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성장 - 마리끌레르 2016년
화이트 스팽글 드레스 아이그너(Aigner),화이트 오픈토 슈즈 헬레나 앤 크리스티(Helena and Kristie), 로즈 골드 시계와 팔찌, 반지 모두 로즈몽(Rosemont).
천우희 성장 - 마리끌레르 2016년
플라워 엠브로이더리 드레스 아보아보(avou avou), 펌프스 헬레나 앤 크리스티(Helena and Kristie).

우리는 영화에서 배우가 웃고 울고 좌절하고 기뻐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 배우의 연기를, 그리고 연기하는 모습을 즐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한편 한 명의 배우가 서서히 두각을 보이고 어느 순간 혼신의 연기력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인기를 끌고, 좋은 기회를 얻고, 더 성숙한 영화인으로 변화하는 성장의 역사 그 자체에 빠져들기도 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만 눈여겨보는 듯하던 배우가 어느덧 영화계 선후배와 대중의 인정을 받고 더 큰 영화와 무대에 훨씬 능숙한 모습으로 등장할 때면, 그가 등장한 이전의 영화들을 인상 깊게 보았다는 이유로 내가 그 배우를 키우기라도 한 듯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 <마더>나 <써니> <우아한 거짓말>에서 주인공의 연인 혹은 친구로 등장한 천우희라는 배우를 기억하는 이들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재작년 <한공주>를 통해 그녀의 진면목을 확인한 사람이라면 그 이후의 시간을 어느 영화인 못지않게 바쁘게 보낸 그녀의 행보가 반가웠을 터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연거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와중에 그녀는 쉼 없이 다음 영화를 위한 촬영에 임했다. 지켜보는 즐거움을 주는 배우랄까, 천우희에게서는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4월과 5월에 이어지는 주연작 <해어화>와 <곡성>의 개봉을 앞두고 그녀는 지난 3월 처음으로 해외 시상식에 초청을 받았다. 아시아 영화계를 아우르는 작품과 영화인을 소개하는 아시안 필름 어워드(Asian Film Awards, AFA)다.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함께 시상자로 초청된 천우희를 마카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들뜨고 조금은 긴장된 모습으로, 또 한번 배우로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었다.

천우희 성장 - 마리끌레르 2016년
시상식을 위해 입은 블랙 드레스 에스카다(Escada), 오픈토 힐 할리샵(Hollyshop).

 

Asian Film Awards

영화는 꿈의 산업이다. 배우, 감독 혹은 영화를 만드는 누군가가 그 꿈을 좇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많은 종류의 원동력이 필요하다. 영화제와 시상식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어떤 영화가 출품되고 누가 상을 받았는지가 좋은 작품이나 배우임을 증명한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더 다양한 관객에게 소개되고 각인되는 자리이자, 영화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더 큰 이상을 실현할 힘을 얻는 시너지의 장이기 때문이다. 샴페인 하우스 모엣&샹동(Moët & Chandon)은 그런 의미에서 영화제와 시상식이 갖는 파급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브랜드이고, 그래서 다양한 채널로 국내외 영화계를 후원해왔다. 특히 2012년부터 이들이 주최해온 ‘모엣 라이징 스타 어워드’는 매년 떠오르는 배우와 감독을 주목하고 그들의 작업을 지지하는 의미로 상을 수여한다. 첫해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두 번째 해부터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모엣 라이징 스타 어워드에서는 국내외 영화인들이 모여 밤늦도록 정갈한 한식과 샴페인을 앞에 두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화려하지만 또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시상식에서 이상우 감독과 배우 김고은, 신연식 감독과 배우 정은채, 박정범 감독과 배우 고아성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계의 많은 기대주들이 상을 받았다. 지난해 봄 치러진 네 번째 어워드에서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두 사람은 뒤이어 모엣&샹동이 후원하는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 시상자로 초청받았다.

2007년 홍콩에서 그 시작을 알린 아시안 필름 어워드는 3년 전부터 마카오에서 개최되고 있다. 14개 경쟁 부문을 두고 빼어난 활약을 보인 아시아 영화를 축하하는 시상식은 올해 10회째를 맞아 베니션(Venetian) 호텔에서 어느 때보다 성대하게 열렸고, 수많은 영화계 인사들이 자리를 빛냈다. 로저 가르시아 홍콩 국제영화제 위원장, 윌프레드 웡 아시안 필름 어워드 아카데미(AFAA) 집행위원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등 많은 영화인과 아시아의 별들이 야외 레드 카펫을 지나 모엣&샹동이 주최한 칵테일 리셉션에서 본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격의 없이 어울리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시상자로 나선 소피 마르소와 그녀에게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수상자 서기의 투 샷도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한국의 많은 영화인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병헌과 넥스트 제너레이션 상의 주인공 유아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수상 후보에 오른 류승완 감독과 배우 오달수, 박소담 또한 자리를 함께했다.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가 시상을 맡은 베스트 코스튬 디자인 상 또한 <사도>의 의상팀에게 돌아갔다. 이렇듯 한국 영화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시상식은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다. 하지만 마카오의 화려한 밤을 닮은 들뜬 분위기에 모두들 시간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레드 카펫에 선 천우희 - 마리끌레르 2016년
레드 카펫에 선 천우희.

해외 영화제 참석은 처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제일 인상 깊은 순간은 역시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한국 배우로서 아시아 영화가 모두 모이는 그 자리에 섰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해어화>가 막 개봉했다. 이번 영화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 했나? 내게 예쁘고 다재다능한 여배우의 면모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노래도 하고 작사도 하고 춤도 추고 한복도 양장도 입었으니 할 수 있는 건 다 한 셈이다. 한껏 장기 자랑을 한 기분이다.

5월에 개봉할 <곡성>은 산속을 배경으로 한 스틸 컷만 보아도 촬영장에서 고생 많이 했겠다 싶더라. 물론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기운이 달려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나는 경험을 했다.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싱글 라이프는 어떤가?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할 때가 제일 좋다.(웃음) 요리하는 건 좋아하는데 설거지가 귀찮아서 안 해 먹게 된다. 냉장고에 달걀은 항상 있다. 부모님이 나와 조카를 위해 최근 닭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싱싱한 달걀을 항상 보내주신다.

신작 <마이엔젤>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식물인간이 된 여자와 아내의 자살을 목격한 보험조사원 사이를 그린 독특한 멜로영화인데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 요즘 한국 영화는 장르가 조금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영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배우 천우희는 늘 어려운 배역을 맡는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선택이 짐으로 느껴질 때는 없나? 처음엔 안 그랬는데 점점 그렇게 느껴졌다. 특히 영화제에서 상을 여러 차례 받은 뒤부터는 온전히 내가 원하는 나만의 선택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중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짐 없이 가뿐하게 나의 길을 갔다면, 이젠 그 짐을 짊어진 채 내가 걸어온, 그리고 걸어가고 싶은 길을 가야 한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 인생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삶과 알지 못했던 정서들이 영화에는 존재한다. 그게 나를 도전하게끔 만든다.

배우로서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실감할 때가 있나? 그렇다면 어떤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로 남고 싶은가? <한공주> 이후로 작은 영화의 성공 가능성이나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있다. 앞으로 여배우가 작품에서 가지는 한계를 깨는 정도의 영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게 연기를 하는 최종 목적은 아니다. 작품으로 관객에게 일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