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소식이 전해지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그리고 결혼을 한 달 남짓 남겨둔 5월의 어느 날, 김소연과 이상우는 마리끌레르의 화보 촬영을 위해 때아닌 추위가 찾아온 빈으로 떠났다. 화보 촬영이 있던 날 하필이면 일주일 중 가장 추운 데다 비까지 내렸으나 그래도 촬영은 순조로웠다. 자기 순서를 꽤 오래 기다리던 이상우는 지루한 내색 없이 촬영장을 찬찬히 둘러보며 여유로 웠고, 틈틈이 모니터링을 하며 촬영을 이어가던 김소연은 결혼 전 유일한 웨딩 사진에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물으며 결과물을 궁금해하는 김소연과 모두 별 탈 없이 행복하게 촬영을 마쳤으면 됐다는 이상우는 촬영이 없는 날에는 골목길을 걸어 미술관에 가 전시를 보고 마켓에서 아름다운 물건들을 구경한 후 저녁이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과 축복을 담은 가벼운 술 한잔으로 건배를 하며 빈에서 평화로운 닷새간의 일상을 누렸다. 어디에서나 지도 하나만 있으면 길을 잘 이끌어 준다는 이상우와 그런 이상우의 ‘당신은 용기 넘치는 배우 같아’라는 한마디에 걱정 가득한 본래의 모습 대신 큰 용기를 내고 있는 자신이 놀랍다는 김소연은 지금 꿈 같은 나날을 보내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중이다.
갑작스럽게 결혼 소식이 전해졌어요. 상우 상견례 날짜를 정한 지 일주일 만에 결혼한다는 기사가 났어요. 예식장은 물론 결혼 날도 정하기 전이었죠. 상견례를 한 다음 날부터 손잡고 식장을 알아보고, 날짜를 정하고, 반지와 한복을 보면서 그렇게 차근차근 진행했어요. 어쩌면 기자 분들이 저희가 결혼하는 데 추진력을 준 셈이에요.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연애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감정으로 조심스럽게 만나는 와중에 소연 씨에게 집 앞 대공원에 가자고 했어요. 둘이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우리 둘이 대공원에 갔다고 기사가 나온 거예요. 그래서 또 박차를 가했죠.(웃음) 기사 보고 부모님이 서로 만나고 싶어 했어요. 일부러 서둘지 않았는데도 모든 게 빨리 진행된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순리대로 모든 순간이 조화를 이룬 거죠. 신기할 만큼.
결혼식이 비공개인데도 모든 순간이 기사로 나고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요.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죠? 소연 저희 둘 모두 뭔가를 드러내는 게 어색해요. 작은 것도 기사가 되는 요즘은 이제껏 저희가 살아온 것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죠.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많이들 싸운다잖아요. 저는 오히려 상대의 성향을 더 잘 알게 되고 더 좋아지고 있어요. 상우 씨도 그렇죠?(웃음) 상우 결혼식 식사를 한식으로 하고 싶었는데 소연 씨도 좋다고 했어요. 모든 결혼식이 나름대로 방식이 있는데 저희는 심플하고 깔끔하게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들도 무엇 하나 고집부리는 게 없어요. 오히려 서로 배려하다 보니까 답이 안 나오는 일은 있죠.(웃음) 두 집안의 부모님 모두 좋은 분들이어서 감사해요.
연애를 시작하고 둘 사이에 일어난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소연 전 일부러 걱정을 하는 타입이에요.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걱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요. 걱정해서 결과가 좋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상우 씨는 신중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아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죠. 그런 걸 보면서 제 걱정으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지금 만나는 사람이 상우 씨였기에 결혼까지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년 전만 하더라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상대에게 좋은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까 ‘그래, 순리대로 살아보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걱정을 접고 순리대로 살다 보면 더 좋아질 거라는 마음으로요. 상우 모든 성격에는 장단점이 있잖아요. 생각도, 걱정도 많은 소연이를 보고 있으면 혹시나 아프진 않을까 안쓰러워요. 그래도 지금의 소연이를 있게 한 건 모두 그런 성격 덕분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사람, 배우로 남아 있는 거니까요. 서로 다른 두 성격이 융화된다면 더 나은 둘이 되지 않을까요?
빈에서 프러포즈를 했다고 들었어요. 상우 둘 다 의례적인 것을 싫어해요. 소연이도 필요 없다며 하지 말라고 했고요. 결혼과 관련한 모든 걸 간소화하고 있거든요. 처음엔 서울에서 전시를 보며 꽃과 귀고리를 사서 프러포 즈하려고 했어요. 반지는 그 전에도 직접 디자인을 주문해서 많이 사줬거든요. 또 반지를 사면 낄 게 너무 많아지니까.(웃음) 소연이가 <은하철도 999>를 좋아해요. 마침 서울에서 그 작가의 전시회가 열려서 거기서 하려고 했죠. 깜짝 프러포즈를 하려고 어디 가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일단 어디 좀 가자고 했는데 계속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대답 안 해주면 화낼까 봐 계획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빈에 와서 마켓 구경을 갔다가 꽃 한 다발을 샀어요. 마음에 들어 하는 귀고리도 사고 싶었는데 가게 문이 닫혀 있어서 사지 못하고 계속 돌아다녔죠. 오래 걸었더니 발뒤꿈치가 까졌더라고요. 약국에 가서 밴드를 사서 붙이면서 오래오래 행복하자고 말했어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가 그동안 너무 조용하게 만나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소연 둘이 함께 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 광고 촬영장에서는 저희가 헤어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정작 우리 둘은 너무 즐겁게 촬영했는데 말이에요. 둘이 너무 조심스러워서 그랬나 봐요. 지금껏 크게 다툰 적도 없는데 늘 모자를 쓰고 조용히 다녀서 그런 얘기가 나온 거겠죠. 빈에서는 모자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다녔어요. 결혼 날짜가 정해졌으니 더 거리낌 없어지기도 했죠. 꿈 같아요. 상우 씨가 여기저기 갈 만한 데도 많이 알아왔고, 지도 보고 어디든 잘 찾아서 크게 의지가 됐어요. 빈의 여유로움 때문에 이번 화보가 더 즐거웠어요. 어느 건물에 갔더니 엘리베이터에 ‘닫힘’ 버튼이 없더라고요. 늘 빠르게, 철두철미하게 달리며 살아왔는데 닫힘 버튼이 없는 걸 본 순간 ‘이런 작은 여유로부터 행복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죠.
소연 씨는 얼마 전에 < SNL >에 출연했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개그 프로그램과 어울릴 거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소연 상우 씨가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전 원래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거든요. 언제부턴가 같이 보기 시작했고 저도 빠지고 만 거죠. 전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겁이 나서 거절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상우 씨와 을 보다가 출연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도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상우 씨가 응원해줬어요. 막상 출연하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준비하는 동안 자꾸 욕심이 커져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생방송 촬영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데 이상하게 울컥하더라고요. 진짜 울어버리면 너무 쑥스러울 것 같아 눈물을 힘들게 참았죠. 제가 코믹 연기에 로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용기를 불끈 냈어요.
우리는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꿈을 꾸곤 하죠. 꿈꾸는 가족의 모습이 있나요? 소연 저희가 늦게 만났잖아요. 서로 다르게 살아온 시간이 길죠. 다르게 살아온 시간만큼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미래를 맞고 싶어요. 다르게 살아온 시간만큼 차이를 인정하면서요.
cooperation 빈 관광청(www.wien.info )
쇤브룬 궁전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궁전으로 50만 평에 이르는 정원과 건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쇤브룬은 ‘아름다운 우물’이라는 뜻으로 오스트리아 왕족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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