을 때는 엄마를 찾아가죠. 그러면 엄마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렴’ 하고 말씀하세요.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면서요.”
다코타 존슨 과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이 지났다. 어떤 인터넷 가십 사이트에서 한 네티즌이 다코타 존슨 의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하며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그녀(다코타 존슨 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바람둥이처럼 보이는 미술품 중개인과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다코타 존슨 을 위해 그 사진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보호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가 레스토랑을 나섰을 때 나는 다리에 쥐가 나 잘 걷지 못했다. 그녀는 나 대신 가방을 들고 택시를 잡아주었다. 아마도 그녀는 나를 택시에 태워 보낸 후 집에 가기 위해 평소처럼 지하철을 탔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보더라도 사람들이 그녀의 사진을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령 다코타 존슨 을 찍었더라도 그 사진에 스타의 모습은 없을 것이다. 대신 특이한 삶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고 싶어 하는 젊은 여인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