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은 요즘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이름이 오르지 않는 날이 없고, 그녀가 등장하는 자리는 언제나 뜨겁다. 마리끌레르와 촬영이 끝나면 또 다른 스케줄이 있다던 그녀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커다란 검정 백팩을 둘러멘 채 촬영장에 들어섰다. 열여덟 살에 걸그룹 AOA로 데뷔한 이래 설현은 지금 인생의 화양연화를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대중은 설현이 입고 먹고 하는 모든 것에 뜨겁게 호응하고 그녀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궁금해한다. 이토록 뜨거운 관심의 한가운데서 얼마 전 배우 김설현으로서 설경구, 김남길과 함께 출연하는 <살인자의 기억법> 촬영을 마쳤고, 지금은 AOA의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따지기보다는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어요. 안정적인 것말고 재미있는 거요. 그렇게 20대를 보내려고 해요.” 내일을 알 수 없던 연습생 시절을 지나 가수로 데뷔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아이돌 그룹이 무대에 오르는 치열한 경쟁 끝에 활짝 피어난 그녀는 정작 자신을 향하는 뜨거운 환호에 들떠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이루며 화양연화의 시간을 즐겁게 유영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화보 촬영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마리끌레르> 5월호 표지의 주인공이 된 소감이 어때요? <마리끌레르> 화보 촬영이 잡히고 나서 어서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화보 촬영 경험이 많지 않아서 더 기대했나봐요.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했는데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요.
오늘 촬영장까지 오는 길에 여기저기서 설현의 얼굴을 아주 많이 봤어요.(웃음) 스물두 살에 확신에 차 자신의 길을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 없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선 지금의 제 상황이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었죠. 학교 다닐 때 피아노와 춤을 배우면서 가수가 되고 싶었고, 회사에 들어와 앨범을 준비하고 연기 수업을 받다 보니 연기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할 때는 연기가 힘들면서도 재미있고 AOA로 활동할 때는 공연이 힘들면서도 재미있어요. 지금은 한창 AOA 앨범 준비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만큼 포기해야 한 것도 있겠죠? 가끔 저도 또래 친구들처럼 길거리를 막 돌아다니고 학교도 다니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 친구들은 자기들만의 고민이 있겠죠. 포기해야 하는 것들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요즘 부쩍 욕심나는 게 있어요? 건강이요.(웃음) 스케줄이 빡빡해서 몸이 힘들어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요즘은 틈틈이 자고 잘 챙겨 먹으려고 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운동을 아주 싫어한다는 거예요. 땀 흘려 운동하기보다는 평소에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려고 해요. 그래도 안무 연습을 많이 하니까 운동이 돼요.
지금까지 해본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을 나이예요. 설현의 20대가 무엇으로 꽉 채워지면 좋을까요? 20대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것으로만 꽉 채우고 싶어요.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가족을 생각하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도전하고 모험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20대를 채운 다음 30대에는 지금껏 저를 응원해준 가족들을 배려하며 살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은 가수가 되고 연기자가 된 거예요. 제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반대했거든요. 아마 소심하고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부끄러워하는 제 성격 때문이었을 거예요.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죠.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편인데, 20대에는 그래도 용기 내서 해보려고요.
힘들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건 역시 가족일 테죠? 언니가 저희 회사랑 가까운 곳에서 일해요. 언니가 퇴근하면 가끔 만나는데, 언니는 늘 무조건적으로 절 지지해줘요. 그런 말을 들으면 용기가 생겨요. AOA 멤버들도 큰 힘이 되죠.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는 늘 시끌벅적해요. 각자 한 마디씩만 해도 시끌시끌하거든요. 다 같이 있으면 무척 즐거워요. 예전에는 멤버 모두 한집에서 살았는데 요즘은 반반씩 나눠 살아요. 한집에 살아도 각자 개인 활동이 많아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큰 힘이 되죠. 얼마 전에는 지민 언니랑 예능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제주도에 갔어요. 딱 하루 머물렀는데 반나절 동안 일곱 끼는 먹은 것 같아요. 고등어회, 흑돼지 고기, 고기국수… 배 터질 만큼 먹고 엄청 웃었어요.(웃음)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예요? 제 인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일과 사람을 대하는 제 태도가 옳은 건지, 잘 가고 있는 건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대세잖아요.(웃음) 지금까지는 잘 온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잘 가야 할 것 같아요.
실패의 순간을 상상해보나요? 그럼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보는 편이에요. 실패하면 어쩌지, 이번에 실패하지 않더라도 다음에 실패하면 어쩌지. 그렇지만 늘 마지막에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는 잘 되겠지.
생애 첫 성공의 순간을 꼽으라면 언제예요? 위로받을 사람이 참 많다는 걸 느꼈을 때요. 주위에 좋은 사람이 참 많구나, 내가 잘못 가더라도 바로잡아줄 사람이 많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래도 내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설현의 취향이 궁금해요. 스커트와 팬츠 중 하나를 고르라면? 스커트보다는 팬츠를 좋아하는데, 팬츠보다는 원피스가 좋아요. 하나만 고르면 되니까요.(웃음) 쇼핑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구경하는 건 좋아해요. 대신 한번 사겠다고 마음먹으면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죠. 예를 들어 셔츠가 필요하면 흰 셔츠만 한꺼번에 다섯 벌을 사는 식이에요. 평소에는 메이크업도 잘 안 해요. 스케줄이 있는 날이 많아 늘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편이고 혼자서는 잘할 줄도 몰라요.
술은 맥주, 아니면 와인? 소주요.(웃음) 과일 맛 나는 약한 소주 마시는 걸 좋아해요. 주량이 세지는 않은데 가족이랑 있을 때는 마셔요. 맥주도 좋아하는데 마시면 얼굴에 바로 트러블이 생겨서 못 마시겠어요.
요즘 읽는 책은 뭐예요? 두 권을 읽는 중이에요. 하나는 <시쿵심쿵>이라는 시집인데 선물 받았어요. 또 하나는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예요. 책에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학’이라고 적혀 있어서 읽고 싶었어요. 가끔 제 자신이 친구가 없고 사교적이지도 않은 것 같거든요. 그런 생각에 집어 든 책이에요.
화보 촬영장에 오면서 어떤 음악을 들었어요? 오늘 공개된 씨엔블루의 새 앨범이요.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은 ‘데이식스’라는 그룹의 노래예요. 곧 컴백한다기에 제가 좋아하는 그들의 첫 앨범을 오랜만에 다시 듣고 있어요. 특히 씻을 때 음악 듣는 걸 좋아해요.
그러고 보면 헤어스타일은 늘 비슷했어요. 가끔 바꿔보고 싶긴 한데 아직은 지금의 제 모습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 쉽게 바꾸지 못하겠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헤어스타일을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설현에 대해 오해하는 게 있어요? 제 자신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 생각하는 게 맞는지 틀린 건지 함부로 판단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 가진 어떤 생각이 오해라고 여기기보다는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 행복해요? 좋은 사람이 많고 날씨도 좋고 좋은 노래도 너무 많고 가족도 있고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그러니까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