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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비난과 환호가 동시에 몰아쳤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3>. 또래의 여자 래퍼들이 한데 모여 웃으며 즐기는가 하면, 무대에 올라 상대방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신랄한 디스랩을 내뱉는 무대다. 서로를 할퀴는 살벌한 가사와 누군가를 상대로 뺏어야만 가질 수 있는 비트가 무대를 채우던 이 정글 같은 곳에서, 나다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를 손에 넣었다. 역대 최다 기록인 네 개의 트랙을 꿰차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생각을 눌러 담은 사운드를 메인 음원 차트에 안착시켰다. 잊혀가던 걸그룹 멤버에서 꿈에 그리던 프로듀서들의 비트에 자신만의 라임을 얹어내기까지. 그녀가 지나온 절실한 순간이 위트 넘치는 가사가 되어 사운드에 스며들었다.

멀게만 느껴지던 사람들의 관심 한가운데 선 나다는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중이다. 떠들썩한 기운이 조금씩 잠잠해질 때쯤 다시 떠오르는 감정을 여과 없이 눌러 담은 랩을 쏟아낼 것이다. 나다는 여전히 제멋대로 꿈꾸고 내달리며 자신만의 감성으로 라임을 완성한다. 이제 막 첫 번째 경쟁을 마친 그녀가 형형색색의 립스틱을 바르고 서슴없이 뛰어오를 또 다른 무대를 기다린다.

 

나다 화보
네이비 톱과 팬츠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언프리티 랩스타 3>의 준우승자가 됐어요. 축하해요. 아름다운 2등이죠?(웃음) 그저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달리다 정신차리니 금세 끝났어요.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제가 속한 걸그룹 ‘와썹(Wassup)’이 활동을 안 한지 아주 오래됐어요. 솔직히 와썹은 데뷔 때 잠깐 반짝하고 주목받지 못한 팀이잖아요. 그래서 2년 가까이 동안 앨범도 못 내고 돈도 못 벌었어요. 아이돌에게 오를 무대가 없다는 건 굉장히 우울한 일이에요. 그래서 인지도를 쌓을 계기가 절실했고, 때마침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연락이 와서 이거다 싶었죠.

활동이 없던 몇 년간 어떻게 지냈나요? 이따금 행사를 다녔어요. CM송이나 피처링에 참여하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요. 컴백한다, 앨범 낸다 하면서 계속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이었거든요. 아이돌 그룹 시스템이 원래 그래요. 한껏 기대하면서 준비했는데 자꾸 기회는 사라지고… 희망 고문이죠. 그러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어요. 게다가 일이 없으니 돈도 없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문득 이대로 무기력하게 지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랩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했죠. 그때의 결과물이 지난 2월에 낸 <Homework>라는 믹스테이프에요. 당시 힘들었던 마음과 제 각오를 표현한 곡이 담겨 있어요.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힘들긴 했지만 결국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긴 연습 기간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나다 마리끌레르
카키색 코트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당시에 쌓은 실력을 <언프리티 랩스타 3>에서 알차게 보여준 것 같아요. ‘언프의 최대 수혜자’라는 수식어까지 붙었으니까요. 트랙 반지를 네 개나 끼고 나와서 ‘반지의 제왕’이라고도 불렸어요.(웃음) <언프리티 랩스타>는 제게 엄청난 반전의 기회였어요. 래퍼 나다도, 와썹이라는 걸그룹의 존재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였고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를 이룬 셈이네요. 그렇죠. 배운 점도 많고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파이널까지 가는 건 바라지도 않았어요. 제 목표는 금방 떨어지더라도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주자는 거였어요. 길고 얇게 버티기보다는 짧고 굵게!(웃음) 트랙이 점점 늘어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랩과 무대에 대한 확신도 더 강해졌어요.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원래 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어요. 워낙 어릴 때부터 힙합을 좋아해서 CD를 모으고 그랬는데, 시간이 갈수록 음악에 대한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음악에 전념하고 싶어서 학교를 자퇴하고 이 길에 들어섰어요. 제가 뭐 하나에 꽂히면 꼭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거든요. 경연에서 선보인 곡 ‘Nasty’나 ‘Nothing’의 가사에 지나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요. 가사에도 썼듯 래퍼의 길에 들어선 걸 후회한 적은 아직 없어요.

믹스테이프부터 경연 곡까지 쭉 들어보니 유독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녹여내는 것 같더군요. 가사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에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어들을 메모해뒀다가 필 받으면 한번에 쭉 써나가는 스타일이죠.

평소 어떤 사람들하고 어디서 놀아요? 홍대에서 자주 술 마셔요. 힙합하는 친구들하고요. 시간 날 때 혼자 책 읽고 전시 보는 것도 좋아해요. 물론 음악도 많이 듣고요.

 

언프리티 랩스타 나다
화이트 스트라이프 셔츠 에이프런 바이 캐쉬스토어(APRON by Cash-stores).

요즘은 어떤 노래를 자주 듣나요? 브루노 마스의 신곡 ‘24K Magic’은 무한 반복해서 듣고, M.I.A의 음악도 무척 좋아해요. 오래전부터 꾸준히 들어온 곡은 도끼의 ‘Best Time’이에요. 이 노래는 곡 작업 전에 자주 들어요. 마음이 좀 차분해지거든요.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래퍼로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건 진정성, 진심이에요. 최대한 진짜 감정과 생각을 전하자는 데 집중하죠.

<언프리티 랩스타 3> 디스 배틀에서 선보인 곡의 가사도 모두 진심이었겠네요? 분위기가 살벌하던데요. 그건 많이 힘들었어요. 누군가의 면전에 대고 욕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웃음) 자이언트핑크 이겨보겠다고 며칠씩 주위 사람들 붙잡고 디스랩을 퍼부으면서 연습했다니까요.

기 센 여자들 사이에서 잘 살아남았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 아닐까요? 더 멀고 험한 길이 펼쳐지겠죠. 솔로 래퍼로서도, 와썹의 멤버로서도 잘 해내고 싶어요. 얼굴이 조금 더 알려졌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어요. 지금껏 해온 대로 가장 나답게, 나다답게 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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