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배우들에게도 약점이 있다면 ‘비현실성’ 아닐까.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이 비범한 미모의 배우들은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늘 자신의 아름다움과 싸워야 한다. 한가인과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 또한 ‘초현실적’ 배우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외모의 여배우. 하지만 이번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깊고 진한 눈빛에서 어떤 변화가 느껴졌다. 엄마가 되면서 경험한 환희와 두려움, 그 거대한 낙차의 감정을 수십 번씩 오간 이 세계 사람의 얼굴이 보였달까. 돌아보며 살짝 짓는 미소에서는 순간의 행복을 아는 사람의 얼굴이 읽혔고, 담담한 옆모습에서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자신의 삶을 꾸리고 있는 굳건한 여인의 힘이 전해졌다. 그녀에게서 돌아온 소탈하지만 신중한 답변들을 천천히 곱씹어본다. 세월이 흐른다는 건 그녀에게 분명 근사할 일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뮤즈이자 패션 매거진의 커버 모델로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어요. 그동안 육아에 최적화된 옷만 입던 터라 이렇게 예쁜 옷을 언제 입어봤나 싶어요. 촬영을 마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충분히 즐거웠어요. 새로운 에너지도 받았고요. 뷰티 브랜드의 뮤즈가 되는 일은 ‘즐거운 부담’이죠. 동인비의 뮤즈로서 앞으로 더 부지런히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가꿔갈 생각이에요. 나아가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들과 경험담을 많은 분과 솔직하게 공유하고 싶어요.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올해는 오롯이 육아에 집중한 해였어요. 몸과 마음 모두 아이에게 향해 있죠. 그냥저냥 키우고 싶지 않았고 잘해낼 자신이 생길 때까지 아이를 갖지 않다 보니 10년이 넘게 걸렸어요. 나 이외의 존재에 이렇게까지 온 신경을 쏟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조언도 많이 듣고, 마음의 준비도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되는 건 ‘정말’ 힘든 거더라고요. 누군가를 완벽하게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남편이 ‘아빠가 엄마다’ 할 정도로 열심히 육아에 함께하는데도 어려워요. 그런데도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다고 느끼니 참 아이러니하죠?
변화 속에서도 반드시 지키고 싶은 나의 모습이 있다면요? 자연스러움이요. 나이가 들면서 주름도 생기겠지만 그걸 없애기 위한 시술이나 수술 같은 건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30~40대에는 조금씩 손을 대는 게 더 젊고 예뻐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오히려 손 안 댄 모습이 더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노화가 오더라도 자연의 흐름에 맡기면서 멋지게 늙어가고 싶어요.
주름에 관대한 편이네요? 누구에게나 주름은 싫은 존재죠. 주름 싫어요.(웃음) 주름도 예쁘고 만족스럽다는 뻔한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누구도 세월을 역행할 수 없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주름을 피하려 하면 되레 보기 좋지 않게 되더라고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 안에서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죠. 얼굴에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기는 만큼 긍정적이고 편안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주름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되도록 주름이 생기지 않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제품도 열심히 챙겨 발라야겠죠.
일상 속 자연스러운 모습, 특히 건강한 피부는 매번 화제가 되죠. 자신만의 뷰티 습관이나 노하우가 있다면요? 아침에는 늘 따뜻한 물을 챙겨 마셔요. 건강에 관심이 많아 영양제를 잘 챙겨 먹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유산균은 빼놓지 않죠. 피부를 위해서도 장 건강이 중요하더라고요. 기본에 충실하면서 꾸준하게 지켜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죠. 모두 알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습관이 물 많이 마시는 거잖아요. 이런 기본이 바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위적인 방법만 좇다 보면 잠깐의 효과는 볼 수 있지만 금세 무너질 거라고 봐요. 그래서 기초 스킨케어를 착실하게 해요. 특히 요즘은 안티에이징에 좋은 홍삼 성분을 응축한 고영양 에센스를 꼭 챙기죠. 지난 한 달 동안 동인비 진 에센스를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발랐는데, ‘에센스 하나로 피부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하며 기초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하고 있어요.
건강하게 세월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시간이 여배우에게 미치는 영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한결 여유로워지고 깊이도 생기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는 결혼하고,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 훨씬 여유가 생겼어요. 타인을 대하는 방식도 유연해진 것 같고요.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네요. 연기에 대해 혹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확고해진 생각이 있나요? 확고해진 생각은 점점 더 어렵다는 거예요.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라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갈 길이 멀게만 느껴져요. 새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 고민도 되고요. 점점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해 믿는 부분이 있다면요? 꼭 배우로서라기보다는 저는 제가 가진 근성을 믿어요. 소위 ‘악바리 근성’ 같은 게 있거든요.(웃음) 무슨 일을 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편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살아가는 건 더 어렵지만 배우로서도 아내로서도 그리고 온전히 한가인이라는 한 사람으로서도 잘 헤쳐가리라 스스로 믿고 용기를 주려고 해요.
20년 뒤의 배우 한가인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나요? 이승환의 노래 중에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라는 곡을 좋아해요. 가사 중에 ‘꽃보다 예쁜 지금 그대도 힘없이 지겠지만 그때엔 꽃과 다른 우리만의 정이 숨을 쉴 거야’라는 부분이 있는데, 20년 후면 제가 쉰다섯 살이잖아요. 그때는 꽃처럼 예쁘진 않겠지만 세월이 덧입혀지며 더 깊고 진한 향기를 지닌 사람이자 배우가 되어 있기를 바라요.
* 이 화보는 동인비와 마리끌레르의 파트너십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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