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미니멀한 드레스 랑방컬렉션(LanvinCollection), 진주 펜던트가 달린 드롭 이어링 엠주(mzuu).
배성우 베이지 수트 코스(COS), 스트라이프 폴로 니트 톱 맨온더분(Man on the Boon).
배종옥 실키한 저지 드레스 로우클래식(Low Classic),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광수 배색 칼라가 포인트인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 자카드 카디건, 하이넥 톱,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독특한 소재의 화이트 드레스 레지나 표(Rejina Pyo).
플로럴 패턴 싱글 재킷, 화이트 티셔츠, 그레이 팬츠 모두 라르디니 바이 신세계인터내셔날(Lardini by Shinsegae International), 슈즈 S.T. 듀퐁(S.T. Dupont).

쟁취하기보다 좌절하는 순간이 더 많은 나날을 보내던 두 청춘은 경찰이 되기로 한다. 4대 보험이 되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며, 정년퇴직을 하면 연금도 받는 경찰이 되면 이 세상의 정의를 수호하며 멋지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불합리하게 여겨지는 훈련을 참아내야 할 때도 있고 시위를 진압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식의 정의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다. 지구대로 발령이 난 후에는 술 취한 사람들을 뒷수습하고 그들이 남긴 토사물을 맨손으로 치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라이브>는 금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취객들이 드나들고 절도와 살인, 성폭행 등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일들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사선의 현장으로 나서야 하는 지구대를 배경으로 한다. 배우 정유미와 이광수가 이제 막 경찰의 길에 들어선 두 청춘을, 배우 배종옥과 배성우가 이들의 선배이자 녹록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경찰을 연기한다.

언밸런스 재킷 노케제이(Nohke J),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라이트 블루 재킷 드리스 반 노튼 바이 분더샵(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화이트 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와인색 팬츠 발렌시아가 바이 분더샵(Balenciaga by BoonTheShop).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에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 같다. 배성우 이전까지는 영화 위주로 작업했지만 영화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 매체의 종류와 상관없이 스토리나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결정해왔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그 정서가 잘 계산되어 있다. 감정이나 정서가 필요하니까 그에 맞는 대사를 넣는다기보다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정서를 설득력 있게 쌓아간다. 정유미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캐릭터보다는 이야기가 지닌 힘을 중요하게 본다. 처음에 시놉시스와 대략의 줄거리만 봤는데도 이 이야기를 왜 만들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예의가 담겨 있달까. 작가님과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궁금하기도 했다. 이광수 노희경 작가님, 김규태 감독님과는 단막극을 포함해 세 번째로 함께한다. 감사하고 영광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그만큼 부담도 된다.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하지만 현장은 늘 재미있다. 아직은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지만 작가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캐릭터를 열심히 표현하고 싶다.

모두 경찰을 연기한다. 어떤 인물인가? 배성우 대본에서의 ‘양촌’은 아주 멋있는 경찰이다. 오직 경찰로 있을 때만 열정적이고 치열하다. 그런데 보통의 일상을 잘 살아가지 못한다. 지금껏 늘 일이 우선순위였던 그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한 발씩 내디딜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정유미 ‘한정오’는 남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살아가는 인물이라 이해했다. 그런데 촬영할수록 자신에게 지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더라.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그 삶의 기준이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인물이다. 처음엔 사명감보다는 직업으로 경찰에 임하지만 현장에서 사건들에 부딪혀가며 사명감을 느끼고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이광수 ‘염상수’는 성격이 좋고 매사 열심히 하는 친구다. 일할 때도 놀 때도. 정도 많다. 작가님이 나와 잘 어울리도록 썼다고 말씀하셔서 대본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노희경 작가님은 극 중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담는데 대본을 읽을 때마다 그 애정이 느껴진다. 배종옥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여자 경찰이다. 지금 나 역시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데 일상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다. 노 작가가 갱년기 여자 경찰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는데, 지금까지 갱년기 여성을 다루는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있겠다 싶었다. 갱년기는 말하자면 제2의 사춘기다. 또 더 이상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아니라는 것으로부터 오는 상실감도 있다. 사춘기가 되면 자꾸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지 않나. 갱년기 역시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맞는지를 돌이켜보게 된다. 지금까지 옳은 길을 선택해왔는지, 해왔던 일과 습관을 떠올려보고 앞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

제작 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는 삶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의 말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일상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광수 바로 지금 행복하자.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꿈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현재에 만족하고 지금의 내가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 있었던 제작 발표회에서 질문을 받는 것도, 이렇게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촬영하는 것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모두 행복하고 감사하다. 배성우 젊었을 때에는 연기에 대해 물러서고 싶지 않은 나만의 가치관이 더 단단했던 것 같다. 그러다 다양한 매체를 겪으며 좀 더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술은 정답이 없다. 때론 지금까지 배워온 방식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다 연기를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 배우들, 작가,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내가 계산한 것들만 고집하지 말고 더 유연하게, 때론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방식과 정반대로도 가봐야 하는 것 같다. 정유미 인생을 어렵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을 땐 실컷 즐기고 싶다. 돌이켜보면 마음을 감추며 살았던 적도 있었다. 연기는 늘 치열하게 해야겠지만 인생은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다.

어떤 모습의 경찰을 그리고 싶었나? 이광수 촬영 준비를 위해 홍익지구대에 몇 번 갔는데 그때 대장님이 지구대 안에서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얘기도 좋지만 지구대의 진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경찰을 마주치면 잘못한 게 없어도 좀 움츠러들지 않나. 경찰은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과 ‘우리는 늘 당신들 편이다’라는 그들의 진심이 전해진다면 좋겠다. 배종옥 과거 드라마에서 경찰을 연기한 적 있는데 그때는 인물을 많이 중성화하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멋있는 여자 경찰이고 싶다. ‘안장미’는 현실적이며 경찰로서 의무감도 투철하고 지금껏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범죄는 끊이지 않고 사건이 벌어진 후에 아이들이나 여성들에게 조금의 힘이 되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괴감을 느낀다. 게다가 자신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 남편은 늘 없다. ‘안장미’를 보면 제삼자가 봤을 땐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자식과 남편도 있는 여자지만 실은 외로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남들처럼 사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답을 찾고 싶어 하고 용기 있게 다른 길을 선택한다.

<라이브>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가 뭘까? 배종옥 살아서 현장에 있다는 것. 그곳에서 생생하게 움직인다는 의미 같다. 그래서 배우로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실존하는 인물이 말하는 것처럼 연기하려 한다. 감독과 작가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연기하려 한다. 이번 드라마는 허투루 찍는 장면이 없다. 어떤 때에는 한 신을 하루 종일 찍기도 한다. 지구대라는 곳이 경찰을 비롯해 범죄자와 피해자가 수없이 많이 등장하니 다양한 캐릭터를 만드느라 작가도 고생이 많을 거다. 정유미 <윤식당> 엔딩 때도 말했는데 나는 늘 ‘오늘’을 잘 살고 싶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고 싶다. 현재의 시간도 과거가 되어 지나가겠지만, 우선 오늘을 살아야 하지 않나. 내일이 다시 오늘이 되고. 그렇게 오늘을 잘 살며 나아가는 삶, 그게 바로 ‘라이브