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멀티컬러 시퀸 톱 오피셜 할리데이 바이 쿤(Official Holiday by Koon), 골드 플리츠스커트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김청하 메탈릭한 니트 톱과 플리츠스커트 모두 카이(KYE), 멀티컬러 앵클 스트랩 펌프스 미우미우(Miu Miu).
강미나 레터링 프린트 니트 톱과 골드 스커트 모두 카이(KYE), 스터드 장식 샌들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정채연 메탈릭한 컬러 블록 니트 드레스 카이(KYE), 샌들 버버리(Burberry).

현실 곳곳에서 암투와 술수가 복닥거리는데 굳이 누군가의 생존경쟁을 금요일 밤 TV 예능으로까지 복기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46개 기획사 101명의 소녀들의 경쟁이라니. 투표 ‘실적’에 따라 마지막 101위의 연습생까지 철저히 숫자로 서열화했고, A부터 F까지 계급을 분리했다. 의문과 우려를 잠재운 건 밝음으로 무장한 101명의 소녀들이었다.

잔혹한 생존 게임을 경이로운 아이돌 탄생 신화로 뒤바꾼 건 맹목적일 만큼 순수한 소녀들의 진심이었다. 프로그램의 장르를 ‘판타지 서바이벌’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프로듀스 101> 속 경쟁의 형태는 ‘초현실적’이다. 포지션 경쟁과 라이벌 구도 등 매회 등장하는 갈등 프레임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녀들은 카메라에 모습을 비추기 위해 애쓰기보다 학습 속도가 느린 멤버를 도왔고, 매회 드라마를 만들었다. 아이돌 탄생 신화의 주인공 김소혜, 하위 그룹 D에서 출발해 톱 3로 올라선 최유정, 실력만으로 30위를 점프한 김청하까지···. 이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정당히 해냈고, 무대가 끝나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다음을 준비했다.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10회에서 정점을 찍었는데, 부동의 1위 ‘갓세정’이 2등으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눈물이라도 쏟을까 흔들리는 여왕의 표정을 잡기 위해 카메라는 빠르게 돌진했지만 김세정은 짐을 내려놓았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긴박한 클로즈업이 무색했다. 모두의 기대와 예상된 그림을 보기 좋게 배반한 이 소녀는 시스템이 짜놓은 부비트랩에서 완전히 초월한듯 보였다.

“방출 커트라인인 61위가 된다 해도 한 주라도 더 남아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말하는 고결한 소녀들을 보며 국민 프로듀서를 자처했고,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라는 엔딩 멘트가 끝나면 공식 사이트에 접속했다. 투표를 독려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SNS에는 투표 인증 해시태그가 쏟아졌다. 지금까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비 방식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적어도 Mnet <프로듀스 101>은 암투와 술수가 더 이상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동력이 아님을 입증했다. 막장 없는 서바이벌은 최고 시청률 4.9%을 달성했고, 최종 순위 집계에서 11명의 소녀에게 무려 3백50만 표가 던져졌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라 했던가.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 소녀들은 세상으로 나왔다.

레터링 프린트 오버사이즈 데님 셔츠, 데님 오프숄더 드레스, 투톤 데님 재킷 모두 에스제이와이피(SJYP), 최유정이 입은 니트 쇼츠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